하늘과 바다와 육지가 몽땅 안개속에 잠겨 침묵하던 칭다오가 오늘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이 쨍쨍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안개기운이 대지에도 바다위에도 짙게 머물러있어 칭다오 그 자체가 무겁게 느껴진다.
오늘은 주일, 성당에 가야한다. 다행히 총영사관에 인턴으로 근무하는 학생 2명이 교우라서 함께 갈 수 있겠단다. 그들과 함께 도착한 성당은 유럽여행을 하면서 만난 성당의 모습 그대로였다. 저렇게 웅장하고 멋진 곳에서 칭다오 교우들이 미사를 드린단 말이지... 속으로 매우 부러워하면서 철대문으로 들어서는데 문간에서 중국인이 일일이 사람들을 훑는다. 중국인과 외국인을 가리는 작업이란다. 종교적인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중국에서 중국인은 당연 입장 불가다.
성당 입구에서 교우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열심히 주보와 홍보자료들을 나눠주고 있다. 달려가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곳까지 와서 오지랖을 펼게 뭐가있겠나 싶어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미사에 참여했다. 대구대교구 소속 정영훈 바오로 신부님이 주임신부님 인 그곳은 외국인들도 함께 미사에 참여하기 때문에 복음말씀을 영어로도 한 번 읽어주시는데 완벽하리만큼 좋은 신부님의 영어발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되어 크게 기뻐하며 더 큰 창고를 짓고 그 안에 곡식을 가득히 쌓아 놓고 스스로 자신에게 말합니다.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니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라는 주님의 비유의 말씀을 전하며 우리는 보다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쓰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희생하면서 살아가지만 진정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은 나누는데 있다는 바오로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되새기며 성당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성당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거지들과 마딱드리고, 여느 때처럼 슬금슬금 그들 곁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가진 것을 나눌 때 가장 행복해진다는 신부님의 강론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 들은지 단 15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나는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고 있다. 남을 돕고 나누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함을 새삼 느낌 앞으로는 그런 용기도 달라고 기도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러나 저러나 말이지, 명색이 사회주의라는 중국에서 구걸이 이론적으로 말이나 된단 말인가? 인민의 완전고용과 사회보장을 완벽하게 책임져야 할 중국 공산당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은 칭다오 한인성당의 정영훈 바오로 신부님과 필자)
짝퉁시장엔 짝퉁보다 한국인이 더 많다?홍콩에서 기차를 타고 40여분을 가면 심천에 짝퉁천국이 있듯 광저우에도 북경에도 있고, 이 칭다오도 예외는 아니다. 이름 하여 지모루(即墨路). 내가 이곳을 방문하자고 했더니 함께 간 박 과장님이 짝퉁은 홍콩이 더 유명한 거 아니냐며 깜짝 놀란다. 왜 홍콩이 그런 오명을 남겼을까 참으로 의문스럽다.
지모루 시장은 지하1층 지상 2층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하 1층에서는 여성의류, 1층은 각종 보석과 액세서리로 가득 차 있고 2층에서는 가방과 신발 등을 팔고 있다. 규모상 그리고 품질상 심천의 것에 비해 작고 질도 다소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물건을 파는 칭다오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심천처럼 위협적이지도 않다. 이 지모루 시장에서 짝퉁보다 더욱 기가막힌 것은 전층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한국인들이고, 판매원들의 한국어 실력이다. 이 지모루 시장엔 유독 경상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도 알아듣기 힘든 경상도 사투리를 이곳 언니들이 알아듣고 아저씨 아줌마들 비위를 얼마나 잘 맞추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가게마다 입구에는 "한국인 대환영"이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써 있는데 이걸 우리의 국력신장의 결과라고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관광 왔다가 짝퉁시장이나 전전하는 우리의 모습을 부끄러워해야 할까 잠시 고민스러웠다. 여하간 나는 그곳에서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100위안, 샤넬 신상품을 500위안에 사왔는데, 이 가격들은 처음 부르던 가격의 1/4 가격이다. 결코 비싸게는 사지 않았다고 장담하지만 짝퉁이란 게 비싸게 줘도 또 지나치게 싸게 줘도 속마음은 영 개운치 않은 게 마치 사기 맞고 오는 기분이다.
/ 계속....
<글·사진 로사 권(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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