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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칼럼] "SAY YES to YOUR LIFE" - 일하는 여자 살림하는 여자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0-09-29 12:23:11
  • 수정 2010-09-29 12: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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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35호, 9월30일
 점심모임에 나온 여성들이 화사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마치고 차와 디저트를 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J는 지난 모임도 건너뛰더니 오늘도 안 나올 모양이네요. 요즘 얼굴을 전혀 못 봤는데. 식사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되는데 당연히 바쁘겠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머 모르셨나봐. 직장에 나가잖아요. 남편 수입으론 부족한가 보죠 뭐."

"애들도 크고 이젠 본인도 일이 하고 싶어서 취직했을 수도 있지요."

"직장이 무슨 동네 문화센터도 아니고, 집에서 살림만 하다 취직하는 게 어디 하고 싶다고 쉽게 되는 일인가요? 경력자도 재취업이 힘든 게 요즘이라구요. 모르긴 해도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그 힘든 일을 시작한 게 분명해요."

"맞아요. 막상 직장에 나갈 생각하면 솔직히 끔찍해요. 제대로 볼펜을 잡아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한 판인데 어떻게 취직해서 업무를 볼지, 어휴 겁나요 겁나. J는 요즘 너무나 살기 힘들겠다!"

"거의 가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도 들리더라구요."

"아이 참, J 얘기를 자꾸 하니까 기분이 너무 우울해지네요. 걱정도 되구. 그래도 살림하는 팔자가 편한 건 맞긴 맞나봐요, 그쵸?"

그룹이 각자 핸드백을 둘러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이미 오후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취직한 멤버에 대한 추측과 소문에 대한 수다로 두어 시간을 보낸 그들은 종잡을 수 없는 초조한 기분으로 집을 향했다. 자신의 현재 삶이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동시에 남편 일이 안 풀릴 경우 대처법이 막막해 심란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이유야 어쨌든 새로운 상황을 겪고 있는 멤버의 변화를 불운으로만 해석해 수다에 곁들일 양념으로 쓰고, '저런 일이 나한테도 일어나면 어쩌지'하며 내심 불안을 감춘다고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반면, 걱정이 된다고 열 번 말하는 대신 한 번 통화로 직접 전하는 안부는 당사자가 빠진 소모적 수다를 줄이고 시간을 아끼며 관계를 친밀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살림하는 여자는, 일하는 여자에게 부족한 사회생활과 경력단절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정보를 얻어 간접적이나마 사회인으로서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일하는 여자는, 살림하는 여자에게 시댁관계, 가사, 육아에 관한 정보를 얻어 주부로서 미흡한 점을 채울 수 있다.

편견을 버리고 서로에게 배울 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여자들은 Win-Win을 안겨주는 서로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 생활을 다채롭게 업그레이드할 줄 안다.

 기혼녀의 커리어를 생계수단으로만 보는 전업주부의 단색적 시각도 변해야 한다. 무늬만 걱정인 '험담'에 반복 참여하는 대신 전화로 J의 근황을 물어보며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한 멤버는, 그녀를 통해 직장생활의 이모저모를 배우며 주부로서 느껴온 사회생활에 대한 위축감을 해소하고 비밀이나 다름없던 컴맹 타이틀을 벗어던졌다.

카더라 통신에 근거해 소설처럼 줄줄이 엮어가는 용도불명의 남 얘기는 부질없다. 전업맘과 워킹맘이 서로를 왕따시키는 바람에 고민하는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린 시절 상처가 된 왕따의 사슬이 성인들의 무대에도 여지없이 이어지는 악습임이 확연하다.

어른이 되면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단정하지 말자. 우정이란, 관계에 독을 퍼뜨리는 가십이 서로를 잇는 진솔한 대화로 바뀔 때 시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싹을 틔우는 파릇파릇한 동맹이니까.


<글·베로니카 리(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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