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은 칼칼한 칼국수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먹거리' 치킨은 인기만큼 조리법도 다양해 삼계탕, 닭조림(닭도리탕), 영계백숙과 같은 고유의 닭요리부터 아직도 많은 팬을 거느린 전기구이 통닭, 닭고기 대중화를 이끈 프라이드치킨과 프라이드치킨을 한국화 한 양념치킨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천년만년 갈 것 같았던 프라이드치킨의 아성은 튀김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몇 해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오븐에 구운 치킨이 채워가고 있다.
그런데 기름에 튀기지 않아 트랜스지방 걱정이 없는 것은 물론 고온에서 구워내는 동안 닭고기 자체에 함유된 지방(기름)까지 없애준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한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오븐구이를 이제 홍콩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됐다.
홍콩섬 센트럴 퀸스로드 더 센터(The Centre) 빌딩 건너편에 자리한 '최가네'가 그 주역. 이 가게는 닭의 기름기를 완벽하게 제거한 메뉴들을 선보이며 한창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오픈한지 몇 개월 안 된 집이기에 간판도 걸려있지 않아 찾기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번지수 Queen's Road 118번을 찾으면 그리 어렵지만도 않다.
마치 사방채(개인요리집)처럼 찾기 힘든 입구부터 사진 한 장 걸려있지 않아 휑하기까지 한 이집의 실내분위기에 적응하려면 잠시 시간이 걸린다. 이걸 다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지 수가 많은 홍콩의 일반 한식당과 다른 치킨, 비빔밥, 생선구이, 찌개, 전, 떡볶이, 라면, 만두 등 분식집 같은 메뉴 구성도 생소하고, 키가 장대같이 큰 홍콩인(?) 매니저가 겅중겅중 걸어 다니며 서비스하는 모습 또한 친숙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치킨 한 마리와 맥주 한 잔이 앞에 놓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푸짐한 닭 한 마리에 깔끔하게 나오는 식초무절임을 하나 입에 넣고 우적우적 먹으며 맥주 한 잔 쭉 들이키면 잊혀졌던 한국의 맥주집이 생각난다.
이집에서는 특히 바삭바삭한 프라이드치킨과 입에 불을 확 지피는 양념치킨 외에 위에서 언급한 오븐구이 치킨을 선보이고 있다. 오븐구이 자체가 요리 과정에서 기름이 쪽 빠져나가 건강을 챙기는 이들에겐 반가운 메뉴인데다, 속속들이 낀 누런 기름까지 일일이 제거한 한 후 초고온으로 구워내 담백하면서도 찰진 맛을 자랑한다.
홍보 부족인지 손님이 적어 분위기가 다소 썰렁하긴 하지만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이제 제법 단골들이 늘었고, 퇴근하는 길에 들러 치킨을 사가지고 들어가는 주재원들도 많이 늘었단다.
또 아직 메뉴판에 정식으로 올라가있진 않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최가네' 비장의 무기는 뭐니뭐니해도 싱싱한 새우와 오징어를 넣어 시원하게 끓여낸 후 청양고추를 술술 뿌려낸 해물칼국수다. 얼마나 칼칼하고 시원하던지 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한 입 먹어보고 홀딱 반할 맛이니 말이다. 비가 심술궂게 하루 종일 내리는 날이면 이집의 뜨끈뜨끈한 칼국수가 바짝 땡길것 같다.
이 외에 떡볶이도 아주 맛있고, 가끔 생각나는 한국의 라면도 이집에서라면 제대로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아직 서비스나 맛 부분에서 부족한 점들이 많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많지만 이렇게 값싸고 맛있는 분식과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센트럴이나 상환 일대의 샐러리맨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소 : 中環皇后大道中118號1樓
1/F, 118 Queen's Road, Central
전화 : 2815 8823
가격 : $41-$100 / 1인
찾아가기 : 센트럴 The Centre 건너편 ICBC Bank 옆
<로사 권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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