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영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홍콩한국국제학교 교무부장 김영수
재외국민전형(이하 특례)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영어는, 테베의 길목을 막아선 스핑크스와 같다.
스핑크스는 테베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기묘한 수수께끼를 내서 틀리면 가차 없이 죽였다. 오이디푸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스핑크스가 내는 오만한 문제의 해답인 '사람'을 오이디푸스가 맞힌 후에야 그들의 운명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스핑크스는 굴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바위에 부딪혀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테베 국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왕위에 올랐다.
특례 영어 이야기에 앞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끄집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핑크스를 뛰어넘지 못하면 테베에 못 들어가듯, 영어를 해결 못하면 특례 입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고난을 통과한 오이디푸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특례 입시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면밀히 검토하고, 내가 갈 대학에 어떤 종류의 영어가 필요한지 선택하고 집중해야 스핑크스를 넘어 대학에 입성할 수 있다.
이 말은 수험생 모두가 TOEFL 준비를 하고 SAT1과 AP라는 스핑크스 앞에서 진땀을 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특례 입시에서 성공하려면 수험생의 학력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분석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 방법을 택해야 한다.
TOEFL 얘기를 해보자. 최상위 5% 정도 성적에 해당되는 약 140명(올해 특례입시생을 약 2800명으로 산정)을 제외하고는 TOEFL은 필수 전형 조건이 아니다. 전체 입시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소수 대학을 제외하면 미미하다. 물론, TOEFL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TOEFL 성적 획득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면 영어 학력 전반의 실력이 좋아진다. 이해(듣기, 읽기)와 표현 (쓰기, 말하기) 영역에서 꾸준히 점수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TOEFL에 매달려야 하느냐, TOEFL로 승부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다른 영어 고사나, 대학별 전형에 집중하는 것이 대학에 들어가기 더 쉽다는 말이다. TOEFL을 준비할 시기와 그만둬야 할 시기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단적으로 고2 10월 전후에서 TOEFL에 2차례 이상 응시한 성적이 90점 이하면 TOEFL을 과감히 포기하고 TEPS나 TOEIC으로 바꿔야한다. TOEFL을 전형 조건으로 제출하는 대학은 거의 고려대학교 하나 정도뿐이다. 각 대학 전형별 영어 반영 유형<표 1>을 살펴보자.
<표 1>은 한국 학생들과 함께 경쟁하는 "특기자 전형"과 재외국민들만 지원할 수 있는 "특례전형"으로 구분된다. 두 전형을 통틀어 TOEFL만을 인증 성적으로 고집하는 학교는 거의 고대뿐이다. "특기자전형"도 TOEFL, TEPS, TOEIC 등의 인증 성적을 허용하고 최저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성적 조건은 서류 제출 최저점이므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영어 시험을 선택해 높은 인증 성적을 제출해야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특례에서 영어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영어 능력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하나는 영어인증 성적이고 다른 하나는 각 대학별 영어 지필고사를 말한다. 따라서 이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시기와 결단력이 곧 입시의 성패를 좌우한다.
영어 능력이 뛰어난 수험생이라면 TOEFL에서 115 이상을 획득하고 SAT1 2000점 이상, AP도 진로 전공 관련 과목에서 2~3개 정도를 획득하면 연세대, 고대 수시1에 서류 100%로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최상위 5%에 해당하는 수험생들이다.
TOEFL이 100점 전후인 사람이 SAT 1800점 이상이 나올 리 없고, AP는 더욱 필요치 않다. 보통 3년 특례생 중 이 정도 성적이면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고 상대적으로 영어 학습의 기본 능력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성적의 학생이 중하위권의 대학에 원서를 낸 적이 없었다. 이 영어 성적으로 고대 영어 인증 성적을 넣었고, 올해는 성대전형 자격으로 넣은 후에 학교별 지필고사를 치러야 한다. 이 수준의 영어 성적은 결국 자격 조건일 뿐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학교별 전형고사다. 고대는 수학이고, 성대는 국어와 수학이다. 나머지 대학은 어차피 전형 조건에 TOEFL 성적을 요구하지 않으니, TOEFL에 매달리는 건 헛수고다.
<표 2>를 참고해보자. 아래와 같이 연대 및 고대 수시1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합격 방법이다.
본교 졸업생 중에도 수학은 내신만 관리하고, TOEFL 100점 내외의 점수와 국어, 논술, 학교별 영어 고사를 준비한 학생이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을 포함 9개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별 수학고사는 포기했고, 고대와 이대가 시험이 겹쳐 이대를 선택했다. 결국 TOEFL은 한 번도 써먹지 못했다.
평소에 꾸준하게 준비한 대학별 국어, 논술, 영어 실력으로 합격의 기쁨을 9번이나 누린 것이다. 이 학생의 성공 비결은 위 영역을 고2에 올라오면서 성실하고 꾸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학생의 영어 학습을 살펴보면 이 학생은 TEPS를 병행해 준비하면서, 대학별 영어기출문제를 수업과 보충 수업을 통해서 1년 이상을 준비했다. TEPS의 출제 유형이 대학별 영어 시험과 유사해서 두 시험을 병행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TEPS는 시간 투자에 따라 점수 상승이 나타나는 시험이므로 대학별 영어 시험과 함께 준비한다면, TOEFL에 과도한 시간과 물질을 낭비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게다가 본교에서는 4년 간 TOEIC 900점 내외 성적만으로 경북대 글로벌 경영에 합격했다. TOEIC 920점이면 서울 중하위권 8개 정도의 대학에 합격 가능성이 있다.
고대와 연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의 입학 열쇠는 국어, 영어, 수학, 논술로 조합된 대학별 전형고사를 얼마나 준비하고 시험 보는가로 결정된다. 학생의 현재 성적과 영어 수험 능력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나서 영어 공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2012학년부터 2013학년의 특례입시 변화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TOEFL과 SAT1 등의 공인 영어 시험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부터 대교협 지침으로 국내 대학 전형에서 공인시험점수의 자격 조건화를 금지했다. 고대가 세계선도화 인재전형에서 공인시험점수를 자격 조건화했다가 제재를 받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2012학년도 재외국민 특별전형의 주요 변수를 바탕으로 공인성적에 따른 입시전략을 점검해보자.
우선 토플 성적이 110점 내외이며 GPA가 뛰어난 학생들의 사례를 보자. 서류전형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학생들에게 2012학년 입시는 다소 유리하다. 먼저 연대가 서류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수가 작년 34명에서 68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고대 재외국민 1차에서 SATⅠ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글로벌 전형이 폐지되어 전형 인원이 14명 증가되었다. 어쨌든 작년대비 48명이 증가한 셈이다. 게다가 올 수시 전형부터 추가 모집을 실시하므로 작년 입시 기준으로 연대 국제학부 약 50명, 이대 국제학부 약 20명 정도가 추가 모집에서 충원될 것이다. 따라서 공인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내신 성적을 유지하고, 학교별 전형고사를 충실하게 준비하면서 TOEFL과 TEPS 등의 공인성적과 SAT1의 고득점을 획득하면, 고대1차와 연세대 서류 전형,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 서류 전형 유형도 뚜렷하게 양분된다. 서강대 알바트로스 전형의 1단계 서류 전형과 연세대 수시 전형에서 iBT 성적이 105점 이상인 학생들은 공인성적에서 동일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공인성적의 비중이 절대적인 대학인 고대1차와 종합적 평가를 하는 대학인 연세대의 전형으로 크게 양분해서 준비해야 한다.
TOEFL과 TEPS 등의 공인성적에 비해 AP나 IB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공인성적 향상과 함께 전공과 관련된 비교과 영역에 대해 장기간 계획을 세워서 갖춰 나가야 한다. 반대로 AP나 IB 성적이 신통치 않지만 공인성적과 SATⅠ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공인성적을 최대한 높이면서 고대 및 성대 지필고사 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
2012학년도 국내 대학입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변화는 수시모집의 추가 합격자 충원이다. 작년까지는 수시모집에서 여러 대학 중복합격자들로 인해 미등록자가 생겨도 추가 합격자를 충원하지 못했으나 올해부터는 수시에서도 등록을 하지 않아 생긴 결원을 추가합격에 의해 충원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중하위권 대학에 지망하는 특례생들은 자신의 조건에 맞는 대학의 수시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추가 충원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인문계와 예능계 지원자 중 GPA가 최상위권이며 지망 전공 영역에 주목할 만한 노력과 입상 실적이 있는 학생은 올해부터 논술고사가 폐지되고 면접시험을 보는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 지원해볼만 하다. 2011학년도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서 해외고 졸업자 합격자 수가 12명이었는데 올해 상해한국학교의 서울대 입학설명회에 따르면 그 수를 더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서류전형에 비교 우위에 있는 학생들은 수시 모집의 면접과 논술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좋겠다.
특례는 더 이상 특혜가 아니다. 시험의 난이도보다는 경쟁률이 문제기 때문이다. 각 대학별 평균 경쟁률이 30대 1을 넘어서고 있다. 복수합격자를 제외해도 적어도 내 주변에 10명 중 하나만 합격생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 학생은 전력을 다해 공부하지 않고 "공부 흉내"만 내면서 허송세월 하고 있고, 학부모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탓하면서도 기대 수준치는 매우 높다. 입시를 마무리 짓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지속적인 학습태도와 학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고2 학생들도 수험생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고3이 귀국을 앞둔 이 시점부터 사실상 9월~12월에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의 카테고리가 거의 그려진다고 봐야 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
다음 시간에는 2012학년도 입시대비방안과 현재 10학년과 11학년이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