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40세의 아까운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등진 '홍콩의 가희(歌姬)' 매염방(梅艶芳)이 어머니 때문에 죽어서도 편치 못할 것 같다.
매염방의 유언으로 불교재단에 맡긴 재산의 상속권 분쟁이 여전히 계속되기 때문이다.
매염방의 어머니(88세)와 오빠 매계명 (梅啓明)이 홍콩 번화가 중환에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모자는 7년이나 끌어온 매염방의 상속다툼 재판이 지난 5월 종심법원(대법원)에 의해 패소판결을 받아 법적으론 끝났지만, 이에 불복해 거리로 나섰다.
모자는 법원의 최종판결을 '세기의 대사기 재판'이라고 매도하는 전단지를 행인에게 나눠주며 자신들이 고인의 재산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가수와 배우로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매염방은 미혼의 몸으로 자궁경부암에 걸려 숨지기 전 1억 홍콩달러(약 136억)에 이르는 총재산으로 재단을 설립, 자선활동 등에 쓰라고 유언했다.
다만 매염방은 재산을 기탁한 불교시설 묘경불학회에 노모에겐 매달 7만 홍콩달러의 생활비를 제공하고 조카들의 학자금을 주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만 받게 된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2004년, 유산 모두를 상속해야 한다며 묘경불학회를 상대로 제소, 지리한 법정다툼이 이어졌다.
법정에선 그간 매염방의 매니저와 소속사 직원 등 연예 관계자는 물론 주치의, 묘경불학회 대표, 개인비서, 유산관리인 등 수십 명이 증인으로 나선 가운데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재판 도중 어머니의 생활비는 법원의 중재로 매달 7만 홍콩달러에서 12만 홍콩달러로 증액됐으나 소송은 취하되지 않은 채 계속됐다.
결국 종심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측의 패소를 확정했는데 어머니는 법정을 떠나며 "재판에서 졌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끝난 게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승소하면 넘겨받을 부동산을 팔아 소송비용을 댈 생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 송사를 벌였지만 패소하면서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고 한다.
홍콩 언론은 매염방이 남긴 빌딩 3동이 최근 경기회복으로 급등하면서 상속재산이 몇 배로 뛰자 초조해진 어머니가 최후의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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