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고스트 축제 8월14일 (음력 7월 15일)
오는 8월14일은 "홍콩의 할로윈"으로 알려진 우란절(盂蘭節·음력 7월15일)이다.
우란절에 홍콩인들은 지옥문을 나와 세상에 돌아온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는 한편, 돌아갈 집이 없는 방황하는 영혼(헝그리 고스트 : 아귀)을 진압하기 위해 골목이나 점포에 밥이나 과일을 갖추어 향을 피우고, 종이로 만든 옷과 가구 등을 태워 정성껏 공양을 한다.
매년 음력 7월15일부터 한 달간 지옥문이 열리고, 지옥문이 열리는 첫날이 바로 "홍콩의 할로윈"이다. 서양의 할로윈에서 유령들은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거야!"라고 말하지만 우란절은 "돈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거야!"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매우 현실 적인 홍콩인들은 '자, 귀신 여러분! 용돈입니다! 쇼핑 천국 홍콩에서 올해도 마음껏 놀고 가세요!'라며 돈을 훨훨 불태워주는데, 이는 홍콩식 귀신 우대 선심성 정책인듯 하다.
이날 코즈웨이베이와 침사추이, 몽콕에서는 홍콩인들이 준비해 놓은 제삿밥과 돈으로 귀신들이 쇼핑 삼매경, 음식 삼매경에 빠진다. 최근에는 화재를 우려하여 홍콩정부가 금지하고 있지만 홍콩인들의 밑바닥에 깊이 깔린 의식에서 비롯된 '전통적인 행사'는 거리에서 쉽게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홍콩 사람들은 우란절에만 지폐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장례식에서도 '저세상에서 돈이 없어 곤란해지지 말라'는 의미로 지폐를 관에 넣어 함께 화장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장례식 때 홍콩 사람들은 망자가 평소에 좋아했던 종이로 제작된 옷을 불태우는데 요즘에는 21세기의 홍콩에 걸맞게 자동차, 마스코트, 마작, 딤섬세트와 차 세트, 맥도날드 세트, 게임기, 휴대 전화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화 되는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
홍콩인들은 또한 "돈을 함께 불태워주면 세상에서의 곤란이 사라진다"고 믿기도 한다.
우란절 풍습중 하나는 이날 저녁 귀신들을 위해 준비하는 엔터테인먼트. 홍콩의 각 지역에서 광동오페라(奧劇)의 야외무대가 펼쳐지는데 이때 관중석 맨 앞에 자리는 유령님들을 위해 비워 두는 것이 관례로, 유령과 현세의 인간이 함께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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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안미 순서를 기다리는 노인들 |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죽음이 가까운 나이 많은 노인들이 귀신을 친구삼아 함께 거리에서 심야까지 노니는 모습을 홍콩의 변두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거리를 지나며 귀신들에게 "올해도 즐기고 돌아가 주세요"라며 귀신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얼핏 보면 실성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머지않아 자신들의 모습일 수도 있는 귀신들을 극진히 예우하며 사후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찡하기도 하다.
축제의 마지막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각 단체로부터 평안미 「 平安米 」가 분배되는 되는 이날 행사장은 쌀을 받기위한 노인들로 넘쳐난다. 과거에는 나이 많은 노인이 뜨거운 태양아래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쓰러지면서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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