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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크리스마스 - 중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앙꼬 없는 찐빵?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12-08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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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6호, 12월 9일]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에서도 이맘때가 되면 울긋불긋한 전등이 내..
[제106호, 12월 9일]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에서도 이맘때가 되면 울긋불긋한 전등이 내걸리고, 캐럴이 울려 퍼지며,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가 등장하는 등 제법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12월 25일을 그저 서양 명절 중 하나로서 이날을 빌미로 즐겁게 노는 날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각종 외래 문화가 유입되고 있는 것은 세계화와 관련 있다.  즉 개혁·개방 정책이 가속화됨에 따라 해외 문화를 접하고 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각종 외래 문명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대량 소비 문화와 물질 만능주의의 확산,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는 상업주의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중국에서의 성탄절은 알맹이는 빠지고 빈껍데기만 있는 이상한 형태의 문화로 변질되고 말았다.  지금부터 크리스마스를 통해 국제화 시대 중국의 현주소를 되짚어 본다.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공식적인 휴무일이 아니다.  심지어 12월 25일에도 모든 학교들이 정상 수업을 한다.  크리스마스를 최고의 축제로 생각하는 나라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이곳 중국에선 지극히 정상이다.  그래도 이맘때 쯤이면 시내 번화가에는 마치 은하수를 새겨 넣은 듯한 울긋불긋한 전구와 장식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백화점, 호텔, 음식점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직원들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는가 하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이는 크리스마스가 중화민족 고유의 전통명절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요란스러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러한 각종 행사들도 매체를 통해 듣고 보고 한 것을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중국에서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서양문화와 중국문화가 한데 엉켜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산타 얼굴이 붙어 있는 가게 입구 양 옆에 붉은색 초롱을 걸어 놓는다.  또 붉은색 전통 치파오(旗袍)를 입은 호텔 안내원들이 산타 모자를 쓴다.  호텔 뷔페에 가면 칠면조 대신 닭구이 혹은 오리구이가 나온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칠면조 대신 닭'인 셈이다.  마치 짙은 화장에 아줌마 파마를 하고,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받쳐 신은 미성년자를 방불케 한다.  요란스럽고 어딘가 어색한 그런 분위기이다.  서양인들이 경극(京劇)을 하는 것처럼 왠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는 결국 서양문화의 취지 및 내용은 무시한 채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꾸미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중국 고유의 명절도 많아 부담스러운데 낯선 외국의 명절까지 일일이 챙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와 상관없이 세계 주류(主流)문화의 일종으로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일부 계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인들에겐 크리스마스가 물 건너온 외국의 명절일 뿐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아직까지 붉은색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춘절 무렵 가로수마다 붉은 초롱을 달고 집집마다 대문짝에 복(福)자를 붙여놓으면 곧바로 중국 특유의 명절분위기가 가슴 훈훈히 전해지지만 크리스마스는 이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황금만능주의와 국제화 시대의 도래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외래문화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그 중심축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중국의 국제화이다.  중국의 국제화는 실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국제화는 크게 ① 물질의 국제화 ② 사람의 국제화 ③ 자본의 국제화 ④ 정보의 국제화 ⑤ 문화와 생활방식의 국제화로 나뉜다.  이렇게 봤을 때 산타 할아버지의 중국 진출은 문화와 생활방식의 국제화에 속한다 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인들은 소비주의에 의해 경제가 좌지우지되고 있다.  인민폐의 평가절상을 놓고 논쟁이 치열한 현재, 중국인은 손에 쥐고 있는 인민폐가 그래도 괜찮은 화폐라고 흐뭇해하며 해외관광에서도 떳떳하게 인민폐로 지불한다.  '현금 = 물질', 바로 이것이 대부분 중국인들의 소비개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현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에겐 생활필수품이 터무니없이 많아졌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큰 물건에서부터 사소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물질적인 것으로 충족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소유욕구가 판을 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품이 많아진 데다 상품이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탐스럽고 앙증맞기까지 해서 손만 뻗으면 이 세상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욕구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부를 창출함으로써 해소해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신세대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지원에 의존한다.  그리고 부모의 경제지원이 끊긴 뒤에는 신용카드에 눈독을 들인다.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은, '현금'이라는 도구만 있다면 어디서나 손쉽게 차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은 차츰 황금만능주의에 빠져들어 돈이면 뭐든지 소유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심지어 외래문화마저도 쉽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 파티? 모두 오케이다.  돈이 있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그 어떤 명절이 아니어도 선물을 주고받고 파티 등을 즐긴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그 의미와 상관없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또 하나의 즐거움을 주는 날이 된 것이다.

유학파들이 만들어가는 크리스마스 문화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중국의 소비문화를 이끄는 장본인은 바로 쇼핑몰, 대형 마트, 나이트 클럽 등 서비스업체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생산을 촉진시켰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여러 서비스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앞 다퉈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꿈에서나 그리던 외국의 풍요로운 생활이 중국 내에서도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1980년대에는 사람들이 중국의 낙후한 현실을 한탄하며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가는 등 타향살이를 택했다.  그리고 타국에서 성공한다기보다 그냥 평범한 시민으로서 그 나라의 문화에 적응을 하는데 만족을 하며 자녀들의 성공으로 자신들의 희생을 보상받으려 했다.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관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문화와 생활 방식의 발전양상은 경제발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현재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육 시스템은 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고등학교 3년+대학교 4년+유학 2년이라고 한다.  화이트칼라들의 '5년 계획'은 28세에 팀장이 되고, 29세에 IELT시험을 보고, 30세에 캐나다에 1년 어학연수를 갔다가 32세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찌감치 이와 같은 교육절차를 받거나 인생계획을 실천한 사람들이 지금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비교해 가장 대비되는 것은 귀국파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국의 목적도 이젠 달라졌다.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진정으로 외국의 선진 문화와 기술을 배움으로써 국내에 돌아와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들은 외국에서의 지식뿐만 아니라 그곳의 풍습과 문화도 함께 가지고 돌아왔다.  이들이 중국에 이국적인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거리 마다 캐럴이 넘쳐 흐르고, 반짝이는 조명들이 가로수를 온통 뒤덮고, 거리 구석구석에서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지던 추억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이를 쉽게 잊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단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소규모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최근 크리스마스트리는 화분에서 키운 자그마한 소나무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3단계 조립식 인조 트리도 생겼다고 한다.  100위안 가량이면 가정용으로도 손색없는 인조 트리를 구입할 수 있으며 나무의 자연향을 제외하고는 진짜와 거의 다를 바 없다.  트리 장식품은 모두 자국산(Made in China)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역시 100위안 가량이면 충분하다.  200위안이면 중산층 가정의 세 식구 외식비 정도이므로 큰 부담이 아닌 셈이다.

  새해(元旦)는 춘제(春節)에 비해 다소 덤덤하게 지내는 편이다.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연말에 어김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왠지 모를 공허감과 허탈함을 달래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크리스마스는 또한 송년 분위기 속에서 유흥 문화를 막 즐기기 시작한 중국인들에게 또 하나의 핑계거리가 되기도 한다.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TV나 영화 혹은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로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는 법을 배운다.  외국손님과 젊은이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필수 상업 수단이기 때문이다.  앞서가는 사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을 이들은 터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탄절은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유희일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화이트칼라, 소자본층, 중산층, 보보스족(BOBOS) 등이 중국 사회의 상류층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생활 경력이 있거나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로 이름도 토니, 루시, 스티븐 등 외국 이름을 사용하며 말끝마다 영어 한두 마디씩을 섞어 쓰면서 서민층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중국의 현실과 전통을 뒤로한 채 미국식 생활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한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크리스마스야말로 그들의 존재를 과시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로 자신들의 공허하고 쓸쓸한 문화 공간을 외래 문화로 채워 넣기 바쁘다.  그리고 자신들이 시대의 선두에 서 있는 국제인 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일부 중산층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문화가 싹트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의 날'처럼 느껴진다.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이니만큼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이 날은 그저 서양에서 건너온 한낱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2004년 전 이 땅에 사람의 몸으로 예수가 태어났다는 점,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태어난 그가 처음 몸을 뉘였던 곳이 작고 초라한 말구유였다는 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 크리스마스라는 점. 중국인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  어찌 보면 중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나름대로 향유하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성탄절은 결국 종교적 의미보다는 상업적인 색채가 짙다.  물론 중국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믿는 건 자유지만 전도는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이런 외래 문화의 확산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일까?  그 대답은 자명하다. 결국 정부는 크리스마스가 중국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사출처 : 월간 위드차이나>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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