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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66) - 청춘을 돌려주지 마세요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12-15 11: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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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7호, 12월16일] 청춘을 돌려주지 마세요 젊음? No thanks.   지난 주에 홍콩에서 자기 사업을 운영하거나 전..
[제107호, 12월16일]


청춘을 돌려주지 마세요

젊음? No thanks.

  지난 주에 홍콩에서 자기 사업을 운영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송년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저마다 분야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동안 마주치기 힘들었던 얼굴들이 연말이라는 핑계 아래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변호사, 트레이너, 서점 주인, 편집장, 그래픽 디자이너, 라이프 코치, 광고인, 사진가, 회계사, 교사, 요리사, 마케팅 컨설턴트, 물리치료사, 교수, 은행가, 식당주인, 스타일리스트, 풍수 전문가 등. 한곳에 모인 회원들의 이십 여 가지 국적과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직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저 자신의 덤덤함에서 국제 도시민 특유의 체취를 새삼 느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합석했던 오십 대 여성 가운데 한 명이 말했습니다.  "아, 저기에 모여 있는 아가씨들 좀 보라구.  몇 살들이나 됐을까?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요즘은 믿어지질 않는다니까요.  그 땐 누구랑 뭘 하고 다녔는지 기억까지 가물가물하니 원.  돈 있는 사람은 안 부러운데 젊다는 거 하나는 너무 부러운 거 있지요?  저 아가씨들 테이블은 여기랑은 다르게 어딘지 통통 튀는 맛이 있잖아요?" "T여사, 그렇게 부러워하는 걸 보니 당장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군요.  그렇죠?"  "어머 내가 미쳤수? No thanks! 내가 오늘날 여기까지 오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딜 다시 돌아가.  눈으로 보기에 신선하고 탱탱해서 젊음이 좋다는 얘기지,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긴.  어휴 그 이십대 시절의 진로 걱정, 실연당한 기억,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지금은 완전 천국이라니까요.  안그렇수? 그땐 정말 지긋지긋했던 것 같아."

  청춘을 돌려달라고 한숨 쉬는 사람보다 굳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이래저래 고민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한 요즘입니다.  그만큼 현실에 만족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딱히 짜릿해 할 과거가 없기 때문인지는 개인만이 답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다만.  졸업이나 취직 또는 승진을 앞둔 유럽인 싱글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조차 오십을 넘어선 T와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어떻게든 빨리 진로가 결정이 됐으면 좋겠다, 이력서를 보낸 곳 어디서건 연락이 오면 일단 들어가고 보겠다, 영양가 없는 데이트도 한 두 번이지 이젠 정말 성격 웬만한 사람만 나타나면 결혼해 버리겠다 등등...  중년의 성숙에 앞서 찾아오는 젊은 시절의 혼란과 방황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습니까?  무엇이 그 때의 당신을 지탱하고 붙들어 주어 도움이 되었습니까?

멀어진 얼굴들

  홍콩을 오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생활상을 지켜보노라면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 될수록 좋다'는 말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특히 이직이나 이주 등으로 생활의 변동이 잦은 외국인으로서 한결같은 대인관계를 장기간 유지하기란 힘든 일입니다.  유럽인 유학생들과 직장인 싱글들을 만나 봐도 비슷한 고민들이 쏟아집니다.  홍콩의 빠르고 다이나믹한 생활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어느덧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거리감을 느끼고 멀어지는 고향의 친구들, 동서양이 만나는 홍콩의 매력에 반하여 졸업 후 유럽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취직을 해 버린 외동 아들의 결심에 충격을 받은 노부모, 학생 신분으로 유럽-홍콩 간 여비를 마련하지 못해 서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젊은 커플의 깊어가는 갈등.  그런 가슴앓이의 내용을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원래 계획한 대로 반 년만 있으려고 했지요.  그런데 홍콩이 제 인생에 제공해 줄 가능성에 완전 반해버린 겁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나는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 속에서 경쟁하는 삶! 그게 바로 제가 소원하는 미래의 모습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저의 약혼녀가 아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유럽에 돌아가 결혼해서 산다면 훗날 그녀를 원망하게 될까 겁이 납니다.  그녀 때문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꿈, 포기해버린 가능성 등을 속으로 그리며 살게 될 테니까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홍콩의 부산한 거리를 바라보는 유럽 청년 F의 파란 눈은 수심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제가 홍콩에 처음 왔을 때, 거의 비행기에서 살다시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잦은 여행이 체질에 맞지 않았던 저는 국내의 친구들과 통화를 할 때마다 끈질기게 불만을 털어놓곤 했습니다.  지구촌을 종횡무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애로사항'이라기보다는 '환상'이었던 그녀들은 그런 불만을 은근한 자랑이나 즐거운 비명의 반복으로 여겨 차츰 멀어져 갔습니다.  그 때의 저와 비슷한 나이의 유럽인 젊은이들의 모습 속에 과거의 제 모습을 비춰봅니다.  제가 좀 더 정성을 보여 우정을 지켰더라면 좋았을 어떤 친구의 아쉬운 얼굴도 함께 떠올려봅니다.

  학교의 든든한 울타리를 떠나 세상으로 쏟아져 나온 이십대의 영혼들.  '그들이 현명한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고 우정을 지키며 사랑을 키워가기엔 할 일이 너무 많고 바쁜 것이 아닐까'하는 조금은 감상적인 생각에 젖어드는 저녁입니다.

*당신의 사랑에 깊이를 더해줄 커플들을 위한 강좌 I to WE와 현명한 싱글을 위한 강좌 BECOMING A SMART SINGLE 수강 신청 문의를 보내시면 답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라이프 코치의 웹사이트 참조)

라이프 코치 이한미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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