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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뷰]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12-22 1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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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8호, 12월23일]   홍콩 경찰이 한국 원정 시위대 11명을 불법 폭력시위 혐의로 구속했다.  한국 노동자·농..
[제108호, 12월23일]

  홍콩 경찰이 한국 원정 시위대 11명을 불법 폭력시위 혐의로 구속했다.  한국 노동자·농민 1,000여 명이 외국에서 시위로 연행되고 다수의 구속자가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이 홍콩으로 날아가 시위를 벌인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무역 자유화를 표방하는 WTO 체제가 빈국의 시장 개방을 강요해 결국 노동자·농민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무역 자유화는 미국 등 선진국 주도로 이뤄지는 세계화를 뜻하기도 한다.  이번 홍콩에서도 반세계화 구호와 반WTO 구호가 뒤섞였다.

  빈국과 개도국 노동자·농민들의 이같은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는 옳든 그르든 새로운 국제체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따라서 세계화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즐기라는 논의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 같은 책이 그것이다.

  '세계는 평평하다'는 '21세기의 짧은 역사'란 부제가 말해주듯 2000년 이후 급가속 페달을 밟는 세계화의 질주를 다루고 있다.  1492년 콜롬버스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프리드먼은 21세기의 세계에서는 국경이나 시간 장벽이 사라져 버렸음을, 즉 세계가 평평해졌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남인도의 정보·기술(IT) 중심지 방갈로르에서였다.
  
-지나친 낙관 '세계는 평평하다'-
  그는 '세계가 평평하다'는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 갖가지 예를 동원한다.  그는 방갈로르 시내 KGA 골프 클럽에서 첫 스윙을 준비하면서 파트너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건물을 겨냥하면 된다"는 조언을 듣는다.  9·10번째 홀에는 휴렛팩커드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입주한 빌딩이 나란히 서 있다.  길가의 피자헛 광고판에는 뜨끈뜨끈한 피자가 그려져 있다.  이건 아무래도 인도 같아 보이지 않는다….

  직원이 2,500명 정도인 방갈로르의 한 콜센터에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다. 이렇게 전화 상담이나 판매 활동을 하는 인도인은 24만5천명이나 된다.  2003년 미국인 2만5천명의 세금 정산이 인도에서 이뤄졌다. 2005년에는 40만명이 될 것이다.  이런 아웃소싱은 세계를 평평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다.

'세계는 평평하다'는 새로운 버전의 세계화 안내서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화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와 미국 중심주의로 비판받는다.  새너제이 주립대 로베르토 곤잘레스 교수(인류학)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서평에서 세계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즉 평평해진다는) 것은 지난 10년 이상 진행되어 온 현상인데도 프리드먼이 혼자 '평평한 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행세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프리드먼이 드러내는 '지적 마비' 증세다.

  프리드먼은 방갈로르와 중국 다롄에서 만난 쾌활한 CEO들과 하이테크 종사자들을 통해 세계화가 얼마나 신나는 것인지 설명한다. 그러나 마지막장까지 대부분의 인도인과 중국인들이 가난하게 산다는 것,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유럽(그리고 미국)의 아랍·무슬림 세계에 대한 200년 지배가 미국과 유럽에 대한 분노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없다.

  프리드먼의 평평한 세계의 주민은 포춘500대 기업의 CEO들, 멕시코의 전직 대통령, 미국 국무장관과 군장성, 인도와 중국의 무역장관들이다.  세계 은행과 IMF, WTO 정책의 결과로 인해 농부, 공장 근로자, 행상들이 겪는 빈곤과 기아, 질병과 같은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부유·빈곤층 격차 점점 벌어져-
  사실 세계화의 치부를 드러내는 자료는 넘쳐난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밝힌 노동시장 주요 지표는 지난 10년 간의 세계화가 빈곤을 해결하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 노동자의 50%인 13억8천만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및 후진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김철웅 논설위원〉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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