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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 갈등 한국에만 있을까? (1)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1-19 14: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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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1호, 1월20일] 사랑을 위하여 끌어안은 이 도시   홍콩에 발을 붙이고 산지가 벌써 올해로 5년째를 맞는다. &nb..
[제111호, 1월20일]

사랑을 위하여 끌어안은 이 도시
  홍콩에 발을 붙이고 산지가 벌써 올해로 5년째를 맞는다.  객지에서 만난 홍콩인 남자친구를 따라 난생 처음 홍콩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낯선 공기,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어느 하나 익숙한 것 없는 남의 나라에 오직 내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나는 홍콩을 끌어안기로 했다.

  고난과 역경으로 굽이진 한 세상을 살아내는 것도, 한 사람과의 만남이 뜨거운 사랑으로 시작하여 차갑고 척박한 현실로 정형화 되어가는 것도, 누구나 다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은 차라리 내게는 큰 위안이 되어주기도 한다.

  사랑으로 시작한 홍콩과의 만남은 사랑이 퇴색해 감과 동시에 퇴색된 도시로 남겨지게 된다.  그러나 나는 퇴색한 사랑을 서글퍼 하며 퇴색한 도시에서 회색빛으로는 차마 살 수 없다.  사랑 하나면 세상을 멋지게 살아낼 수 있다며 내 부모와 형제, 고국을 훌쩍 떠나온 나 자신과 내 자존심을 지켜내야 하고, 또 우리의 사랑으로 만들어낸 영롱한 한 생명을 세상에 우뚝 서게 해야 한다.  나는 이 도시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다시 끌어안기로 한다.  그리고 현실에 묻혀 있는 희미한 사랑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가만가만 입김을 불어 넣기를 멈추지 않는다.

  홍콩에 살면서 한국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들을 만나 얘길 나누다 보면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한국이 아닌 홍콩에서 살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그림자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내게 "우리 같은 고부간의 갈등이 없으니 홍콩 남자와 사는 당신은 얼마냐 행복하느냐" 며 부러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시댁으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것만 같은 홍콩 남자와 결혼한 나도 시댁과의 갈등으로 밤잠을 못 이루곤 한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어쩜 그럴 수 있느냐며 혀를 끌끌 찬다.  세상살이 뭐 별 게 있을까?  톱니바퀴는 맞물려야 돌아가듯, 우리의 삶도 사랑과 행복과 고난과 부대낌 등이 하나하나 맞물려야 삶이라는 바퀴가 서서히 굴러갈 수 있음을...

  이런 글을 쓰므로 해서 그렇지 않은 홍콩 가족과 사는 한국 여성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왜 가끔 그런 여성들이 있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가지만..) 경우의 수는 부지기수다.  그렇지 않다면 다행이고 부럽다.  그러나 시댁과의 갈등으로 적잖이 나처럼 마음을 끓이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보듬어 주면 좋겠다.  

  자, 그럼 우리들의 시댁과의 갈등은 무엇일까?

홍콩 고부간은 무엇이 문제일까?
  홍콩 가정의 며느리와 시부모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홍콩인에게 있어서 아들 부부와 딸 부부의 다른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홍콩의 부모에게 있어서 아들 부부는 중국어로 말하자면 '自己人(집안 사람)' 이라고 하는데 반해 시집간 딸은   '外人(집안 사람이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그러나 홍콩 사람들은 집안 사람이 되면 서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각한 것을 서슴없이 말하거나 다소 실례되는 행동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外人'은 손님이라는 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언동에 각별히 주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모의 노골적으로 다른 행동에 친딸이라도 당황하게 된다.

  우리 시부모님은 결혼한 지 벌써 몇 년이나 시누의 집에 갈 때 마다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이십 수년 간 같이 산 친딸인데도 결혼하자 남 대하듯 거리를 둔다.  그러나 우리 집에선 어떤가?  우리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시부모님은 마치 자기 집처럼 거침없고 편하게 쉬면서 친구마저 불러, 주인처럼 행세하곤 하는데 한 두 번이면 오죽 족하랴 만은 도대체 그 횟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어째서 우리 집에 오실 때와 시누이네 집에 갈 때의 태도가 저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이들도 우리나라처럼 아들은 언제까지나 아들이고, 딸은 시집 가버리면 남이라고 여기는 것인가?  나의 의아심에 남편은 주저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남편에 의하면, 홍콩의 부모는 친딸이라고는 하지만 옛부터 홍콩인은 '自己人'과 '外人'을 이런 식으로 지극히 자연스럽게 구분지었고, 이것이 홍콩의 며느리와 시부모의 관계를 나쁘게 하는 최대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일요일 아침의 습격
  외국에서 남편을 만난 나는 우리 둘만의 달콤한 시간을 꿈꿔오며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집으로 자주 놀러오셨다.  처음에는 우리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했지만 늦잠에 빠져있는 일요일 아침까지 방해를 받으면 비참하기까지 했다.  시부모는 언제나 그랬듯이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 삼아 외출해서 그길로 우리 집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맞벌이라서 일요일 아침은 늦잠도 자고 싶은데 시부모는 아침부터 현관에서 벨을 울려대니 무시할 수도 없고, 쉴 수가 없는 것이다.  시부모의 그런 행동에 나의 불만은 쌓여갔지만 남편의 부모이기에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부모는 아파트 열쇠를 요구했고, 남편은 급기야 열쇠를 주고 말았다.  이제 나의 시부모는 우리 부부가 일하러 나간 사이 마음대로 아파트에 들르고, 친구마저 불러들여 마작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나 잘 통해야 내 끓는 속을 드러내고 사정을 해 보겠지만 그럴 처지도 안 되는 나는 시부모가 불편하게 있는 대로 눈치를 줘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무시하고 지내는 것이다.  나는 스트레스가 쌓여가면 갈수록 무작정 죄 없고 착한 남편만 긁어댔다.  그렇게 팍팍한 생활을 하기 시작한 어느 날 부턴가 우리 부부사이에는 냉기로 가득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홍콩 남성과 사는 사람들 중 우리 집 같은 극한 상황이 많진 않음을 안다.  내가 가끔 홍콩인과 결혼한 한국 친구들을 만나 이런 얘길 하면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시부모의 태도가 일반적인 홍콩인 가정을 상징하는 것이라 믿는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들 부부의 집은 내 집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언제 놀러가든, 손님을 몇 명 불러들여 거기서 몇 시간 동안 마작을 하든 며느리로부터 불만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홍콩인 가정의 며느리와 시부모의 관계에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아들은 부친의 생명연장이기 때문에 모친에게는 아들의 생명과 재산은 자기가 관리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며느리에게도 아들의(남편)의 생명과 재산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에 고부간에는 어느 정도의 대립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대립의 마지막엔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생활비, 광동어로 "家用"의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 계속..<글 :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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