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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국만의 금융허브` 되나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3-02-21 17: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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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에서도 금융가가 밀집해 있어 영어 통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홍콩섬 센트럴 부근 지역. 약속을 기다리며 건물 주변을 서성이고 있노라니 여러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홍콩에서도 금융가가 밀집해 있어 영어 통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홍콩섬 센트럴 부근 지역. 약속을 기다리며 건물 주변을 서성이고 있노라니 여러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라이터 좀 빌려달라", "내가 길을 찾고 있는데 어딘지 알려달라" 등 ’광둥어’로 한국인인 기자에게 물어온다. ’영어’로 "난 광둥어를 할 줄 모른다"라고 말해도 막무가내다. 그들은 동양인이면 누구나 다 광둥어를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비단 기자뿐 아니라 홍콩에서 일하는 한국인이라면 수없이 겪어야 하는 해프닝이다.

홍콩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4860만명으로 전년 대비 16.0%나 증가했다. 이 중 중국 본토에서 찾아온 관광객은 3490만명으로 전년 대비 24.2%나 늘었다. 전체 관광객의 71.8%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 외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이다.

중국인들의 홍콩행이 잇달아 일어난 여파로 중국발 자금이 홍콩 부동산 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되며 홍콩의 고급 주거지 중 하나인 빅토리아 피크 인근 미드레벨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드레벨 지역에서는 한국의 66㎡ 수준 아파트의 한 달 임대료가 우리 돈으로 500만원을 넘는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대가 빚은 새로운 트렌드다.

반면 홍콩의 외국계 금융사들은 감원 열풍이 한창이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홍콩 내 인력은 꾸준히 감축돼 왔으며 최근 바클레이스는 아시아 부문 인력 15%를 감축하기로 했다. ’아시아 금융=홍콩’이라는 등식을 감안하면 홍콩의 외국계 금융사에는 피바람이 지속되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중국 증시 부진 여파로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의 수익이 급감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콩 내에서 비중국계 외국인은 줄어들고 본토 중국인들은 점점 늘어나 자연스럽게 영어 통용은 어려워진다. 외국인이 생활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인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홍콩에서 통용되는 중국어가 베이징 등에서 통용되는 표준어인 만다린이 아닌 광둥어라는 점이다.

현지 한 IB 관계자는 "중국 비즈니스를 위해 만다린을 배워보려 했지만 홍콩에서는 쓸 일이 없어 쉽게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어적 고충이 배가 되는 셈이다.

홍콩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 내 현지 학교에서 영어교육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 반환 시점에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16년이 지난 지금 20~30대 젊은 층을 형성하고 있어 이들은 영어를 할 줄 모른다. 글로벌 금융허브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영어’라는 무기를 스스로 내던진 셈이다.

프라이빗뱅킹(PB)과 원자재 거래시장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 내 금융허브 맹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싱가포르에서 영어 통용이 자유로운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물론 홍콩은 배후에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으며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을 등에 업고 있어 앞으로도 번영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허브로서의 위치는 어디까지나 ’글로벌’ 금융허브가 아닌 ’중국’ 금융허브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금융허브로 도약하기를 원한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외국인이 한국 땅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굳이 홍콩에 가서 광둥어 세례에 시달리며 고생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일까.

<뉴스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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