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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산책 - 중국에도 지역감정 있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3-02 10: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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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6호, 3월3일]   중국은 넓은 땅만큼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중국의 동남부와 중북부에 넓게 분포..
[제116호, 3월3일]

  중국은 넓은 땅만큼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중국의 동남부와 중북부에 넓게 분포한 한족(漢族)은 56개 민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11억이 넘고 중국 정치와 경제를 장악한 주류이다.  나머지 55개 소수민족은 비록 인구가 1억에도 못 미치지만, 중서부와 남북부 지역에 중국 영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면서, 풍부한 관광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내 55개 소수민족을 모두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만, 실은 하나의 민족이라고 일컫는 한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한족이라고 해도 지방에 따라 각기 다른 역사·지리적 배경과 독특한 방언, 생활풍습, 음식문화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지방의 중국인을 조금 알았다고 해서, 중국인 전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또한,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전체로 확대 해석하거나 그것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려 한다면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자기소개시 출신지는 필수항목
  중국인들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밝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름과 현직을 밝힌 뒤, 바로 다음에 나오는 말은 대체로'○○사람'이라는 말이다. "나는 베이징(北京)사람입니다" 혹은 "산둥(山東)사람입니다" 등의 출신지를 밝히는 것이 자기소개의 필수 순서로 돼있다.  자기소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도 "그 사람은 어디 출신입니다"고 말하는 것이 간명하고도 중요한 소개이다. 또 이때 자기가 태어난 도시를 말하기 보다는 그것이 소속된 성(省)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그 자체를 말하지만, 기타 지방도시는 푸지엔(福建) 안훼이(安徽) 저장(浙江)등과 같이 성(省)을 말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있다.

중국인들이 자기를 '어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우선 중국이 너무나 넓어 출신지역을 먼저 밝히는 것이 자기를 알리는 1차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름과 현직을 말하는 것은 자기 소개의 50%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장수(江蘇)성 우시(無錫)사람입니다"라고 출신지를 밝혀야 비로소 나머지 50%를 말한 것이 된다.  출신지를 밝히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이 사람이 대체로 어떤 사람이다'라는 감을 잡게 해 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인구가 너무나 많은 중국에서 매일 부딪히는 것이 사람인데,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며 지낼 수는 없다.  업무상이든 교제상이든 어떤 계기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토대로 '교제'를 위한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누군가 '상하이(上海) 사람'이라는 말을 했을 때, 그 다음에 "우리 어머니가 상하이 사람"이라며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고, "상하이에 가보았는데, 발전이 빠르고 도시가 깨끗하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출신지를 서로 밝힘으로써 상호 '공통점'을 찾게 되고, 그리하여 생면부지이던 사람이 이제는 자기와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중국인들의 '꽌시(關係) 구축'의 초보적인 단계이다.

  그 사람과 두 번째 만나게 되면, 과거에 한번 만났다는 핑계로 이제는 서로 '라오펑요우(老朋友ㆍ오래된 친구)'라며 아는 체 하게 되고, 만남이 잦아지면 진짜 친구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동향회'  '동창회'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지역주의'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중국의 '지방색'이 한국의 '지역감정'과 다른 점은, 부정적이거나 상호 배타적인 감정이 약하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누구든 자기 출신지역을 밝히기를 꺼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베이징-상하이의 경우는 경쟁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일부 지역 사람들이 돈을 너무 밝힌다고 해서 돈거래에 신중을 기하는 경우는 가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 앞에서 출신지역을 일부러 감추려 하지 않는다.  또 상대방이 자기와 다른 지역출신이라고 하여 그 사람 앞에서 특별히 언행을 조심하는 일도 거의 없다.  이런 점이 바로 한국의 지역감정과 다른 점이다.
  
열정적인 북방인, 처세술 능한 남방인
  중국에서 '어디 출신'이라고 자기 고향을 밝히는 또 하나의 배경은, 각 지역에 따라 그 지역만의 독특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사람은 베이징 사람대로, 스촨(四川)성 사람들은 스촨성 사람대로 특별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만남의 성격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기초가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식사 모임에서 손님이 북방에서 온 사람이라면 높은 도수의 고량주를 내놓아도 별 무리가 없지만, 남방 사람이라면 사전에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예의다.

  만찬의 마지막 메뉴로 볶음밥을 할 것인지 국수 종류로 할 것인지, 아니면 만두 종류로 할 것인지도 출신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상해 이남의 사람이라면 볶음밥을, 서북지방이라면 면을, 동북지방이라면 만두를 좋아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요컨대 중국에서 사람을 사귐에 있어, 출신지역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다.

  이런 지역별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그 지역의 오랜 역사-지리적 배경과 기후, 생활습관, 음식문화 등에서 생겨났다.  지형이 다르고 기후가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르다 보니, 각기 다른 인간의 특징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의 문화는 크게 '북방문화'와 '남방문화'로 나뉜다.  북방은 흔히 장강(長江) 이북을 말하고, 남방은 장강 이남을 가리킨다.  북방과 남방은 우선 한족이라 해도 체형에서부터 다르다.

  남방 사람들은 대체로 몸집이 작고, 피부가 매끄러우며 두뇌가 빠르다.  반면, 북방사람들은 오랜 세월 흉노족, 선비족, 몽고족, 만주족 등 유목민족의 피가 섞여 기골이 장대하고 성격이 호방하며, 생각이 단선적이고 투쟁적이다.

  여성들도 북방여성들은 다리가 늘씬하고 어깨가 벌어졌으며 얼굴도 시원하게 생겨, 패션모델 같은 미인들이 많다.  이 지역의 여성들은 평균 신장이 165㎝ 정도 되고, 175㎝를 넘어야 키가 크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에 시집 온 탁구선수 출신의 자오즈민 같은 늘씬한 미인이 많은 곳이다.  패션모델학교가 있는 따리엔(大連)은 개혁-개방 이후 새로운 미인 도시로 일컬어진다.

  반면, 장강 이남지역의 여성들은 아담한 체구에 어깨가 처지고 피부가 고우며 종아리가 매끈한 여성이 많다.  이 지역의 수저우(蘇州)와 항저우(杭州)가 과거 미인 도시로 일컬어졌는데, 들리는 바로는 명청대에 황제의 시중을 들던 후궁들이 나이가 들면 이곳으로 보내져, 그 씨(?)가 퍼졌기 때문이란 얘기가 있다.

  남방 도시 가운데서 요즘에는 장강 상류 스촨성의 총칭(重慶)과 청두(成都)가 새로운 미인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총칭의 경우 미인이 많은 연유에 대해 기후가 다습해 땀을 많이 흘리고, 매운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총칭의 후오구오라고 하는 샤브샤브는 아주 맵다)이라고 현지인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필자의 분석으로는 그보다 역사적인 배경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國民黨) 시절 임시정부가 있던 총칭은 돈많고 부패한 관리-군인들이 첩을 많이 두게 되어, 주변 성(省)의 농촌 미인들이 많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후손이 많이 퍼져 미인도시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삼국지에서 촉의 도시였던 청두 역시, 키가 크지 않으면서 하체가 길고 얼굴이 납작한 전통 중국미인들이 많은 도시다.

  중국의 북방과 남방의 차이에 대해서는 <중용(中庸)>에도 나와 있다.  '관대하고 부드러우며 가르침으로써 무도한 행위에 앙갚음하지 않는 것이 남방의 강점이요, 투구와 갑옷을 입고 자며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북방의 강점이다'라고 일찌기 그 차이를 적시했다.

  임어당(林語堂)의 <나의 국토 나의 국민>에도 남북방 중국인의 차이점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북방 중국인은 간단하고 질박한 생각과 곤궁한 생활에 적응돼 있고, 몸집이 크고 건장하며 성격은 열정적이고 해학적이다. 상하이나 저장사람에 비해 보수적이고 민족적 활력을 상실하지 않아 많은 할거왕국을 만들었다.  반면, 강남사람은 신체보다 정신적 면이 발달해 있으며 처세술에 능하고 안락한 것을 즐긴다. 여자들은 날씬하지만 신경질적이다.

잘난 척 하는 베이징인, 호탕한 산둥인
  그런데 같은 북방사람이라도 베이징사람과 산둥사람은 또 다르다.  베이징사람은 수도에 산다는 자부심으로 타지역에 가면 뻐기는 기질이 있고, 잘난체 하는 성향이 없지 않다.  또한, 겉으로는 대인인척 하면서 뒤에서는 실리를 따지고 비판을 하는 이중적 경향도 있다.  반면, 산둥사람들은 성격이 호탕해 60~70도짜리 술을 즐기고, 사람을 사귀는데도 마음이 맞으면 금방 친구가 될만큼 화끈한 기질이 있다.

  필자가 산둥성 지난(濟南)에서 부성장 등 지도자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대낮인데도 그 지방의 특산술인 공부가주(孔夫家酒)를 잔뜩 내놓고 번갈아 가며 "깐뻬이(乾杯)"를 외치는 바람에 대낮부터 혼난 적이 있다.  공부가주 회사가 생산하는 모든 주종을 꺼내놓고 한국의 손님들을 질리게 한 것이다.  날씨가 추운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 지역 사람들은 더욱 독한 술에 기름기 많은 고기와 만두 등을 즐긴다.

  강남이라 해도 상하이 사람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상하이인들은 베이징사람들을 문화와 국제감각도 없이 잘난체 한다며 깔본다.  또 자기들만 있을 때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상하이 방언을 쓰는 경향이 있다.

  마오쩌뚱(毛澤東)의 고향인 후난(湖南)성 사람들이나 장강 하류의 장수(江蘇)성 사람들 역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거대한 동정호(洞庭湖)와 장강을 끼고 있는 두 지역은 물자가 풍부해 일찍부터 '어미지향(魚米之鄕)'이라 불렸으며, 풍부한 물자를 바탕으로 지방 호족들이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했다.

지금도 난징(南京)이나 수저우, 양저우  (揚州) 등지를 가보면, 그들만의 독특한 원림(院林)문화가 보존돼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문화와 예술을 존중하고 학문을 깊이 갈고 닦아, 명청(明淸)대 중앙 과거시험에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다. 이들은 독한 술 대신 맛있는 요리를 즐기고, 마작이나 카드놀이 등 앉아서 하는 오락을 좋아한다.

푸지엔 저장 광둥지역 사람들은 신체가 작은 대신 두뇌회전이 빨라, 장사에 소질을 발휘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크게 성공한 화교 기업가들 중 이 지역 출신이 많다.  후난성이나 스촨성 사람들은 기후의 영향을 받아 매운 음식을 즐기는데, 그에 따라 성격도 불같은 측면이 있어 한국인과 닮은 데가 있다.

  상하이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친구는 남방과 북방사람들이 비지니스 상담을 할 때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북방사람들은 화끈하게 술을 마시고 커미션 협상만 하면 쉽게 계약이 성사되지만, 그런만큼 나중에 탈도 많이 난다고 한다.  반면, 남방 사람들은 협상과정에서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어기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듯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우선 중국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한중 수교 이후 여러해 동안 우리 기업들은 많은 '학비'를 지불해야 했고, 지금도 내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우리 한국인들은 너무 많은 학비를 중국에 갖다 준 것이다.

<출처 : 정경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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