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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74) - 당신은 왜 결혼했나요?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3-09 14: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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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7호, 3월10일] 정글 소년 모글리   "저는 볼 일이 있어서… 다음에 시간나면 또 연락드리지요.  그럼 ..
[제117호, 3월10일]

정글 소년 모글리

  "저는 볼 일이 있어서… 다음에 시간나면 또 연락드리지요.  그럼 이만."  다소 황당한 마무리에 놀란 여자를 남겨두고 소개팅 장소를 나서는 T는 떨리는 손으로 친구에게 국제전화를 겁니다.

  "여보세요? 야! 임마,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 취향을 뻔히 아는 사람이 말야.  네 눈엔 저런 여자가 건강미인이냐?  건강미인이 되는 게 소원인 여자지 임마!"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추석에 귀국해서 봤을 때만 해도 날씬했거든.  그땐 다이어트 중이었나?  하하"
  "그래 친구의 불행이 아주 고소한 모양인데 실컷 즐거워해라.  너란 인간의 수준을 알아봤으니!"

  T는 친구와의 20년 우정을 의심할 정도로 화가 나 있습니다.  '녀석, 내가 저런 여자들을 얼마나 소름끼쳐 하는 줄 아는 놈이 이런 해악을 끼쳐?  어휴, 화창한 토요일에 열받아 미치겠네!'

  사실 T는 살찐 여자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둥그스름한 모양의 모든 것을 싫어합니다.  보름달, 둥근 얼굴, 둥근 잎사귀, 두루뭉실한 차 폭스바겐 비틀, 둥근 모양의 쿠션에서 계란프라이까지 하여튼 모양이 둥글어 뚱뚱해 보이는 것이라면 죄다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어려서부터 함께 살다 당뇨로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엄마를 포함한 그의 세 누나들이 전부 비만으로 고생을 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그렇게 펑퍼짐하게 생겼다고 믿었던 막내둥이 T는, 처음으로 유아원 문턱에 들어서던 날 대단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세상엔 개나리처럼 가녀린 사이즈의 별종(?) 여성들이 차고 넘칠 뿐만 아니라, 정작 희귀종 대우를 받아야 할 대상은 자기 가족들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 식구들과 비좁은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나 거실에 모여 있을 때면 자신이 왠지 코끼리들에 둘러싸인 정글북에 나오는 소년 모글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양이 호리호리한 것이라면 무조건 좋게 보게 되고 일단 그런 스타일의 여자들에게만 호의적으로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생김새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M의 말만 믿고 나간 실망스런 소개팅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T는 생각합니다.  '짜아식, 자기 맘에 쏙 드는 와이프감이랑 엮어준 내 은혜도 모르고 요런 얄미운 소개팅을 주선하다니…' 그가 그렇게 친구 M을 생각하고 있는 순간, 해외에 나와 사는 M도 친구인 T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녀석은 아직 세상을 몰라.  입맛에 척 맞는 떡이 어딨어?  그림의 떡이라면 또 모를까.  게다가 아무리 환상적인 그림의 꿀떡이라도 일단 먹어보면 종이 씹는 맛이지 무슨 별다른 게 있는 줄 아나?' M은 그런 속생각에 젖어 멍한 눈으로 고국에서 보내온 여성지를 뒤적이는 아내를 쳐다봅니다.


엄마는 집안의 기둥

  친구인 T가 M의 아내를 처음 소개시켜 주던 날 그는 속으로 외쳤습니다.  '이것 봐, 꿈은 결국 이루어진다구!'외판원, 사무직, 택시운전 등 식구들이 불안할 정도로 자주 업종을 바꿔대는 아버지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던 환경 속에 자란 M의 사형제들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출신 어머니 덕에 무사히 학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부모를 보며 자란 M은, 거친 세상을 살자면 상대에게 짐이 되는 것보다 유사시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필수라고 생각하게 되어, 경제력은 물론이고 든든한 전문기술로 무장한 배우자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전문직 여성" 이외의 여자들은 인격과 용모, 개성에 무관하게 그의 연애 대상으로서 부적격자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 T 덕택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 직후 떨어진 해외 발령으로 아내와 고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발령과 함께 그에겐 새로운 분야인 세일즈를 담당하게 된 M은 전에 없던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타겟에 한참 떨어지는 실적도 고민이지만, 학구적이고 내성적인 그의 선비체질은 대인관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패하고 본사로 들어간들 찬사가 쏟아질 리는 만무하고 이러다가 부하직원들에게 존경은 고사하고 행여 왕따라도 당하게 될 것만 같아 손바닥에 더운 땀이 고였습니다.  이렇듯 남편이 혼자 애간장을 태우는 것도 모른 채 새내기 전업주부로의 탈바꿈을 만끽중인 아내의 모습은 그의 신세에 비하면 너무나도 대조적인 이미지로 보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가 맞벌이 부부라면 얼마나 좋을까?  와이프가 파트타임이라도 하는 동료들은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있어 보인단 말이야.  아무래도 비빌 언덕이 있으니 그만큼 마음이 편한 거겠지.  아무리 해외라도 다시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아내에게 한번 물어볼까?'

  사실 T는 살찐 여자들 자체가 싫었다기보다 비만의 합병증에 시달리던 아내들을 돌보느라 고생했던 아버지와 매형들의 삶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겪는 고충을 지켜보며 생긴 마음을 살찐 여자들에 대한 혐오감으로 너무 단순하게 해석해 버렸던 것입니다.  그는 오늘, 본인이 원치 않는 이성 상대를 피하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파트너는 정녕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고 토로합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의 친구 M은 그와 정반대의 입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문직 여성"이라는 한 타입에만 치중해 배우자 물색의 폭을 터무니없이 좁혀버렸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함께 할 파트너를 결정하는 천차만별 사랑의 기준들.  당신의 잣대에 매긴 눈금들은 과연 누가 그려놓은 것일까요?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T: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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