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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75)- 로맨스 버블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3-16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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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8호, 3월17일] 너의 모습처럼 살고 싶어   지금 하려는 얘기는 몇 년도에 일어난 일인지 가물가물 할 정도로 오래된 일입니다...
[제118호, 3월17일]

너의 모습처럼 살고 싶어
  지금 하려는 얘기는 몇 년도에 일어난 일인지 가물가물 할 정도로 오래된 일입니다.  그때 일을 떠올리면 심히 쑥스러워지는 사적인 에피소드지만 오늘 칼럼의 주제를 정하고 보니 꽤 관련이 있는 과거지사 같아서 훌훌 털어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래전 그날 저는 첫눈이 내리는 퇴근길을 남자동료와 걷고 있었습니다.  이건 순전 지금의 제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 그와 저는 같은 회사를 다닌다는 이유 때문에 서로에 대한 호감을 티내지 않으려 애쓰며 "동료애"란 분위기로 덧칠한 만남을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생일 선물도 주고받고 단둘이 유명 발라드 싱어의 라이브 콘서트까지 같이 가고 오밤중에 텅 빈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겠다고 설치다 넘어진 것도 모자라 킬킬대며 즐거워하는 등, 연인들이나 해봄직한 닭살 이벤트들을 두루 커버하면서도 속보이는 시치미를 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우리 첫눈 오는 날 꼭 만나용~ 하고 정해놓고 만난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첫눈이 내리는 바람에 사뭇 겸연쩍은 기분이 된 저는 이내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린 대체 무슨 관계지? 이런 게 바로 이성간의 우정이라는 건가?  그건 아닐거야.  가끔 날 위아래로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거든.  인간성 끝내준다고 소문난 데다 키 크고 잘 생겼으면 다야?  적극적인 감정 표현력이 영 부족하단 말야, 사람 답답하게 시리…' 그런 상념의 뒷골목을 맘껏 헤매고 있는 찰나, 그가 어깨를 톡 치며 사뭇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밤하늘에 시선을 두며) 난 결심했어…"
"결심이라니? 유학이라두 가니?"
"아니, 난 인생을 너처럼 살기로 했어."
"나처럼 살다니?"
"너처럼은 아니구, 네 다리처럼.  굵고 짧게!"
"!!!"
"시시하게 오래 살면 뭐하니? 굵고 짧은 네 다리처럼 화끈하게 살다 끝내는 게 좋지! 안 그래?"

  그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그 말을 들은 순간 제 안구를 포근히 감싸고 있던 꽁깍지가 홀라당 벗겨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예사롭지 않던 눈빛도 굵고 짧다는 내 각선미 때문이었단 말인가! 너무 기가 막혀 문득 올려다본 그의 모습은 동산 위의 왕자님은 고사하고 겉늙어버린 초등학생처럼 낯설게만 보였습니다.  머리는 너무 곱슬이고 약간의 대머리 기운까지 의심될 뿐 아니라 희멀건 혈색 없는 얼굴은 순환기 계통에 무슨 장애라도 있는 사람 마냥 기운이 허해 보였으니 말입니다.  평소 둘 사이에 감돈다고 자부했던 감미로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 오는 퇴근길의 체증과 짜증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둘 사이를 싱그럽게 떠다니던 환상 속의 로맨스 버블은 그의 충격 발언 한마디에 펑! 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버블의 붕괴 위기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그라지는 로맨스도 있지만 특별한 계기도 하나 없이 꺼져버리는 감정의 모닥불도 있나봅니다.  약 일 년 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B의 스토리가 그런 경우입니다.  유학지의 캠퍼스에서 신기하게 마주친 고교동창 S양과 일 년 가까이 풋풋한 애정을 키워온 그는 여자 친구가 된 그녀보다 육개월 늦게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반년의 공백 후 공항에서 다시 만난 S의 모습을 본 B는 자기도 모를 의문에 사로잡혔습니다. '어, 이상하네. 얘가 얼굴이 변한 것도 아닌데 왜 생판 모르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지? 너무 오랫동안 못 봐서 그런가?' 그런 의아함이 들었지만 그래도 옛 정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그는 S와의 만남을 지속해 나갔습니다.

  그가 돌아온 날로부터 다시 반년이 흐른 지금 B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중입니다.  그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S와 유학지에서 만끽했던 낭만을 회복해보리라는 염원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억지로라도 잘 해보려는 마음이 오히려 압박감으로 그를 눌러왔고 그런 기분으로 여자 친구를 상대할수록 본의 아닌 심통만 늘어갔습니다.  그런 남자친구의 삐딱한 태도를 참다못한 S가 하루는 물었습니다. "내가 너한테 굳이 싫은 소리 안 하고 넘어갈 수 있으면 참아보려고 그동안 내색을 안 했는데 이젠 도저히 안 되겠어.  도대체 알 수 없는 짜증을 부리는 이유가 뭐지?  유학에서 돌아온 후 줄곧 이런 식이잖아?  신경질을 부리든가 아니면 아예 부어서 말을 안 하든가.  차라리 귀국 전에 끝을 내든가 할 것이지, 이럴 생각이었으면 왜 나더러 먼저 돌아가서 기다리랬어? 왜 그런 거야 엉?"

지난 발렌타인데이 저녁에 여자 친구가 던진 질문의 대답을 아직도 생각중이라는 B.  사랑이 식었다고 말을 하려니 무슨 삼류 연속극 대사처럼 성의 없이 들릴 테고, 그렇다고 다른 이유를 찾아내자니 사랑이 식었다는 그 표현이 맞기는 맞는 것 같아 열통이 터진다는 그의 핼쑥해진 얼굴을 보면, 청춘 남녀의 가슴에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미스테리는 논리로 짜 맞추기엔 너무 복잡 미묘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연인들은 종종,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하고 의문을 품어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월도 그 중순을 지나버린 지금, 벌써 한 달이 넘도록 고심 중인 B는 언제쯤이나 로맨스 버블의 붕괴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T: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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