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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700만의 힘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5-01-29 16:26:10
  • 수정 2015-01-29 16: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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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국적 이탈·상실자)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까지 한국 국적을 버린 사람은 1만8279명으로 한..
한국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국적 이탈·상실자)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까지 한국 국적을 버린 사람은 1만8279명으로 한국 국적을 신청한 사람(1만5488명)보다 많았다.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미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한국에서 그나마 있던 사람들마저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재외동포는 한국에 자산이 될 수도 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동포 수도 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을 떠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한국 사람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민족의 이동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 세계로 한국 사람이 뻗어가고, 또 전 세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데도 이들에 대한 정책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조선족’을 향한 편향된 시각도 한몫한다.

외교부는 올해 목표로 재외동포로 구성된 글로벌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통일 준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먼저 동포들이 한국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한국을 위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재외동포 700만 명 시대. ‘한국 사람(한민족)’의 외연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국경 없는 세상이 돼버린 지금, 재외동포는 어떤 존재이며 한국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짚어봤다.  

“신임장 없지만 우리도 외교관”… 지구촌 176개국 진출
‘무조건 미국’에서 변하는 이주 트렌드

지난해 한국 국적을 버린 사람은 한국 국적을 신청한 사람을 크게 웃돌았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적 포기자(국적 이탈·상실자)는 1만8279명. 국적 취득(귀화, 국적 회복) 신청자 1만5488명보다 2791명 많았다. 2009년 이후 한국 국적 신청자가 더 많은 것이 추세였다. 2010년 5월 개정 국적법이 적용돼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복수국적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국적 순유출’로 나타나면서 한국 이탈로 추세가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적을 상실한 사람의 목적지는 미국(1만548명), 캐나다(3332명), 일본(1653명), 호주(1145명) 순이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국적을 왜 버리는지 사유를 적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외공관에 ‘해외이주신고서’를 내면서 쓴 이주 형태를 보면 전통적 유형인 ‘연고이주’(친인척 소개로 이주) 수는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464명이던 연고이주는 이듬해 536명을 정점으로 301명(2011년), 225명(2012년), 173명(2013년)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취업이주와 사업이주, 기타이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주 대상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출신으로 해외에 살다가 그곳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결심한 사람(현지 이주자)은 미국이 2946명이었다. 반면 일본은 3266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최근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다. 또 ‘기타’로 분류된 국가에서 현지 이주자로 신고한 사람도 1112명으로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로 동포들이 뻗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위상 커진 한민족, 조직력은 걸음마

지금까지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의 분포는 특이했다. 미·중·일·러 주변 4강에 전체 재외동포의 대부분(86.3%)이 몰려 있었기 때문. 이들은 식민지배와 냉전의 질곡 속에 못사는 2등 나라, 분단국 출신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1952년 18개국 56만8000명이던 재외동포가 2012년에는 176개국 701만 명으로까지 숫자가 늘었고 사회적 위상도 인적 자원으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올라가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은 260여만 명인 반면 체류국 국적을 취득한 ‘시민권자’는 440여만 명으로 2배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인 정치인 17명이 당선됐으며 김용 세계은행 총재,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국무부 부차관보 등 정관계 진출도 크게 늘었다. 캐서린 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Korean chair)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싱크탱크와 학계에 포진한 한국계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동해 병기법안을 통과시키고 각지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는 등 한국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돌려세운 것도 동포의 힘이었다.

문제는 동포들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대인 로비단체 ‘공공정책협의회(AIPAC)’가 짜임새 있는 활동과 압도적인 영향력으로 미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미국 의회가 움직이면 백악관이 움직이고, 백악관이 나서면 행정부가 변한다”며 풀뿌리부터 여론주도층까지 단계별 공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포들에 대한 정책도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조직법상 재외동포 정책은 외교부 장관이 종합 수립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는 ‘재한(在韓)’동포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외교부는 이에 대한 정책 권한이 없다. 총리실 소속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동포정책을 심의·조정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법무부(출입국) 고용부(노무) 보건복지부(입양) 선거관리위(재외선거) 병무청(병역) 등으로 업무가 흩어져 있다. 1997년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을 동포청(廳) 또는 동포위원회로 키우자는 논의도 말만 무성할 뿐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동포, 의무는 없이 권리만 누린다?

다른 지역 출신들도 중국동포보다 사정이 조금 나을 뿐 비난과 질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인 것이 병역·납세, 정치 참여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다. 할 일(의무)은 하지 않고 혜택(권리)만 누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미동포인 가수 유승준 씨의 병역 기피 사건이나, 1600억 원대 세금을 부과 받았다가 추징 면제된 ‘구리왕’ 차모 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같은 복지 논란까지 가세했다. 고국이 힘들 땐 외국 생활을 누리다가 선진국 수준에 다다르자 노후 복지혜택을 즐기자는 것 아니냐는 게 비난의 핵심이다. 하지만 재외동포라는 자산의 역량을 끌어내 한국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보면 병역, 납세의 ‘형평성’ 원칙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국적법상 이중국적인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한, 38세까지 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 태어난 A 씨는 병역 면제가 목적이라면 38세까지 한국에 안 들어오면 된다. 얼마든지 병역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A 씨는 38세 이전에는 미국·캐나다 사관학교에 입학하거나 공직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 국적을 포기할 방법이 없고 미국 정부는 이중국적자를 미군이나 공무원으로 뽑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병역 자원이 안 될 A 씨라면 병역을 면제하는 게 낫지 않으냐며 수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모두 기각됐다.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중과세 방지 원칙에 따라 거주지에만 세금을 내면 되지만 실제 ‘거주지’가 어디냐를 두고 과세 당국과 재외동포 사이의 법정 다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 참여도 대승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에 살면서, 한국을 위해 기여한 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왜 투표권을 주느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재외동포는 국적을 초월해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 집단이다. 이들은 현지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동시에 모국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해야 하는 이중 목표를 갖고 있다.

임채완 전남대 교수(세계디아스포라학회 회장)는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도 그들에게 한국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모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전형적 네트워크 정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국을 떠난 지 20년이 넘으면 참정권을 제한하는 영국 사례 등을 참고해 제도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

국제관계 석학인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 강연에서 “미국이 인구 13억의 중국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전 세계로부터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결집해 중국 한(漢)족보다 창의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피와 섞여 살면서도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는 재외동포 700만 시대, 한국도 순수성보다 다양성이 창의적인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는 나이 교수의 말을 곱씹어 볼 때가 됐다.  

“차별 당해도 모국은 나 몰라라”… 남몰래 우는 한인들

재일동포 2세인 김민정(가명·44·여·도쿄 거주) 씨는 공문서에 일본식 이름(통명·通名) 대신 한국 이름을 사용한다. 국적도 한국이다. 결혼도 재일동포와 할 정도로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의료보험증은 일본식 이름으로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제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면 한 단계 아래로 봅니다. 혹시 의사가 저를 얕보고 대충 치료하면 안 되잖아요. 한국인이란 사실을 숨기려면 의료보험증에 일본식 이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재일동포는 약 89만 명. 재일 외국인 중 중국인 다음으로 많다. 일본으로 건너간 지 100년이 넘었고 숫자도 많지만 재일동포들의 힘은 아직 약한 편이다. 보이지 않는 차별도 수시로 당하고 있다.


한국 안팎의 동포 유대 강화 마련해야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 내 중국 국적 동포’들이다. 이들 중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지식을 가진 엘리트 계층이 많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재외 동포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제3세대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의 활동을 밑거름으로 중국으로 돌아가 크고 작은 기업을 일군 사람도 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을 잇는 전문인으로 활약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체류 중국 국적 동포 중에는 국적을 바꿔 더 이상 ‘중국 동포’가 아닌 사람도 늘고 있다. 법적으로는 ‘귀화한 조선족’ ‘돌아온 한국인’이 됐지만 정서적으로 융화하지 못해 다시 중국 국적 환원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동북 3성에 남은 동포들에게 민족 정체성을 보존하고 한국과 유대감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중국이 소수민족을 직접 지원하는 문제를 민감하게 여기는 만큼 ‘세련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 김도균 영사는 중국 국적 동포와 한국이 보다 발전적으로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재정착 순환 구조’를 수립하는 데 한국 정부와 동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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