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없다. 빈 식탁에 흰 종이 한 장만 달랑 놓여 있다. "여보 시장 갔다 올께, 밥 차려 먹어." 아유, 밥이나 좀 차려 놓고 가지. 그렇..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없다. 빈 식탁에 흰 종이 한 장만 달랑 놓여 있다.
"여보 시장 갔다 올께, 밥 차려 먹어."
아유, 밥이나 좀 차려 놓고 가지. 그렇지만 내가 간 큰 남편은 아니잖아. 냉장고 뒤져 김치 꺼내놓고 밥통에서 밥을 퍼 얌전히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런데 '갔다 올께'라고? 밥은 못 차려주더라도 쪽지는 제대로 써야지. 맞춤법 바뀐 지가 언젠데. 어디 이걸로 한번 기를 꺾어 볼까?
아직도 맞춤법이 바뀐 걸 모르는 분들은 살짝 알려드릴 테니 기억해 두기 바란다.
전에는 '갈께''할께'처럼 '-ㄹ께'로 적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이젠 '갈게''할게'처럼 표기하는 게 맞다. 자세히 설명하면 ⑴'-ㄹ게''-ㄹ지니라''-ㄹ지어다''-올시다' 처럼 의문을 나타내지 않는 어미들은 예사소리로 적고 ⑵ '-ㄹ까''-ㄹ꼬''-리까''-ㄹ쏘냐'처럼 의문을 나타내는 것들은 된소리로 적는다.
"딩동." 아 드디어 오셨군. 장바구니부터 받아놓고….
"여보, 이리 앉아봐요. 1988년에 맞춤법이 바뀌어서 이젠 '갔다 올께'란 말은 없어졌어. '갔다 올게'라고 써야지.“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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