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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76) - 주어진 길을 가는 사람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3-23 16: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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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9호, 3월24일] 걱정해서 하는 충고들   얼마 전 제가 아는 한 외국 청년이 좀 걱정스런 낯빛을 해가지고 물었습니다. ..
[제119호, 3월24일]

걱정해서 하는 충고들
  얼마 전 제가 아는 한 외국 청년이 좀 걱정스런 낯빛을 해가지고 물었습니다.  "요즘 TV에 나오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여자가 남자를 때리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실제도 그런가요?"  "그건 왜 묻지?"  "어…사실은 우리 부서에 새로 들어온 한국 여사원에게 관심이 좀 있는데,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얻어맞는 남자들을 보면 겁이 나서 데이트를 신청하기가 망설여지거든요.  정말 그렇게들 난폭한가요?"  "아이 참 그런 픽션이 한국 여성의 모습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잖아?  다정한 스타일도 많으니까 용기를 가지고 한번 시도해 봐요."  저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등짝을 내리치는 매서운 손아귀가 있었습니다.  탁! "으윽! 아니 감히 백주대낮에 이런 파워풀한 폭력을 휘두르는…어?  넌 P잖아?  휴가차 한국에 갔다더니 벌써 돌아온거니?"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그 외국 청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아이 아파라, 일 분만 늦게 나타나지 그랬어? 한국 여인의 다정한 정서를 저 외국인에게 지금 막 알려주려던 참인데 말야."
  "아이 몰라요, 다정함이건 매정함이건 간에 짜증나 죽겠어요.  이제부턴 휴가를 유럽으로 가든가 해야지 정말."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  한국으로 출장도 자주 가면서 휴가까지 집으로 갈 필요는 없잖아.  혼자 어디고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을 때 즐기면 좋은 거니까."
  "정말이지 그 자유를 마다하고 애써 집에 가보면 처음 며칠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지내지만 그 다음부턴 보는 사람마다 이구동성 참았던 잔소리를 시작하는데, 차라리 직장에서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백 배 낫다니까요."
  "P같은 사람도 집에서 잔소리 들을 일이 있나?"
  "어머어머, 서른여섯이 넘은 막내딸이 시집은 커녕    연애할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집에서 잔소리 들을 일이 왜 없겠어요?"

  결혼적령기였던 P가 처음 해외로 발령이 났을 당시엔 적잖은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고 합니다.  IMF 위기의 어수선함 속에 남들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힘들어 하는 판에 외국회사에 스카우트가 되어 승진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막내딸을 호적에서 없애버리는 게 소원이던 부모도 그런 P의 객지 생활을 마지못해 허락했습니다.  그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그녀의 언니들, 친구들, 사촌들, 학교 선후배와 회사 동료들까지, 그동안 결혼에 골인해 가정을 이룬 주변 사람들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린 것입니다.  한때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들어오던 맞선이나 소개팅들도 스르르 자취를 감춰버렸다며 그녀는 말합니다.

  "그게 더 짜증이 나더라구요.  적어도 누굴 소개시켜 주기라도 하면서 제 걱정을 한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면서, 혹시 얘는 어디가 잘못된 게 아닌가,  뭐 그런 식으로 사람을 미심쩍게 쳐다보는 거 있죠?”

  P처럼 주변사람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아예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즐긴다는 싱글남 K는 누군가 그에게 던진 한마디에 우울에 빠졌던 일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싱글로 지내면서 제 일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지금 이대로가 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제가 늘 존경하던 분이 그러시는 거예요.  사람은 태어나서 짝을 만나 가족을 이뤄야만 비로소 인간에게 주어진 도리와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구요.  육체와 정신에 아무 결함이 없고 풀가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이루지 않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라나요? 평소 좋아했던 분이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니까 정말이지 그 순간엔, '그럼 나는 정신머리 한군데가 잘못된 게 아닐까' 그런 의심이 생기더라니까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괴로움
  미혼이든 기혼이든 피할 수 없는 삶의 이슈와 행불행들.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 우리들 각자의 과제는 하나인 듯 합니다.  자신이 처한 삶에 의미를 더하는 일, 바로 그것입니다.  가족이, 세상이, 친구들이, 동료가, 존경하는 인물이, 주간지 기사나 통계의 결과가 뭐라든, 시인 윤동주가 서시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들은 결국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기만성이란 말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남들보다 배우자를 늦게 찾을 뿐인 싱글에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충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눈높이를 낮춰라, 살 좀 빼라, 박력 있게 굴어라, 적당히 빈틈을 보여라, 잘난 척 그만해라, 얼굴 밝히지 마라, 조건 따지지 마라, 직종을 바꿔라, 라식수술 받아라, 사랑이 밥 먹여 주냐, 결혼한 커플들이랑 친하게 지내라, 주말에 집에 좀 있지 마라, TV 그만 보고 나가서 돌아다녀라, 제발 외박 좀 자주 해라 등등.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결혼순도 아님을 알지만, 싱글이라는 것 자체를 가능하면 빨리 탈피해야 할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로 보는 시각이 만연한 요즘입니다.

  지난 주 첫 모임을 가진 코리안 싱글들의 모임 <싱글존>을 시작한 이유를 물으시는 분들이 요즘 많습니다. 그것은 우리 주변의 싱글들이 결혼의 압박과 집착에서 놓여나 싱글됨의 의미를 되새기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향상시키며, 해외 생활에서 오는 도전과 자유 속에 건전한 유대관계를 키워갈 수 있는 장소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P는 그런 저의 취지를 듣고 나더니, "어? 거기 가면 파트너를 소개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군요."하며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 사람이랑 탄도리 치킨이나 먹으러 갈 걸 그랬나봐요."  "지금이라도 연락하면 되지."  "뉴욕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놓쳐버렸어요."  "왜 그 사람이 데이트를 신청했을 때 진작 나가지 않았어?"  "난생 처음 잘생긴 남자가 관심을 보이니까 쇼크를 받아서..."  "그래서?"  "인도 음식은 냄새도 맡기 싫다고 해버렸지요.  제가 너무 오버했나요?"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T: 2647 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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