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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얌체 흡연족 때문에 '달리는 흡연 부스' 된 택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5-06-18 19:22:31
  • 수정 2015-06-18 19: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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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사 흡연은 처벌받지만 승객은 따로 벌금 안 물어 금연구역서 흡연욕구 생기면 일부러 택시 타는 경우도 지난 12일 오후 11시쯤.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에서 ..
운전사 흡연은 처벌받지만 승객은 따로 벌금 안 물어
금연구역서 흡연욕구 생기면 일부러 택시 타는 경우도

 
지난 12일 오후 11시쯤.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에서 30대 회사원을 태운 택시기사 김모(66)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승객이 택시에 타자마자 "아저씨, 저 담배 한 대만 피울게요"라고 하더니 다짜고짜 담배에 불을 붙인 것이었다. 김씨는 난처한 표정으로 "손님, 택시 안에서 담배는 안 됩니다"라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하지만 승객은 기사가 뭘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택시에서 승객이 담배 피우는 건 처벌 못 한다"고 말했다. 이후 승객은 목적지인 사당역에 도착할 때까지 뒷자리에 앉아 창문 밖으로 재를 떨며 담배를 3개비나 태웠다. 김씨는 승객이 내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탈취제를 사서 차 내에 뿌리고 길가에서 10분 정도 환기를 하고서야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승객의 탑승 여부와 상관없이 운수 종사자의 차량 내 흡연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에 따라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기사들에게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법에선 여객(旅客·손님)도 '여객자동차운송사업용 자동차 안에서 흡연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사업법은 운수 종사자에 대한 법률이어서 승객에 대한 금연 조항은 권고적 성격이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승객에 대한 제재는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객들이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국민건강증진법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2012년 12월부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법은 올해 1월 모든 음식점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단계적으로 금연 구역을 확대했지만, 운송 수단은 버스 등 16인승 이상의 차량만 금연 구역으로 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운수사업법에 택시 내 금연을 준수사항으로 규제해 국민건강증진법에서 택시 내 금연을 추가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복지부가 관장하는 두 법령 사이에 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5인승인 택시는 사실상 금연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일부 흡연자는 이런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회사원 박모(29)씨는 "회사 동료 사이에서 택시는 '이동하는 흡연 부스'로 불린다"며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주변이 다 금연 구역이면 동료와 종종 택시를 잡아타고 기본요금 수준의 거리를 한 바퀴 돈다"고 했다. 서울 한 운수회사 대표는 "서울시 택시운송사업 약관에 따라 기사는 담배 피우는 승객을 정당하게 운송 거절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승객들은 상당수가 기사를 승차 거부로 신고해버린다"며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차량 내 CCTV 등 증거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시간이 생명인 택시 기사들은 참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흡연자들의 '꼼수'에 택시 기사들과 비흡연자들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3일 생후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택시를 탄 김세은(29)씨는 "담배 냄새가 나서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기사가 그전에 탄 젊은 남자가 피우고 갔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며 "그래도 아이의 건강이 걱정돼 바로 택시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운세(57)씨는 "하루에 최소한 2~3명이 택시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법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니 속이 탄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조례로 정한 금연 구역에도 택시 내부는 빠져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위법(운수사업법)에서 운수 차량 내 흡연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어 서울시 조례에서는 따로 택시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택시를 '흡연 부스'로 이용하는 승객들을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택시 내 금연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승객에 대한 처벌 규정도 추가되거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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