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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 6. "세상천지 안되는 게 어딨나" 변칙·임기응변의 대륙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4-06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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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0호, 4월7일]   '얼굴 바꾸기'라는 뜻의 볜롄.  1분에 30차례나 얼굴을 바꾸는 신비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
[제120호, 4월7일]

  '얼굴 바꾸기'라는 뜻의 볜롄.  1분에 30차례나 얼굴을 바꾸는 신비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쓰촨(四川)성의 민간 예술로 '볜롄(變)'이 있다.  많게는 1분 동안 30차례나 얼굴 모습을 바꾼다.  일종의 기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쓰인다.  첫째는 비단가면 수 십장을 얼굴에 쓰고 있다가 가면에 연결된 끈을 몰래 잡아당겨 얼굴 모습을 바꾼다.  '처롄'이 나와 상대의 기를 죽이고, 안 되면 원숭이같이 달래고, 그도 안 되면 생쥐처럼 '바닥을 기어서'라도 흥정한다는 말이다.  이 같은 '변(變)'에 대한 관념은 중국인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다.

  변칙과 임기응변, 융통성은 중국인의 삶에 그대로 녹아 있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거나 '되는 것도, 그렇다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을 중국에선 자주 듣는다.  이 모두 변통과 연결돼 있다.  중국의 부자 동네인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의 성공 비결 또한 바로 이 '변통'에 있다.

  원저우엔 쓰러질 듯한 조그만 공장이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 최첨단 주방기구, 최고급 이탈리아 가죽 소파가 만들어진다.  "전화 몇 번 하면 주위의 벌집 같은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이 다 배달된다.  업자는 가공 솜씨를 발휘해 무엇이든 다 만들어낸다"는 게 원저우 한 신문사 기자의 설명이다.

  대만의 음식점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한다.  간판이 분명치 않은 식당의 경우 하루 세끼를 만드는 주인이 각각 다르다.  아침엔 죽집, 점심엔 도시락 집, 저녁엔 오징어탕 집으로 바뀐다.  주인 세 명이 번갈아 가며 영업하는 것이다.

  수십만 달러의 무역을 척척 처리하는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 내는 홍콩 영화, 이 모든 것을 일컫는 '홍콩 익스프레스(초특급)' 현상도 결국은 변칙과 변통에 입각한 임기응변의 문화적 산물이다.  

  중국인의 이러한 행위의 뿌리는 주역(周易)에 있다.  공자가 주역을 해석한 '계사하전(繫辭下傳)'에는  "(만물이) 궁극에 이르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는 말이 있다.  중국인 모두 역경(易經)을 탐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에게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응변(應變)'의 사고가 체질화돼 있다.

  중국의 현대 철학자 탕쥔이(唐君毅)는   "서양인의 우주는 사다리식의 직선적인 우주관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우주는 순환론(循環論)에 입각한 동그라미 형태의 우주"라고 말했다.  곡식이 뿌려져 열매를 맺고 자란 뒤 죽고, 또 뿌려진 씨앗으로 다시 생명을 이어간다는 농업문화의 '돌고 도는' 순환론이 주종이라는 지적이다.

  자금성(紫禁城)에서 보이는 원칙과 질서의 중국식 문화가 '네모꼴(方形)'이라면 임기응변과 융통성으로 나타나는 중국인의 행위는 순환론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동그라미(圓形)'에 해당한다.

  춘추(春秋)와 예기(禮記) 등 중국 고서(古書)에서 정도를 뜻하는 '경(經)'과 변칙을 뜻하는  '권(權)'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바로 '네모와 동그라미의 중국 문화'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오늘날 이 변칙과 융통성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으로 덩샤오핑(鄧小平)이 꼽힌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절묘하게 조합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틀을 만들어 중국 경제 발전의 기초를 확고하게 닦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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