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전기밥솥을 사왔다. 밥솥이 참 예쁘다. 게다가 밥솥이 밥만 하는 게 아니라 말도 한다. 뜨거운 김이 나오니 화상 입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둥 어쩌고저쩌고한다..
아내가 전기밥솥을 사왔다. 밥솥이 참 예쁘다. 게다가 밥솥이 밥만 하는 게 아니라 말도 한다. 뜨거운 김이 나오니 화상 입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둥 어쩌고저쩌고한다.
아내 옆에서 밥솥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그런데 밥솥 액정화면에 ‘찰진 밥’이라고 쓰인 게 눈에 띈다. 다 마음에 드는데…. 옥에 티다. 밥솥 만들 때 ‘찰진 밥’이 바른말인지 틀린 말인지 확인해볼 여유는 없었나 보다. 하기야 밥솥은 밥만 맛나게 지으면 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찰지다’는 바른말이 아니다.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를 뜻하는 말은 ‘차지다’이다. ‘차진 흙’ ‘인절미가 퍽 차지다’ ‘반죽이 너무 차져서 떡 빚기가 힘들다’처럼 쓴다. 따라서 ‘찰진 밥’은 ‘차진 밥’으로 써야 맞다.
많은 사람이 ‘차진 밥’보다 ‘찰진 밥’을 더 자연스러운 말로 받아들인다. 이는 ‘찰떡’ ‘찰밥’ ‘찰벼’ ‘찰옥수수’ 따위의 말이 널리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찰-’은 ‘끈기가 있고 차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그런데 ‘찰-’과 의미가 같은 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차-’다. ‘차조’와 ‘차좁쌀’이 ‘차-’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찰-’과 ‘차-’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ㅈ’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만 ‘차-’를 쓴다. 앞말의 끝소리 ‘ㄹ’은 ‘ㅈ’ 앞에서 흔히 탈락한다. 나머지는 모두 ‘찰-’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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