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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는 말글]‘개고생’ 그리고 ‘개판’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7-03-02 22: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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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전쯤 한 통신사의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란 광고가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 덕분에 사전 속에서 잠자던 우리말 ‘개고생’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개고생..
3년 전쯤 한 통신사의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란 광고가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 덕분에 사전 속에서 잠자던 우리말 ‘개고생’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개고생’에 이어 이제는 ‘개판’이다. 요즘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주인공이 외친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란 대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말에서 ‘개-’가 붙으면 부정적인 뜻이 된다. ‘개고생’은 ‘고생’에 ‘개-’가 붙어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해 아주 극심한 고생을 말한다. ‘개고생’처럼 ‘개-’가 붙어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말에는 ‘개망신’ ‘개망나니’가 있다. ‘개-’는 ‘야생 상태의’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데도 쓰인다. 벌집 속 야생 상태의 꿀이 ‘개꿀’이다. ‘나리’ 꽃 중에서 질이 제일 떨어지는 게 ‘개나리’고, 보릿겨 따위를 반죽해 아무렇게나 찐 떡이 ‘개떡’이다. 살구보다 맛이 시고 떫은 게 ‘개살구’다.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할 때도 ‘개-’가 쓰인다. ‘개꿈’은 꿈속에 개가 나와서 ‘개꿈’이 아니라 헛되고 황당한 꿈을 일컫는다. 헛된 죽음을 뜻하는 ‘개죽음’, 쓸데없는 소리를 말하는 ‘개나발’의 ‘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개고생’ ‘개망신’처럼 ‘개-’가 붙은 말은 어감이 자극적이고 듣기에 거북해 비속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뜻을 살펴보면 비속어로 간주할 말은 아니다. 이 단어들도 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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