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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의 법률칼럼 2주 - 실생활 및 사이버상에서의 명예훼손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7-08-23 19:03:53
  • 수정 2018-08-02 18: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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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상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법정 변호사들한테도 말을 아끼는 것의 중요성은 어김없이 적용됩니다. 말을 아끼는 사람은 말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고 말을 적게 하는 ..
직업상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법정 변호사들한테도 말을 아끼는 것의 중요성은 어김없이 적용됩니다. 말을 아끼는 사람은 말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고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이 곧 말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법정에서 누군가를 변호함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는 ‘Brevity(간결함)’입니다. 고대 로마의 법률가이자 정치가, 철학자였던 Marcus Cicero (마르쿠스 키케로)는 간결한 언어가 곧 설득력으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실제 홍콩 법정에서도 15분 동안 변호하고 앉는 쪽이 1시간동안 말하는 쪽보다 재판을 이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말이 많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 없는 말을 해서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자신이 낭패를 보는 경우는 되도록 없어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말이나 글로서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다스리기 위한 법, 바로 "명예훼손" (Defamation)입니다.

홍콩의 명예훼손법은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와 개인의 명예를 보존하는 것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 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홍콩의 기본법(Basic Law) 제27조에 의해 명시되어 있는 만인의 기본권리로서 개인 및 언론의 표현의 자유는 물론 그것을 출판 및 게재하는 것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본 권리들이 그렇듯, 표현의 자유에도 제한은 있습니다. 표현은 자유롭게 하되, 그 표현으로 인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홍콩에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의 요소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표현된 언어나 문건이 그 대상이 되는 사람 또는 기업 (기관 포함)을 사회적으로 평가 하락시키는 성격을 띄어야 합니다. ▶둘째, 해당 언어나 문건이 반드시 피해자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셋째, 해당 언어나 문건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제 삼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공공성을 띄여야 합니다.

모든 법의 원리가 그렇듯, 명예훼손죄에도 법률상의 방어가 존재합니다. ▶첫째, 정당성 (Justification)입니다. 표현된 언어나 문건이 그 대상이 되는 사람 또는 기업의 명예를 훼손시킬지라도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면 그것은 정당성으로 인한 방어가 성립되어 명예훼손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둘째, 공정한 논평(Fair Comment)입니다. 해당 언어나 문건이 사실을 근거로 하고, 나아가 그 사실에 대한 자신의 솔직하고 공정한 의견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역시 방어가 성립되어 명예훼손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어떠한 언어나 문건이 사회적으로 누군가를 평가 하락시키는지는 각각의 사례에 따라 다르며 판사나 배심원들이 판단합니다. 즉 해당 언어나 문건이 원고의 사회적 명예를 하락시켰는지는 그 사건의 구체적인 전후 사정과 맥락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홍콩의 명예훼손법 (Defamation Ordinance)은 무엇이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피고가 원고의 가게에서 장을 보다가 쥐와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보고 놀라서 온라인에 글을 올린 후, 원고의 글을 본 다른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가게의 매출이 떨어졌던 사례를 볼 수 있겠습니다.

피고가 온라인에 게재한 글이 실제로 원고의 가게의 사회적 명예와 평가를 하락시켰고, 또 그로인해 가게의 매출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니 원고의 입장에서는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고의 글이 쥐와 벌레를 보았다는 사실을 토대로 작성된 글이고(정당성 (Justification) 성립) , 또 그 사실을 근거로 한 자신의 불쾌했던 경험에 대하여 의견을 곁들였다면 (공정한 논평 (Fair Comment) 성립) 두 가지의 방어가 모두 성립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오늘 같은 디지털 시대에서의 명예훼손은 사이버 상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사이버 상에서도 위에 언급된 원칙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언론사가 게재한 기사가 사실을 포함하고 있고, 그 사실을 토대로 한 공정한 의견을 포함하고 있다면 법원은 언론사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 언론사라는 기관의 특성상 해당 기사나 의견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명예훼손죄와의 거리는 멀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명예훼손죄의 핵심은 한마디로 "사실"입니다. 사실을 말하고, 또 그에 대한 개인의 합당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거짓을 게재하거나, 나쁜 의도로 누군가에 대한 거짓을 사실처럼 포장해 출판 및 발행한다면 명예훼손법 제 5조항에 따라 2년의 징역과 법원이 합당하다고 판단하는 만큼의 벌금을 내야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15일은 광복절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인을 비하할 때 "한토진" (반도인•半島人)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그 "반도인"이라는 차별어에서 오히려 반도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민족의식을 싹틔웠습니다. 말로써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지만 우리 조상님들처럼 꼭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계속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습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부정적인 의견이 위대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며, 모든 부정적 언어가 명예훼손으로 성립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콩에도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홍콩 주재 일본총영사관 인근에 있다고 하는데, 퇴근 후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상담 문의 바랍니다. 상담료는 받지 않습니다.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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