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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84)- 왜 사냐고 묻거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5-25 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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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7호, 5월26일] 어떤 숙제   학부형들이 평소 집에서 자녀들과 얼마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선생님이..
[제127호, 5월26일]

어떤 숙제

  학부형들이 평소 집에서 자녀들과 얼마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선생님이 숙제를 냈습니다.  "얘들아, 오늘 숙제는 집에 가는대로 부모님께 여쭤보는 거다.  엄마 아빠는 왜 사시느냐고 말이야.  내일 돌아가면서 발표시킬 테니까 꼭 잊지 말고 해가지고 오도록." 다음날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에 온 아이들의 발표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엄마는 왜 살아?"
  "그런 너는 왜 사냐?"

  "엄마는 왜 사는지 학교에서 알아 오래요."
  "너 학원 빨리 안 가고 딴 짓 할래?"
  "정말 이예요.  숙제라니까요!"
  "묻지 마.  다쳐."

  "아빤 왜 사세요?"
  "나중에 네 덕 좀 보려구 산다, 왜?"

  "엄마는 왜 살아요?"
  "낸들 아니? 아빠한테 가서 물어봐."
  "아빠도 모른대요."
  "그럼 별들에게 물어보든가."

  선생님은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발표하는 학생들 앞에다 대놓고 웃자니 뭐하고 대화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본의 아닌 부모험담을 하기도 뭐해서 쓴웃음만 지었다고 합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애가 하는 말이라고 해서 건성으로 듣고 넘기려는 어른들의 태도가 역력히 드러나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것을 성인의 과제로만 생각해 자녀를 입 다물리기보다 아이들의 이해수준에 맞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더없이 좋은 눈높이 교육의 실천이며 아이들 기억에 평생 남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그래?"
"저기요, 섹시하다는 게 무슨 뜻 이예요?”
  "어? 그, 그 말은… 주로 어른한테나 쓰는 말이거든… 음 그게 있잖니…"

  이름표에 잉크도 안 마른 초등학생이 하교 길에 대뜸 묻는 당찬 질문에 어떤 식으로 답을 해야 좋을까를 궁리하느라 눈을 가늘게 뜨고 한숨까지 쉬며    하늘을 바라보던 선생님.  섹시하다는 말을 어디서 주어들은 건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대답을 열렬히 원하는 것도 아닌 어린애의 질문을 가지고 고심하던 선생님의 정성의 무게가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 뜬금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는 통에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저의 엉뚱한 호기심을 진지하게 대해준 선생님의 태도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가를 처음 느껴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노을을 사랑하는 사람들

  "어머? 휴가라도 간 줄 알고 전화를 안 했더니 여기서 만나네요.  독서모임엔 왜 한 번도 오질 않아요?"
  "막상 가려니까 시간이 좀 애매하더라구고요.  애들 학교에서 오는 시간에 너무 가까운 것도 같구요.  다들 계속 나오시죠?"
  "물론이죠, 독서평을 나누고 토론한다는 핑계로 모처럼 수준 높은 대화도 나눠보구 남 얘기 안 하고 수다 떠는 재미도 있구, 일석이조지 뭐예요? 아니 그건 그렇고, 번번이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본인은 왜 도통 안 나타나는 거예요? 요전에 발마사지 배우는 것도 우리끼리만 다니고 말았잖아요.  같이 갔으면 좋았을걸.  어떤 사람은 그걸 계속 배워서 지난달에 자격증까지 땄지 뭐예요? 그러니까 아이디어만 계속 내놓지 말구 꼭 시간 내서 독서모임에도 나오세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클럽하우스에 잠깐 모여서 차한잔하는 격인데요 뭘."

  아침에 마주친 옆 동 여자의 말을 떠올리며 개수대 위로 난 창문을 바라보는 전업주부 P.  언젠가부터 집안일을 마칠 즈음이면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서서 오렌지 빛 노을을 멍하니 쳐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동그란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어두워진 것도 모른 채 생각에 잠길 때도 있습니다.  사춘기 소녀들 같은 일시적인 기분이려니 훌훌 털어버리고 부지런을 떨어가며 사는데도 저녁만 되면 돌아오는 묵직한 가슴.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들과 할 수 있는 취미거리들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막상 자신은 시작도 하기도 전에 흥미를 잃어 시들해지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조금만 심기가 불안해지면 우울증이 아닌가 섣불리 겁을 먹고 이런저런 소일거리와 약속들로 꽉 찬 스케줄을 만들어 일단 몸이라도 바쁘게   살고 보려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신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해질녘마다 희열을 느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주거지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출장이 잦은 다국적기업의 간부도 출장지로 가는 비행기에서 활주로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유모를 한숨을 쉬곤 합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24시간 내내 대기 중이다시피 일하는 모일간지의 리포터도 취재 길에 마주친 황혼을 보고    눈시울을 붉힐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마라톤 인생의 하루치 코스를 접으며 느끼는 당신의 요즘 기분은 어떤 것인지요. 만사를 제쳐놓고 앞만 보고 달렸건만 하루의 끝자락에 어김없이 찾아드는 아쉬움.  나는 지금 충분히 바쁘게 살고 있는가를 의심하기보다 무엇으로 바쁘게 살고 있는가를 짚어보는 황혼녘은 어떨런지요.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T: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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