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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콩도 표준어 써라"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6-01 16: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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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8호, 6월2일]   중국 베이징(北京) 출신인 주팅팅(여.25)은 3년 전 영국계 무역회사에 취직해 홍콩으로 이사 왔다. ..
[제128호, 6월2일]

  중국 베이징(北京) 출신인 주팅팅(여.25)은 3년 전 영국계 무역회사에 취직해 홍콩으로 이사 왔다.  그는 요즘 이 지역 방언인 광동어(廣東話) 개인 교습을 받는다.  시간당 250 홍콩달러(약 3만원)나 든다.  회사나 일상생활에서 광동어를 몰라 겪는 불편이 커 어쩔 수 없다.

  그는 "어떻게 나라 안에 표준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비단 주씨만이 아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뒤 꿈을 찾아 이곳으로 건너온 대륙인 수만 명이 똑같이 겪는 불편이다.  중국 표준말인 푸퉁화(普通話)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중국 지역이라는 게 대륙인들의 불만이다.

  참다못한 중국 정부가 홍콩에 언어 통일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교육부는 이번 주 발표한 '국내 언어학습 보고서'에서 "홍콩인들은 푸퉁화 구사 능력을 길러 (중국) 사회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어떤 형태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간접적인 시사다.  중앙정부가 홍콩에 언어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나온 것은 회귀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홍콩 행정청 조사에 따르면 홍콩 인구 640만 명 중 89.2%가 광동어를 사용하며 표준말 사용자는 0.9%에 불과하다.

  중국 교육부 언어정보행정처 리위밍(李宇明) 국장은 "최근 홍콩인 중 푸퉁화 구사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은 외국과 다름없다"며 "중국인으로 경제나 문화 공감대 확산을 위해선 표준말 구사가 필수적이란 걸 홍콩인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제도로 일국양제(一國兩制)는 유지하겠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상당수 홍콩인들은 "중국 정부는 언어가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그 결과 중앙정부의 통치력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거세게 일었던 홍콩의 민주화 바람은 중국에 동화되기 싫어하는 홍콩인들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홍콩인들에 대한 대륙인들의 서운함도 배어 있다.  홍콩 언론들은 "홍콩 경제의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표준말을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 홍콩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국 중앙정부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홍콩을 찾은 관광객 2300만 명 중 53%인 1250만 명이 대륙에서 온 중국인이었다.  돈은 대륙인에게서 벌면서 말은 배우지 않으려는 것이 곱게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출처 : 중앙일보 5월26자, 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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