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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간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7-12-28 16:14:05
  • 수정 2017-12-28 16: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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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정유년 송년사
정유년 2017년도 이제 거의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나이 먹음에 새로운 정기를 발산할 여력을 어디에서 찿을까 고민해 봄직도 한데 몸이 따라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자기 여력이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버킷리스트는 만들어 가야지 다짐해 본다. 버킷리스트가 뭐냐고? 내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

세 아들을 사교육없이 서울대에 보낸 열심히 일하는 엄마로 자녀 양육에 대한 교육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여성학자 박혜란 씨가 낸 책 '오늘,난생 처음 살아 보는 날'에서 마음에 드는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 연극 무대에 서기, 캐리커처 배우기, 손주들이 읽을 동화책 쓰기, 제주도 올레 일주하기 등 노년 버킷리스트를 밝혔다.

세 아들들 나이가 42·44·46이니 반 백년의 역사 속에 아이 키우는 엄마 속을 어떻게 다 잘 알 수 있을까.

최근 자신이 32년간 살았던 동네, 그리고 17년간 살았던 아파트를 이사하면서 그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아들들의 짐을 건네 주었다고 한다. 갓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 차고 있던 신생아 팔찌부터 어렸을 때 그린 그림, 학창 시절 성적표, 어버이날 쓴 편지, 사진까지 모두 이름을 적어서 주었다고 한다.

보통은 자식이 결혼할 때 주는데 늦은 셈이다.

결국 박씨는 70이 넘은 나이에 이사를 하면서 이제서야 아들 것도 되돌려 주고 삶의 한 단계를 정리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가난하게 살았던 세대여서 물건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늘 강했던 세대였으니 이해할 만도 하다. 욕심없이 살았다고 했지만 결국은 욕심이 많아서 버리지를 못하고 끌어 안고 살았던 셈이다.

이제 많은 것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 진단다. 이제부터는 버릴 수 있을 때까지 버리고 더는 사거나 가져 오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순수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손주를 여섯명이나 둔 할머니 박혜란 씨의 나이 먹는 이야기에 삶이 길어지면서 젊은이들과 소통해 가는 과정에서 요즈음의 능력있는 워킹맘들의 육아 때문에 직장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여성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개선되고 차별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업 주부로 아이를 열심히 키우는 여성도,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여성도 모두 다 사회에서 공격받지 않고 존중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혜란 씨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나의 집사람 이야기이고 나의 딸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칠십이 넘어 무엇을 할까 망설이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박혜란 씨처럼 마음에 드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맥주와 커피를 마시며 일상에서 탈출함도 삶을 길게 가지고 가면서 가야할 노정의 한 순간이다고 생각하자.

나의 첫번 째 버킷리스트 라이프 베스트 에이지 슈터(Life Best Age Shooter)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다음의 나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으로 만들어 갈까? 저무는 정유년 끝자락에 나의 첫번 째 버킷리스트를 만들려는 약속을 지키려 한다. 버릴 수 있는 것은 버리고 그러나 이룰 것은 이루어 내는 나의 마음 다스림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정유년을 보내고 닥아오는 황금 개띠 무술년의 새해 아침을 열면서 모든 분들의 소원과 희망이 꼭 이루어 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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