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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함께 떠나는 남도 기행 (1) - 홍콩에서 서울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6-15 12: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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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9호, 6월16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주 「위클리홍콩」 정기휴간을 맞아 「아시아나 항공」과 「US여행사」의..
[제129호, 6월16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주 「위클리홍콩」 정기휴간을 맞아 「아시아나 항공」과 「US여행사」의 후원으로 1주일간의 고국 여행을 다녀왔다.  특히 이번 여행은 그동안 필자와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 탓인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남도를 집중적으로 돌아본 색다르고 의미가 깊었던 여행이었다.

  나는 여행광이다.  잠을 자다가도 '여행'얘기만 나오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여행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여행할 기회만 생기면, 아니 어떤 상황에서든 여행할 꺼리를 만들어 만사를 제쳐두고 일단 일정부터 잡은 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니 주위에서도 나를 포기한지 오래다.  

  「위클리홍콩」이 10월3일을 맞아 창간 3주년을 맞는다.  사실 매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16면이라는 공백을 가득 채워 정기적으로 낸다는 것이 생각보다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훨씬 고된 일임을 고백한다.  「위클리홍콩」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큰 무리 없이 신문을 발행해 낸 것은 필자가 일상사를 훌훌 떨쳐버리고 훌쩍 떠나 고갈됐던 에너지를 넘치리만큼 재충전하고 돌아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외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 날 부턴가 고국 산하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있었다.  봄이 오기가 무섭게 내 나라 산이란 산을 온통 진분홍빛으로 휘감아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진달래와 철쭉, 봄 처녀들의 마음을 온통 어지럽히는 아지랑이, 향긋한 냉이며 쌉싸름한 씀바귀 등 봄나물, 그리고 밤새 내린 이슬을 한 가득 이고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수줍은 듯 한들대며 이른 아침 가을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코스모스,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시퍼런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은 높고 푸른 가을하늘, 덕수궁 돌담길에 수북이 쌓인 샛노란 은행잎들, 낙엽 밟는 소리들, 먼데 산사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풍경소리, 바람소리,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온통 흰 색으로 뒤덮어 버리는 눈.......  그랬다.  나는 봄이 오면 봄을 앓았고, 가을이 오면 시나브로 가을을 앓았다.  해외에서의 생활이 오래될수록 내 병이 점점 깊어지는데다, 홍콩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에게도 한국적인 정서를 심어주고자 지난해에는 학교 수업도 다 빼먹고 강원도 일대를 돌아보며 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줬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이제 내 나라의 문화에 대한 갈증으로 전이됐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이런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유교수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국토 전체가 문화재이다"라고.

  홍콩에서 조선일보 특파원 생활을 하고 돌아가 주간조선편집장을 역임했던 함영준씨가 최근 '한국, 한국인의 위대함 재발견'이라는 부제를 달고 한국인에게 2%부족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발간한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라는 책의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인의 진면목을 깨닫게 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해외생활을 하면서부터다.  해외생활이 한국의 객관적인 실체에 눈을 뜨게 해준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해외생활을 했던 함기자가 그럴진데 하물며 20여년을 해외서 교포로 산 내게 있어서야 고국에 대한 실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객관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은 외국인의 눈으로 나머지 반은 고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돌아본 이번 여행에서 내가 느끼고 깨달은 바를 홍콩에 사는「위클리홍콩」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과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우리 2세에게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더 깊숙이 체험케 하고 싶은 분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는 교포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조상의 얼이 살아 숨쉬는 우리 땅을 일주를 해 보라고 권한다.  자신에게는 물론 자녀들에게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여행의 시작에서부터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전폭 지원해 주신 「아시아나 항공」의 이준한 지점장님과 한국의 「US여행사」 황두연 사장님께 아주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 로사의 남도기행 일정 ■
제1일 : 홍콩-서울 (아시아나 항공)
제2일 : 서울-부여(백마강, 고란사, 낙화암)-전주(경기전, 풍남문, 전통한옥마을)-광주
제3일 : 광주-해남(땅끝마을, 보길도)-보성(녹차밭)-순천
제4일 : 순천(낙안읍성 민속마을, 화개장터, 박경리 소설의 토지 세트장 '최참판 댁')-거제
제5일 : 거제(한려수도, 해금강, 외도), 부산
제6일 : 부산-서울-강원도(평창, 이효석 생가 및 메밀고을)
제7일 : 강원도-서울-홍콩(아시아나 항공)



홍콩에서 서울로


  여행을 떠나던 5월 31일 아침에도 홍콩은 여지없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발권해준 전자티켓을 들고 공항의 카운터에서 갔더니 보딩패스를 건네준다.  신기도 하지, 요즘 항공사에서는 예전에 볼 수 있었던 정식 티켓이 아닌 전자티켓이라는 종이 한 장을 준다.  전 일정과 예약상황을 명시한 이 종이조각은 잃어버려도 상관이 없다.  이메일로 다시 받아 몇 백장이고 프린트해서 다닐 수 있으니 분실염려 하지 않아도 되고, 항공사는 티켓이슈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좋고, 결국 이것이 에너지의 절감과 환경보호로 이어지니 좀 좋은가.  정식 티켓이 없으면 불안해서 도저히 안 된다는 분들에게만 티켓 이슈비용만 받고 예전의 티켓을 발행한다고 한다.  참으로 간편하고 유용한 시스템이다.

  비행기에 올라타니 앞, 뒤, 옆 할 것 없이 온통 다 한국서 여행 온 아줌마들로 가득 차 있다.  한 숨 푹 자면 한국에 도착하겠거니 했건만 나의 바람은 일찌감치부터 물 건너간 게 아닌가.  아줌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들고 들어온 신문을 읽지도 않고 바로 비행기 바닥에 깔더니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맙소사, 머  리가 아파온다.  아줌마들의 수다에 곁들여 스타킹 신은 발에서 나는 시큼한 발냄새까지...  

 비행기 내에서의 매너를 어느 정도 지켜주면 오죽 좋으련만 자기 집 안방처럼 맨발벗고 이리저 리 돌아다니는 아줌마들, 승무원들은 마음도 좋지, 이것 달라 저것 달라 쉬임없이 요구하는 그분들의 요구를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저렇듯 밝게 웃으며 성심껏 응대를 해주니 참으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피곤에 찌들고 잠이 부족해 비몽사몽간인 내가 아줌마들로 인해 가뜩이나 짜증이 날대로 나 있는데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일행과 떨어져 앉았다며 내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한다.  "아니요 저는 이 자리가 좋습니다!" 라며 딱 잘라 말했다.  내가 얼마나 성질머리 사나운 여자로 보였을까 만은 아주머니, 제겐요,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손톱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다우...  

  아, 내 고국을 찾아 떠나는 내 여행이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아니, 내일 벌어질 어처구니없는 일에 비하면 오늘의 이 상황은 양반 중에 상양반이지..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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