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제학교 학생들이 SAT 고득점을 하지 못하는 이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3-22 11:10:03
  • 수정 2018-04-11 12:05:54
기사수정
  • 매해 반복되는 입시 사이클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SAT 시험에 관해 필자에게 고충을 털어놓는데, 그 내용은 사실 매해 별반 다르지 않다. 영어 커리큘럼으로 12..
매해 반복되는 입시 사이클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SAT 시험에 관해 필자에게 고충을 털어놓는데, 그 내용은 사실 매해 별반 다르지 않다. 영어 커리큘럼으로 12년간 교육을 받지 않은 한국 학생들 중 유난히 "시간이 모자라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런 학생들의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질 않으면서 단순히 시간이 모자란 것을 별개의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에 있다.

많은 학원들에서는 시험을 볼 때 한 지문 당 소요해야 되는 시간을 정해주거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이건 상처에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 격이고, 역설적으로 시험을 빨리 푸는 방법을 찾거나 연습해보는 경우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제대로 된 독해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수많은 증상 중 한가지 일 뿐이다. 뇌손상 때문에 코피가 나고 있는 환자를 치료해주지 않고, 단순히 코피를 멈추게 할 방법을 허둥지둥 찾고 있는 격이다.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은 실력에 아주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뇌손상"을 고치러 나서야 되는 것이지 단순히 요령으로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절대로 점수 향상이 없을 것이다.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은 지문을 읽고 나서도 지문의 중심적인 내용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지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문장을 읽고 이해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문장과 문장 사이의 미시적인 관계부터 시작하여 글의 거시적인 흐름과 중심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글을 읽어도 머릿속에 각 명제들의 상호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결국엔 감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550점이 넘지 않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정리되지 않은 이해도를 가지고 문제로 갔을 때 선지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지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희미하게 기억나는 부분과 어영부영 비교해보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모든 SAT 지문의 핵심적인 논리와 뉘앙스는 80줄의 지문 중 극히 일부다. 1550점 이상의 학생들은 거의 모든 문제를 읽었을 때 머릿속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답을 정하고 선지를 고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실상 선지를 읽긴 하지만 읽기보단 "찾는다"라는 느낌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글의 핵심적인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4개의 선지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지문으로 돌아가서 방향성 없이 지문의 곳곳에 있는 파편화된 논리와 비교해서 자기 생각에 그나마 나은 것 같은 답을 고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한다. SAT의 특성상 학원에서는 단기 알바 격으로 수업하는 강사를 써서 일수도 있지만, 이건 오롯이 "문제풀이"나 "테크닉"에 목숨 거는 부모들의 수요가 항상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연결사 몇 개 확인해봐서, 아니면 유형별로 문제를 많이 풀어봐서, 혹은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봤다고 해서 꾸준하게 고득점을 낼 수 있는 본질적인 실력 향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학원들이 학부모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단지 상품으로 보기 좋게 패키지 해놓은 "상품"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하다.

단순히 반복적인 문제풀이로는 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문을 다 파악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잘 다져진 기반이 없기 때문에 오답으로, 그리고 모자란 시간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SAT 시험 준비를 언제부터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혹은 해외 경험이나 영어 커리큘럼을 얼마나 겪어본 학생이냐에 따라서 각 학생들이 시작하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영어 커리큘럼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특목고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 커리큘럼을 문제 없이 따라가는 학생인 이상, 충분한 연습으로 누구든지 최소 1500점 이상은 가능하다.

학교 공부를 충분히 잘 따라갈 수 있다는 학생이라는 전제하에 2번의 방학을 걸쳐서 SAT "공부"를 했는데도 점수가 최소 1500점이 나오지 않는다면 방향성 없이 단순 반복으로 문제를 풀면서 단순히 시간을 때운 것은 아닐까 의심해볼만하다. 최악의 경우는 공부를 제대로 한 것도 없이 기출문제만 소진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무식하게 연습을 해서도 향상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효율적인 것과 효과적인 것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같은 정도의 실력 향상을 더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모든 문제집을 다 풀어본다고 하면 그것이 비록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효과적으로 점수 향상으로 이어지는 충분조건으로는 작용하지 못한다.

글을 읽었을 때에 자신이 어떤 마인드 세트였는지, 글의 중심적인 내용을 짚기 위해서 어떤 내용이 핵심적이었는데 자신이 캐치를 못한 것인지, 단순히 이해를 못한 문장이 있었는지 등 여러 가지 세부적인 사항을 시험을 본 이후에 점검해보고 반성해봐야 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허나 많은 경우에 학생들은 그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다른 문제를 푼다든지, 단순히 연습만 많이 하다 보면 점수가 언젠가 올라갈 것이란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문제를 소진해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이런 반성의 단계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방식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심지어 학원에서도 모의고사를 본 이후에 단순히 "틀린 문제 리뷰" 식으로 리뷰를 하고 있다. 이런 메타적 인지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데, 이것은 겉보기에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효과성을 가장한 효율성일 뿐이다.

SAT는 수능시험과 다르게 지식을 기반으로 한 시험이 아니다. 필자가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이 문제풀이 위주의 접근방식이나 학원 마케팅에 휘둘려 올바른 공부 방법을 익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SAT는 어디까지나 글의 핵심적인 내용을 머릿속에서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체화되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충분한 반성의 시간이 없이는 절대로 고득점을 기대할 수 없다.

(글: 다니엘 오 Daniel Daehyun Oh (Daniel’s SAT Clinic: blog.naver.com/danielacademy)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이태원_250109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