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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와 탱고에 취한 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6-15 12: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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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9호, 6월16일]   지난 12일 저녁 7시30분부터 센트럴 씨티홀에서 열린'Celli & Tango' 공연장에는 10..
[제129호, 6월16일]




  지난 12일 저녁 7시30분부터 센트럴 씨티홀에서 열린'Celli & Tango' 공연장에는 1000석이 넘는 객석이 가득 찼다.  그런 객석의 열기에 답하기라도 하듯 배일환과 송영훈, 이희연, 박시원 등 4인의 첼리스트와 일본의 탱고 4중주단은 힘 있는 사운드와 환상적인 앙상블연주로 청중의 숨을 죽이게 만들었다.  

  첫 번째로 배일환의 독주에 이어 이희연이 그와 호흡을 맞춰 바흐-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연주했다.  구노의 '아베마리아'에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구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 신동으로 불렸고, 파리외방선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다.  그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음악 천재' 였다.  세월이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그 친구는 뜻밖에 신학교에 들어간 후 파리외방선교회의 사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중국으로 선교를 임명받았다 머잖아 '죽음만이 기다린다'는 "조선대교구주교"로 임명되어 결국 순교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가 바로 명동성당 지하에 잠들어 잇는 구노의 둘도 없는 친구 '엥베르 주교'이다.  후일 영광스러운 성인의 관을 쓴 성 엥베르 주교를 기리며 구노가 만든 노래가 바로 '아베마리아'이다.

  이어 몇 곡의 음악이 더 연주된 후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들려왔다.  민중의 끓어오르는 열정이 무겁고 낮은 첼로의 선율에 사무치도록 아름답게 묻어나와 눈시울이 시큰해 왔다.

  카를로스가르델의 탱고음악 'Por una cabeza'가 연주되고 있는 동안, 한 편의 영화 장면이 떠올랐다.  앞을  못 보는 퇴역 장교 알 파치노가 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를멋지게 추는 모습.  바로 '여인의 향기'다.

  경쾌한 '헝가리안 댄스 5번'>에 이어 감미롭게 연주된 곡은 '시네마천국'에서 마지막 키스신에 잔잔하게 깔린 음악인 Love theme였다.

  그쯤에서 이날 연주의 클라이맥스에 도달된 듯하였고, 그 후의 연주는 마치 그 격정을 가슴 속으로 내연시키고자 하는 듯 차분하게 흘렀다.

  그러나 2부로 이어지면서 객석 청중들은 두 곡의 연주에 열광했다.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연주곡 'Oblivion(오블리비온)'과 'Milonga del Angel(천사의 밀롱가)'가 연주됐기 때문이다.

  '춤을 위한 탱고'가 아닌 '귀를 위한 탱고'를 추구했던 피아졸라는 1950년대 '누에보 탱고'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과 아르헨티나의 민족음악 탱고를 전 세계에 퍼트렸다.  그는 탱고의 대명사처럼 후대에 기억되고 있으며 탱고는 민족음악에서 세계음악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가장 슬픈 탱고'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피아졸라의'오블리비온'을 섬세하고 정열적으로 연주하는 송영훈의 첼로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전율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것도 연주자의 숨소리, 악기소리 그리고 예술 그 자체인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첫째 줄에 앉아서.   수 만 가지의 복잡한 감정을 심어주는 '망각'이라는 제목의 이 탱고는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무엇인가 울컥 끄집어내는 마력을 지닌 탓인지 미치도록 울고 싶어진다.  눈물과 애환, 서러움과 고통을 실은 반도네온(탱고반주에 쓰이는 작은 손풍금)의 선율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나 역시 숱한 질곡 속에 휘청이는 고단한 이방인이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아름다움, 이를테면 건축물, 미술, 사람들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음악을 떠올려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은 노스탤지어의 언어를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단 하나의 탱고에."

- 기돈 크레머(라이너 노트 중에서)


뜨거운 감동 속에 객석을 떠날 줄 모르고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은 관람석의 불이 하나둘 씩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공연을 마친 후 '위클리홍콩'과 가진 인터뷰에서 "마치 축제의 전야제를 방불케 하는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많이 놀랐고, 감격스러웠다"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첼리스트 송영훈의 잘 생긴 얼굴이 아름다워 보였다.

  일본의 탱고 4중주단 역시 "홍콩에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을 줄 몰랐다"면서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를 제외하고는 홍콩에서의 연주가 처음이니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나 보다.

  공연장에서 만난 한 관객은 "연주회에 오면 백발백중 조는 내가 숨을 죽이고 음악에 심취했다면 대단한 공연인 겁니다"라며 연주자들의 뛰어난 실력과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관객은 "홍콩에서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냐면서 "공연을 준비해 온 <한인여성회>와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홍콩한인여성회(회장 장은명) 주최로 열린 'Celli and Tango'> 연주회에서 얻어진 수익금은 한국국제학교의 Springbord에 기증된다.  

  이번 연주회는 아리랑, 한국국제학교, 마르코폴로홍콩호텔, 아시아나항공, 진그로벌, LG전자, Maxeearn Ltd, 삼성전자, CJ Entertainment, 스타스루즈, NUAC, 민주평통홍콩지부, 대한항공, 이화원 Express, FOFCO, 한인상공회, 한국여행사, SJL Ltd, LG Int'l Group, 체육회 등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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