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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4-10 10:15:18
  • 수정 2018-04-11 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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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렘브란트와 아마존
연극 <아마데우스>가 요즘 국내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짧고 가난했던 삶을 다룬 연극입니다. 모차르트는 다섯 살 때 피아노협주곡, 열여섯 살 때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일찍부터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그런데도 35세에 요절할 때까지 빚에 시달렸습니다. 시신이 빈민구역에서 다른 시체들과 함께 매장돼 찾을 길조차 없어지는, 기막힌 신세로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4월6일자 B7면 기사 <모차르트의 가난…그는 비용관리에 실패했다>는 제목에 담겨 있듯, 그가 가난한 삶을 살았던 까닭을 조명했습니다. 이 기사는 ‘빛과 어둠의 화가’로 불렸던 또 한명의 천재 예술인, 렘브란트의 삶도 소개합니다. 20세에 직업화가의 길로 들어서 30대에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등 물질적 풍요를 누렸지만, 37세 때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기 시작해 50세에 파산선고를 받았고, 63세에 외롭게 굶어죽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의 인생은 묘하게 닮아 있다. 모차르트가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 프로 작곡가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렘브란트가 100점 이상의 자화상 작품을 남긴 이유는 모델을 고용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예술에서의 성공과 달리 어두운 인생을 보내야 했던 까닭도 닮은꼴입니다. “가난의 첫 번째 원인은 비용관리 실패에 있다. 그들의 수입은 적지 않았다. 30세 당시 모차르트의 수입은 또 다른 천재인 하이든의 세 배가 넘었다. 렘브란트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겐 수강료를 내는 많은 제자가 있었고, 유명인사들도 그의 작품을 사랑했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사치스러웠고, 모차르트는 도박에 빠져 있었다.” 아무리 버는 돈이 많아도 쓰는 돈이 더 많으면 버틸 재간이 없게 마련입니다.

그들은 당장의 수입에서 쓸 수 있는 비용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미래 수입까지 고려해 돈을 지출한 것으로 보인답니다. “이 작품이 팔리면 돈이 들어올 거야. 일단 사야지” “이 오페라만 성공하면 모든 빚을 다 갚을 수 있어. 돈 좀 빌려줘.” 그들의 천재성은 오만으로 이어졌고, 나쁜 생활습관은 잘못된 돈 관리로 이어졌다는 게 기사의 결론입니다.

같은 날짜(4월6일자) B3면 기사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은 오늘도 ‘자기 파괴중’>에는 모차르트와 렘브란트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은 것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매우 희귀한, ‘괴물 같은 기업’으로 꼽히는 아마존 얘기입니다. 창업 31년 만에 세계 최강 IT(정보기술)기업으로 올라섰지만, 근검절약 문화를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태도는 단순히 비용절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이 창업정신을 잊지 않는데도 도움이 된다.”

“1997년에도 그랬듯이 베저스 회장은 지금도 아마존이 여전히 첫날이라고 믿으며, 공룡같은 존재가 된 지금도 일반적인 신생 스타트업이나 사용할 법한 비용절감의 자세로 회사를 경영한다”는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천재적인 예술가와 치열한 기업가의 삶을 맞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성취에 따르는 교만을 경계하며 초심(初心)을 놓치지 않는 아마존의 기업문화는 새겨둘만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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