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과 ‘갑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혐오와 차별, 비하 발언으로 갈등을 빚는 사례가 끊이지 않습니다. 막말과 ‘디스(disrespect의 준말)’가 하위문화를 넘어 대중적 코드로 소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무례함의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무례함의 배경에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성과지상주의 사고방식이 숨어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5월4일자 B2면 기사 <기업 병들게 하는 무례함, 조직 성공 이끄는 정중함>은 그런 통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일깨워줍니다. 크리스틴 포래스 미국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7개 국가 800명의 중간관리자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빈정, 조롱, 폄하, 모욕 등의 무례함이 조직 내 인간관계를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무례함은 평균적으로 조직 실적을 66% 약화시키고 조직 헌신성을 78% 떨어뜨린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고객을 상대로 화풀이하는 비율이 25% 증가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중한 조직은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인간에게는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기본적 욕구(소속감•affiliation)가 있다. 정중한 행동은 단순한 격식이 아니라 사회와 조직의 일원으로서 존중받고 소중하게 대우받는다는 소속감을 정립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창의적인 기업들 사이에서 정중함의 효용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중요한 인사관리 원칙으로 삼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입니다. “개인과 기업이 정중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가지려면 정서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늘 무례함에 찌들어 있는 조직과 개인이 어떻게 주변 고객들에게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정중함과 진정성을 보일 수 있을까.”
포래스 교수는 정중한 습관을 내면화하는 방법으로 미소 짓기, 배려, 경청하기와 함께 ‘내 안에 숨겨진 편견을 찾아내고 극복하기’ 등을 제시합니다. “무례함은 대개 악의가 아닌 무지(無知)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막말을 일삼던 어느 외과의사는 정식으로 항의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레지던트와 간호사, 직원들이 자신의 거칠고 직설적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품위의 정치인’으로 회자되는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110가지 예절의 법칙’을 수첩에 옮겨 적은 뒤 평생 실천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상대방이 적일지라도, 그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앉아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기 위해 다가온다면 그가 아랫사람이라도 일어나서 맞으라.” “농담이건 진담이건 해로운 말을 하지 말라. 기회를 주더라도 남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헐뜯는 소문을 성급하게 믿지 말라.” “남을 험담하는 사람 가까이에 가지 말라.”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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