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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6-05 10:17:12
  • 수정 2018-06-05 10: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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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성은 어디에 있는가”
“한때는 라파엘로처럼 그렸지만, 아이들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기까지 평생이 걸렸다.” ‘입체파 미술의 대가’ 파블로 피카소가 한 말입니다. 피카소는 난해한 추상화 작품으로 “무슨 그림이 그렇냐”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10대 시절 대가들의 구상주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模寫)하며 탄탄한 회화실력을 닦았습니다.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베껴 그리면서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나갔습니다.

“창의성은 어떻게 꽃 피우는가? 자립성을 길러주는 게 우선일까, 반복훈련이 먼저일까?” 한국경제신문 6월1일자 A27면 기사 <창의성은 세계와 소통할 때 꽃 피운다>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하워드 가드너 미국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네 차례에 걸친 중국 방문을 통해 이 화두(話頭)를 갖게 됐습니다. “미국인 하워드 부부는 한 살을 갓 넘은 아들 벤저민이 호텔 열쇠를 반납함에 넣으려고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 모습을 그저 지켜본다. 반면 지나가던 중국인 대부분은 벤저민의 손을 잡고 반납함 구멍으로 부드럽게 이끌어준다. 시행착오는 시간 낭비라는 중국인의 생각이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가드너 교수는 이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미국과 중국 교육의 핵심을 짚어냈습니다. “미국은 자립성과 독창성이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천자문 암송과 서예로 대표되는 중국식 교육은 반복을 통해 빠르게 기초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는 중국 방식을 섣불리 비판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모방과 반복훈련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세계적인 문화를 일궈냈고,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식과 중국식 교육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연구에 착수한 배경입니다.

“창의성이 뛰어난 유아기 시절(7세 이하)에는 반복훈련보다는 독창성을 북돋워주는 게 적절하다. 아동 중기(14세 이하)부터는 기술 연마가 중요해진다. 기술이 습득되지 않으면 자칫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부터는 자신이 지닌 독창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창의성을 ‘개인의 산물’로 여깁니다. 가드너 교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창의성은 타인과 자신이 속한 세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길러진다. 아이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교사 및 친구들과 공유하고 비평하면서 사회의 전통과 관습을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를 혁신할 수 있는 창의성이라는 꽃을 피우게 된다.”

‘창의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버리고, ‘창의성은 어디에 있는가’로 바꿔 물어야 한다는 성찰이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창의성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발될 필요가 없다. 창의성은 의외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개인에게서, 생애의 전 기간에 출현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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