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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LOVE & BAB 스토리 (1) -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6-29 11: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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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1호, 6월30일]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직장을 다닌다는 것, 그리고 무엇인가 커리어를 쌓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제131호, 6월30일]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직장을 다닌다는 것, 그리고 무엇인가 커리어를 쌓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실 한 가지를 잘 하기도 얼마나 어려운가?  이는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페미니즘이란 단어조차 이미 식상한 미국이건 아프리카의 오지이건 말이다.  어느 나라에 살건 육아와 커리어 사이에서 곡예를 하는 엄마들은 너무 많을 것이다.  때문에 홍콩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도 나의 행운에 가끔씩 감격할 때가 있다.

  일단 이곳에서는 한국만큼 소위 '슈퍼우먼'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이는 사회가 구조적으로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나 기반을 마련한데에 기인하다고 본다.  일단 일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쉽다.  이를 알선해 주는 에이전트만 동네에도 몇 군데가 있다.  또 한국에 비하면 너무 싸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지 않는 타이타이(太太)들도 많이 쓰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특별히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집에 일하는 사람을 부리는데, 아이가 있는 직장 여성이 집에 일하는 사람을 두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집안일에서만 이라도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퇴근하고 나서 집안일을 해야 한다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단한가?  하루 종일 일하느라 아이와 시간을 전혀 보내지 못했는데 그나마 집에 도착해서는 아이와 조금이라도 놀지는 못하고 저녁하고 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비참한 일이다.  홍콩에서의 행운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부분 또는 좋아하는 부분만 열심히 하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물론 나의 일 그리고 내 딸, 선이다.  이렇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퇴근 후의 나의 일과는 당연히 편안하다.  간단하게 씻고 선이와 앉아서 가장 좋아하는 Strawberry Shortcake의 DVD를 시청하면서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이야기를 한다.  그 사이에 우리 집 아줌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 준다.  물론 먹고 난 후의 정리도 아줌마가 도와준다.  이 얼마나 심플하면서도 고마운 저녁인가?  사무실에서 다 쓰고 아주 조금 에너지를 아껴서 선이에게 줄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감사한다.

  3년 전 막 아장아장 걷던 선이를 데리고 홍콩으로 왔을 때,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짐 싸들고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루 종일 집에서 선이만 보고 남편이 집에 오는 시간만 기다리면서 보낸 나날들…  전업 주부로 아이만 보고 지냈던 그 기간이 나에게는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홍콩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팔자가 좋다고 하는 말에 정말 동감한다.


아이의 유치원 Observation Day

  선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Observation Day였다.  유여곡절 끝에 간신히 반차를 내고 Observation Day에 참가할 수 있었다.

  Observation Day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선생님이 비디오 촬영을 해서 보여주는 날이다.  시작 시간이 11시 30분이었다.  비디오를 다보고 선생님하고 이야기를 몇 마디 하니 12시 반이 다 되었다.  즉 오전반 아이들의 방과 시간이 된 것이다.  비디오 촬영을 보는 엄마들 중에 대부분은 이 오전반 아이들의 엄마들이었다.  선이는 종일반이어서 오전반이 끝나면 다른 종일반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여 점심을 먹게 된다.  나는 선이를 만나고 갈까 어쩔까 망설여졌다.  괜스레 엄마를 보고 떼를 쓸까봐서 멈칫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점심 먹는 교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자니... 선생님이 선이를 보겠냐고 묻는 것이었다.

  교실 문 앞에서 얼굴만 빠끔히 넣고 안을 들여다보니 선이는 아주 얌전하게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선이가 나랑 얼굴을 마주치자 놀랍게도 선이는 벌떡 일어나지 않고 "엄마!"하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선생님이 잠깐 나오라고 하니까 그제야 나왔다.  그런데 얼굴이 무지 무지 복잡해 보였다.  엄마가 왜 이 시간에 왔을까?  지금 집에 가도 되나???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엄마 지금 회사에 가야하니까...  밥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라.  엄마 금방 올께."  그러니... 약간 울먹이려하다...  금방 결심한 듯 웃음을 짓는다.  마치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듯.  나는 선이가 너무 대견하고 의젓해서 꼭 끌어안아 주었다.

  선이는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적응을 아주 잘 해 주었다.  그래서 정말 너무 고맙다.  그런데 이렇게 대견하게 보이다니....  이제 정말 다 큰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어른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삐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 주는 아이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선아!  엄마는 선이가 정말 자랑스럽다.  늘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선이를 보면 엄마는 너무 뿌듯하구나.
<계속... / 글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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