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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함께 떠나는 남도 기행 (3) -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6-29 12: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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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1호, 6월30일]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고 가이드 아저씨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가 가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신이 나서 한국..
[제131호, 6월30일]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고 가이드 아저씨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가 가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신이 나서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상에 대해 얘길 하신다.  전직이 경제학교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의 근대사와 경제발전상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꺼내놓는다.  

  그러나 저러나 얘길 해야 하는데, 내가 실은 당신네 버스에 잘못 탄 미운오리새끼 라는 걸 얘기해야 하는데 어찌 얘길 해야 하나.  허나 만일 지금 내가 이실직고를 한다면 나는 바로 여기서 하차해야 하는 그야말로 인생의 낙오자나 진배없는 불쌍한 인생이 될 건 불 보듯 뻔한 일.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자, 그냥 가.  기왕 얻어 탄 거 철판 깔고  쭉 길게 가자.  이 버스가 다음 정차할 곳이 충남 '부여'라 했겠다.  일단 부여까지 가서 'US 여행사' 황사장님과 다시 몰래 접선을 한 후 내 살길을 마련해 보자.  그때 가서 내가 '미운오리새끼'였음을 밝힌들 뭐 어쩌겠어....  나는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과 궁리를 해냈다.

잃어버린 왕국 백제
  남도를 향해 달리던 버스는 '잃어버린 왕국' 백제 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웠던 부여에 이르러 잠시 멈춰 섰다.

  잊혀진 왕국, 백제 땅을 밟고 있다는 사실에 벌써 가슴이 두근댄다.  연꽃향 같은 백제의 향기를 가슴에 온전히 담아가야 할텐데... 하지만 부여는 망국의 한일까, 신라의 왕도 경주와 딴판이다.  경주가 화려한 관광도시라면 부여는 아직 소박하고 아담하다.  경주시내는 발길 닿는 곳마다 유적지이건만 부여는 답사물 조차 많지 않다.  그러나 영영 잠들 것만 같았던 백제사가 한 드라마의 인기를 매개로 스멀스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백제여행의 길목에서 만난 백마강은 '구드레 나루터'에 서있던 나를 유람선에 태워 '고란사'로 데려다 놨다.



고란사에서 만난 고란초와 약수
  나라 잃은 슬픔을 껴안고 강에 몸을 던졌던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기위해 지어졌다는 고란사.  약수로 더 유명한 고란사는 절 뒤쪽 암벽에 자라고 있는,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정해진 고란초에서 유래됐다.  의자왕은 꼭 고란약수만 마셨는데, 물 떠오는 시녀가 혹시 다른 곳에서 물을 길어올까 봐 반드시 약수 근처에서만 자라는 고란 잎을 물 위에 띄워오게 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한 잔만 마셔도 3년이 젊어진다는 약수 한 사발 떠 마시니, 시원한 맛이 여정의 피로를 풀어주기 충분했다.

꽃들이 떨어진 곳, 낙화암
  낙화암, 꽃들이 떨어진 곳이라, 이름처럼 슬픈 역사를 간직한 낙화암은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우뚝 솟아 있다.  백제가 무너진 날, 바로 이 자리에서 충절을 지키기 위해 삼천궁녀가 스스로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던 곳이다.  그 백제의 여인들'삼천궁녀'가 정말로 백마강에 뛰
어든 것이냐, 정말 삼천 명이었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꽃잎처럼   사라져간 그 여인네들의 절개는 저절로 숙연해지게 만든다.  낙화암에 세워진 백화정에 서서 휘돌아 흐르는 백마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강바람에 날린 옛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백마강에서 자세히 바라보면 절벽 색깔이 붉은 것을 알 수 있는데 당시 백제 여인들이 흘린 피로 물들었기 때문이라는 가슴 아픈 얘기도 있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고란사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 틈에 끼어 고란약수를 한 국자 떠 마시면서 땀을 식힌 후 가이드아저씨한테 슬며시 다가가 고백을 했다.  실은 버스에서 황사장님과 통화한 바에 따르면 내가 이 버스를 잘못 탔던 것이었다고, 에 확인해 보니 이 팀의 일정과 나의 일정이 같아서 지금 그쪽 팀이 오고 있는데, 나를 이 부근에서 픽업해 주기로 했다고.  

  순간 아저씨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럼 나 말고 다른 한 사람은 어딨냐는 것이다.  그걸 나한테 물을 건 아닌 듯한데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지 같이 물에 빠진 내게 다그치는데 꽤나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나와 바뀌어 'US 여행사'>팀에 한 명이 있으면 다행이련만 그곳에는 3명밖에 없단다.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미안하게도 계속 허둥대고 계신다.  일단 이쪽 팀 이름을 쭉 불러보고 대답 안하는 사람이 안온 사람이고, 그 사람 연락처로 전화하면 금방 왜 낙오됐는지 알거 아니냐고 지침을 주니 고맙다면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결국 사태는 이렇게 된 것이다.  내가 자리 메꿈한 그 자리의 사람이 아무 연락 없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고, 내가 때 마침 나타나자 가이드 아저씨는 내가 그 사람인줄 알고 명단 확인도 않은 채 나를 버스에 태운 것.  애초에 내가 속했어야 할 'US 여행사'에서는 내가 나타나지 않자 30분을 더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고 이리로 달려오고 있고.  

  미국에 있는 'America Tour'에서는 미국 교포들을 상대로 고국방문단을 모집해 한국에 있는 '다원여행사'에 넘겼고, 그래서 이 팀은 한국의 '다원여행사'의 가이드를 받으며 다니고 있는 아주 복잡하고 묘한 관계에 있는 여행 단체다.  그런데 내가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어디로부턴가 와서 멀뚱히 있다 이제 제 자리를 찾아 떠나겠다니 그 쪽에서도 참으로 황당한 모양이다.

  가이드 아저씨는 "아니, 젊은 사람이 80먹은 노인네도 아니고 글을 못 읽나 왜 버스를 잘못 타냐"면서 나를 타박하신다.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실은 나도 할 말은 있다.  글이라도 못 읽으면 물어라도 봐서 버스를 탔겠지만 'US 여행사'나 'America Tour']나 다 같은 의미 아닌가 말이다.  '한국 여행사'나 'Korean Tour services'가 같은 것처럼....  

  여행 가방을 트렁크에서 꺼내놓고 우리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서 있는데 6월 한 낮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이 눈물이 글썽이도록 새하얗게 내 머리위로 부셔졌다.  내가 가엾어 보였는지 잘생기고 친절한 젊은 기사 아저씨가 이런 날씨 속에서 어떻게 여기서 기다리겠느냐고, 우리 팀과 함께 '구드레 쌈밥집'으로 가서 'US 여행사'에 전화를 하면 그쪽으로 올게 아니냐고...  그래서 나는 참으로 고맙기도 한 아저씨 덕에  '구드레 쌈밥집'으로 이동,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은 반찬과 한 쟁반에 넘치도록 담아온 각종 쌈 그리고 영양이 철철 넘칠 것 같은 돌솥밥을 독상으로 받아들고 앉아 우리 팀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 글 : 로사>

[US 여행사]의 고국방문 프로그램을 취급하고 있는 홍콩의 한국계 여행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가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은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행사명, 가나다 순)

- 복흥여행사 (2541-9939)
- 아시아여행사 (2722-7003)
- 에어링크여행사 (2366-9566)
- 조이여행사 (2311-2832)
- 펄스타여행사 (2543-4441)
- 하나여행사 (2377-0038)
- 한국여행사 (230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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