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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함께 떠나는 남도 기행 (4) - 미국 교포와 궁남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7-06 12: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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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2호, 7월7일] 구드레 돌쌈밥집   독상으로 10여 가지가 넘는 반찬과 영양이 꽉꽉 차고도 철철 넘칠듯 한 돌솥영양밥..
[제132호, 7월7일]

구드레 돌쌈밥집



  독상으로 10여 가지가 넘는 반찬과 영양이 꽉꽉 차고도 철철 넘칠듯 한 돌솥영양밥, 그리고 상추, 케일, 겨자잎 등 쌈이란 쌈은 몽땅 모아놓은 쌈 쟁반은 이 팀도 저 팀 도 아닌,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나의 서글픈 처지를 잠시나마 잊게 하고 맛 삼매경에 빠지게 해줬다.

  이 '구드레 돌쌈밥집'은 백마강으로 가는 길목에 구드레라는 동네에서 쌈밥으로 명성을 쌓은 집이란다.  돌솥밥과 쌈밥이란 말을 줄인 돌쌈밥(1만원)을 전문으로 한다.  충청도 식당 중에서는 일찍이 외국산 허브들을 쌈 재료로 사용해왔단다.

 돌솥밥은 마치 마가린이 들어간 듯 고소한 맛이 났다. 원래는 야채에 밥과 보쌈처럼 삶은 삼겹살을 같이 싸서 먹는다는데 혼자인 내가 이 상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에 고기까지 시켜 먹을 수는 도저히 없는 노릇이었다.  쌈 싸먹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며 그 많던 돌솥밥을 다 먹고 바닥에 붙은 누룽지까지 닥닥 긁으면서 나의 위대함에 스스로 탄복하고 있을 즈음 [US 여행사]의 가이드 '케빈' 이라며 눈이 퉁퉁부은, 그래서 참으로 익살스러워 보이는 젊은 남자 한 명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미국 교포와 궁남지




  케빈의 안내에 따라 우리 전용차량 Van 으로 가니 대학생인 듯한 여자아이 1명과 젊은 중년 여성 1명, 그리고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등 3명의 미국교포가 앉아 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궁남지'를 향해 가는 동안 나는 구성원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빠와 대학생인 딸,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는 학생의 엄마라고 하기엔 너무 젊고, 그렇다고 이모나 고모와 이런 오붓한 여행을 할 리도 없고.  참으로 이상한 구성원들이다. 간혹 엄마인 듯한 여자가 아저씨더러 '아빠'라고 부르는 걸 보니 나이차이 많이 나는 첫 딸인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여자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걸 보니 그런 관계도 아닌 듯도 하고.  참으로 갑갑 스러워 죽을 지경임에도 불구, 실례가 될까 싶어 나는 그들이 무슨 관계이냐고 묻지도 못하고 끙끙댔다.  

  궁남지에 도착했다.  백제는 '연못의 나라'였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 궁남지이다.  궁궐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이 궁남지의 조경 기술이 일본 조경의 원류가 되었다고 전한다.

  궁남지엔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 백제 무왕의 탄생설화가 서려있다.

  백제 무왕의 어머니가 궁남지 자리의 연못가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못에서 용 한 마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정신을 잃었다.  그 후 태동이 있고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서동이이고 훗날 무왕이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런 연유로 연못 가운데에 정자가 있는데 그 이름이 포룡정(泡龍亭)이다. '케빈'의 안내에 따르면, 백제 법왕의 뒤를 이어 무왕이 된 서동이가 신라를 떠나온 선화공주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20여리나 되는 곳에서 물을 끌어 들여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한가운데에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선산을 모방한 섬을 만들었다고 한다.

  궁남지는 서기 634년에 만든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으로 연못 가운데 포룡정자까지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궁남지 주변 1만여평의 습지에 심어놓은 연꽃과 야생화가 궁남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고 있는데 궁남지의 가장 큰 매력은 주변에 늘어선 버드나무다.  물속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 버드나무와 섬을 연결한 다리를 건너 수련, 가시연, 백련, 홍련 등 연꽃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 습지와 곳곳에 핀 야생화를 감상하며 걷다보면 물가를 넘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바로 그 선화공주를 사모하여 부르던 서동의 노래처럼 귓가를 간지럽힌다.
  




한국젓갈의 고향 강경




  우리는 전주로 이동하기 전에 '강경 젓갈마을'을 들러 가기로 했다.  강경은 평양, 대구와 더불어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1930년대 최대의 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강경은 한 마디로 `한국 젓갈의 고향'이고, 강경 맛깔젓갈은 한국 젓갈의 원조다.

  강경은 천혜의 내륙항으로 일찍이 수운이 발달한 강경포구로 서해에서 잡은 각종 생선들이 모두 집산되자 팔고 남은 물량을 오래 보관하기 위하여 염장법과 수산가공법이 발달하였는데 강경 사람들은 50년 이상의 젓갈담그기 비법은 그대로 이어 오늘날에도 전국 제일의 젓갈시장 명성을 지키고 있다.  

  젓갈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어마어마하게 쟁여진 온갖 종류의 젓갈을 보고 우리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그동안 죽기 살기로 줄여놓은 허리사이즈가 새록새록 늘어나는 줄도 모르고 돌쌈밥집에서 엄청난 식사량을 자랑했던 내가 맛깔스럽고 싱싱한 젓갈들을 맛보는 순간 또다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그리며 군침을 흘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밥도둑이라는 젓갈(새우젓과 명란젓, 조개젓 등)을 왕창 구입해서 택배로 나의 마지막 이동 장소로 배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참고로, 강경에서 생산자에게 직접 구입하면 시장가보다 30~40%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음은 물론 맛좋고 싱싱한 최상의 품질의 젓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저러나 저 미국교포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이 지긋한 아저씨를 두고 대학생도 아빠라고 부르고, 옆에 있는 젊은 여인도 아빠라고 부르며, 또 대학생은 그 여인에게 '엄마'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대체 무슨 관계일까?



<계속... / 글: 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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