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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 - 14. 뜻 맞으면 "우린 한 집안 사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7-13 11: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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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3호, 7월14일] 가족 중시… 민영기업 90%가 '가족 경영' 족보 찾고 사당 세우고… 혈통 관심 부쩍 늘어   "나는 ..
[제133호, 7월14일]

가족 중시… 민영기업 90%가 '가족 경영'
족보 찾고 사당 세우고… 혈통 관심 부쩍 늘어


  "나는 당(唐)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의 후손" "나는 칭기즈칸의 직계"….  최근 족보를 들먹이는 중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중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명대(明代)의 문인(文人) 아무개의 후손을 증명하는 족보가 발견됐다', '당대 어느 황제의 후손이 어디에 살고 있음이 밝혀졌다' 등의 기사가 종종 지면을 장식한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선 가족의 인적사항만 알려주면 이를 토대로 조상과 족보를 찾아주는 전문업체가 등장했다.

  족보에 대한 향수는 집(家)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착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중국인을 사로잡은 한국 TV 연속극은 '보고 또 보고'다.  딸 둘을 둔 가정과 아들 둘 둔 집이 서로 겹사돈을 맺는 과정을 다뤘다.  중국인들은 이를 밤잠(외국 드라마로 오후 11시의 늦은 시간에 편성됐다)을 설치며 보고 또 보았다.  앞서 한류(韓流) 열풍을 이끌었던 TV 드라마 역시 가부장적 집안의 일상을 그린 '사랑이 뭐길래'였다.  역시 비슷한 내용의 '목욕탕집 사람들'도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연초 춘절(春節.설)을 맞으면 수억 명이 이동한다.  이 풍경에서 보이듯 중국인들의 가족 중시는 대단하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가정은 사회주의 새 중국이 건국된 이후 적지않게 훼손됐었다.  우선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해 인민공사(人民公社) 제도가 도입됐다.  공사(公社)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관계를 깼다.  부부의 잠자리가 제한됐고 가족 대신 낯선 사람과 한데 뒤섞여 살도록 하는 실험이 한동안 진행됐다.

  인민공사 외에 중국의 가정을 대체한 또 다른 제도는 이른바 '단위'다.  예를 들면 인민일보에 소속된 사람과 그 가족은 인민일보라는 단위의 그늘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 인민일보라는 단위 안에서 중국인들은 일터와 함께 주택과 학교, 병원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받았다.  단위는 한동안 중국인들의 생활의 터전이 됐다.

  그러나 '이념적으로 계획됐던' 사회주의 전통은 지난 20여년에 걸친 개혁, 개방의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거대 국유기업이 민영화되고 계획경제의 틀에서 운영됐던 수많은 단위가 해체되고 있다.  이 단위의 해체와 함께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내 혈통 찾기'다.

  베이징의 최대 서점인 도서 빌딩(圖書大厦)에는 성씨의 근원을 밝힌 책들이 늘 인기다.  유명 왕릉 등 관광지에선 'O씨의 뿌리'라고 적힌 성씨 설명서가 봉투 하나에 2위안(약 280원)에 팔리고 있다.

  저장(浙江)과 광동성에선 돈을 번 중국 부자들이 고향을 찾아 조상의 위패를 모신 가족 사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유행이다.  '중국 최고의 부자 동네'라고 일컬어지는 저장성 원저우(溫州)와 이우(義烏) 등의 기업은 대부분 가내 수공업으로 시작한, 즉 가족이 똘똘 뭉쳐 발전시킨 것이다.  이는 대만의 발전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  '벌집 공장'으로 출발해 가내 수공업 단계를 거쳐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족형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중국 가족기업 연구'라는 책을 낸 간더안(甘德安)은 "개혁, 개방 이후 중국에서 자생한 민영기업의 90% 정도는 가족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인의 세계관은 가족으로부터 출발한다. 친해지면 쉽게 '형제'라고 부른다.  또 이익과 뜻이 서로 맞아 떨어지면 '한집안 사람(一家人)'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구분하지 않는다.  이 같은 한 가족 의식은 가족 단위의 경제를 발전시켜 시장을 활성화하는 긍정적 작용을 한다.  그러나 중국인의 집은 또 다른 의미에서 보자면 과거 봉건적 사회를 구성했던 핵심 요소다.  부정부패와 가족 이기주의, 나아가 혈통과 그 유사 관념으로 맺어진 집단 간의 적잖은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는 중국학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과연 중국 사회에서 '집'이라는 전통의 부활은 행일까 불행일까.

「출처 : 중앙일보(베이징=유광종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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