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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89) -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7-13 12: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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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3호, 7월14일]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여보세요, S? 마침 자리에 있었네.  좀 있다 회사 근처에..
[제133호, 7월14일]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여보세요, S? 마침 자리에 있었네.  좀 있다 회사 근처에서 볼 일이 있는데 점심이나 같이 할까?"
  "언제든 좋지요.  딱 오늘 하루만 빼고요."
  "오늘 하루만?"
  "실은...  오늘이 근무 마지막 날이라 동료들이 점심을 사준다네요."
  "결국 거기도 그만두기로 했나보군."
  "도저히 이 이상은 안 되겠더군요.  저는 아무래도 사업가 체질인가 봐요."

  S와 통화를 하다 생각해보니 그녀와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가 몇 년 전 컨설팅 사업을 해보겠다고 대기업인 직장에 사표를 던졌을 때도 이런 비슷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자신은 "사업가 체질"을 타고났노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체질이 사장님이든 슈퍼우먼이든,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잘 알게 됐다면 그것도 다행이라 여겨 훗날을 기약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후 몇 년이 흐른 근래에 한 모임에서 마주친 그녀가 대뜸 저에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어? 그새 다른 데 취직을 했나보군?"
  "말도 마세요.  혼자서 아등바등 사업하려다 우울증 걸리는 줄 알았으니까요.  제가 워낙에 대기업들만 다닌 탓인지 조직원의 피는 못 속이겠더라구요.  아무래도 팀웍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제겐 적격인 것 같아요."
  "자영업자 체질인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닌가보네?  이건 체질개선보다 앞선 체질전환인걸."
  "누가 아니래요?  어쨌든 홀로서기를 하려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지더군요.  남들은 눈뜨면 삼삼오오 일터로 가는데 나는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의기소침해있으니 사람들 만나서 네트워킹 할 의욕도 안 생기구요.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 길로 평소 알던 헤드헌터를 찾아갔지요."

  이렇듯 오며가며 가끔 듣는 그녀의 근황이 이젠 너무 자주 들어 멜로디를 외워버린 노래마냥 덤덤하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조직의 촘촘한 틀 안에 있으면 자유와 독립에 숨 막히는 갈증을 느끼고 마침내 그곳을 벗어나 꿈의 땅에 도착하면 무리의 체온이 스민 직장이 그리워 헤드헌터를 찾아가는 S.  "사업가 체질"과 "조직원의 피"라는 양극 사이를 몇 년 주기로 오가는 그녀의 커리어 패턴의 다음 모티브가 무엇일지는 애써 상상하지 않아도 감이 잡힐 것만 같습니다.  물론 예상치 못한 궤도이탈이 없으리라고는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여행가방을 챙기며

  중국집 벽에 붙은 메뉴판 아래서 짜장면이냐 짬뽕이냐의 익숙한 딜레마에 빠져있을 때 가장 쉬운 일은 그 둘을 제외한 나머지 가운데서 먹기 싫은 음식을 골라내는 것입니다.  군만두, 볶음밥, 라조기, 탕수육, 마파밥, 유산슬, 울면, 기스면에 난자완스까지 굳이 메뉴를 보지 않아도 먹기 싫은 음식들이 연상기억으로 줄줄이 떠오릅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할 때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원하는 것들을 알아내는 일보다 쉬운 일인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한참을 고민하다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애초부터 주문하고 싶지도 않았던 엉뚱한 음식을 자포자기식으로 시켜 먹고 식당문을 나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털어놓습니다.  그처럼 자신이 겨냥한 목표와 달성책이 불분명할수록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항이 두드러져 보이고 그래서 거기에 정신을 팔다 보면 처음의 목적의식과 초점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의 달성계획을 세우는 것은 홀로 여행을 떠나는 이가 차분히 가방을 챙기는 일과 같습니다.  준비물 가운데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가하면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써야할 물건들도 있고 처음부터 가져갈 필요 없이 그때그때 사서 쓰면 그만인 물건도 있습니다.  행선지의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도, 정시도착을 위해 이용할 교통편의 시간표, 예상치 못한 사태를 위해 미리 마련해둔 여유자금과 차선책, 지루함을 달래줄 동행이나 취미거리, 여정에 대한 필수정보가 담긴 책 몇 권, 유사시 어떻게라도 즉각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대처능력, 절망에 빠졌을 때 스스로를 추슬러 일어서는 내면의 자생력, 동반여행 시 가장 적합한 파트너를 고를 줄 아는 판별력 등도 우리가 잊지 말고 챙겨야 할 필수품목입니다.

  사업가 체질과 조직원의 피를 골고루 갖춘 S는 여정의 전 과정을 통해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준비물과 내면자원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채로 일단 떠나고 보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갑갑함을 피해 떠나고 홀로서기의 고전을 피해 또 다시 떠납니다.  무언가 그녀를 옥죄고 못 견디게 만든다 싶으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가방을 싸는 것입니다.  그녀의 이직과 창업은 경력관리의 경로가 아닌 도전을 피하는 수단이자 일회용 해결책인 것입니다. 새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듯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기존의 틀과 이별하고 떠나는 것은 변화와 새 출발의 전제조건이란 것은 알지만, 다른 세상으로 뚫린 문을 박차고 떠나기로 결심한 모든 이에게 지금 이 순간 가방에 든 내용물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 내용물이 든 가방을 찬찬히 뒤적이는 동안 자신에게도 가만히 물어보는 겁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하여" 얼마나 준비된 상태로 떠나려 하는가를 말입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T: 2647 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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