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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LOVE & BABY 스토리 (2) - Deep Anger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7-27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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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5호, 7월28일]   올 봄부터 해골 무늬의 티셔츠를 수집하듯이 사 모으고 있다.  검은 색에 은 비즈가 박힌 ..
[제135호, 7월28일]

  올 봄부터 해골 무늬의 티셔츠를 수집하듯이 사 모으고 있다.  검은 색에 은 비즈가 박힌 것....  베이지 색에 금 비즈로 된 것, 여러 해골이 패치워크로 된 검은 티...  프린트 티....  이렇게 해골 티를 사는 이유는 물론 해골 무늬가 유행이라서 옷 가게에 가면 자주 눈에 띄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나의 무의식 세계를 좀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아줌마가 아니라 "이유 없는 반항"을 하는 십대이고자 하는 듯 하다.  아니 10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직도 마음은 20대 초반의 그 신선하고 왠지 제도권에 도전하고 싶은 그런 뭔가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 같다.

  얼마전 미국판 "Vogue"지에서 어떤 소설가이자 대학 교수가 자신의 짙은 갈색 머리를 은색에 가까운 금발로 바꾸는 과정을 쓴 글을 읽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한 아이의 엄마이며 이미 40대에 진입한 시점에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아주 간략하지만 절실하게 표현했다.

  "Oddly, it was my identity as a mother that made me most want to go for it.  In my current life of early bedtimes and pushing strollers, there had to be some room for my old self."

  즉, 엄마라는 자신의 현재 위치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마음 속 어느 곳에 있을 '옛날의 나'를 찾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My old self>>....  이말이 정말 나에게는 확~~~다가왔다.  옛날의 나...  그래...   '옛날의 나'는 얼마나 싱그럽고 창의적이고 또 반항적이었던가!  대학 졸업 후 첫 입사한 회사의 신입사원 수련회에서 자신의 꿈을 쓰라고 할 때,  나는 당돌하게도 이렇게 썼다.  "인류를 위해 한 가지의 업적을 남기고 싶다."  회사의 임원이 되고 싶어요...  또는 출세하고 싶어요 등등의 꿈이 아닌 세계를 향한 나의 꿈과 야심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모든 것을 그러려니하고 다 좋게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고 그저 딸내미 크게 아프지 않고 남편 일 잘 되면 감사하게 생각하는 그런 너무나도 현실적인 여자가 되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해골에서 나의 옛 모습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뭔가 지금, 이 현실에 반항하고 싶은 또는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나에게 아직도 무엇인가에 끝임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정신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비록 실제로 이 현실을 외면하거나 떠나겠다는 마음이 있거나 그러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정신을 유지하고 싶은 나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워낙 다른 사람 눈을 그리 의식하지 않는 습관 때문에 해골 티를 몇 번 회사에 입고 갔었다.  그러자 회사 친구들 중 한 친구가 나에게 왜 해골 모티브를 좋아하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했더니 이 친구는 나를 "Deep Anger"라는 브랜드 샵에 데리고 갔다.  내가 너무 좋아할 것 같다며.....  

  '깊은 분노'라.  왠지 나의 마음 한구석을 대변하는 것 같은 두 영어단어가 너무 좋게 들렸다.  처음 들어 본 "Deep Anger"라는 이 브랜드는 주로 락커나 서퍼들에게 인기가 있는 브랜드였다.  켈트족의 십자가 같은 모티브를 주로 사용하여 악세사리 및 티셔츠류를 팔고 있었다.  물론 해골 무늬 티도 몇 장 있었다.  검은 색 위에 매우 반짝이는 돌가루로 해골을 디자인했는데, 왠지 그 지나친 대비와 강렬함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대신 내 눈에 띄는 티가 하나 있었다.  회색 민소매 티셔츠 인데 검은 색으로 성모 마리아가 그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의 메세지는... 'It's a family affair.'  해골에서 성모 마리아??? 완전히 극과극을 달리는 것 같다.  해골은 죽음을 의미한다면 성모상은 삶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무튼  이 민소매 티셔츠를 입으면서 생각했다.  그래도 난 엄마인가?


<계속... / 글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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