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 - 16. 계투… 상생없는 집단 싸움, 홍위병식 폭력성 이해하는 열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8-03 11:34:17
기사수정
  • [제136호, 8월4일]   청(淸)대 함풍(咸豊) 9년(1859년) 9월 18일(음력).  함풍제는 베이징의 한 별궁에..
[제136호, 8월4일]

  청(淸)대 함풍(咸豊) 9년(1859년) 9월 18일(음력).  함풍제는 베이징의 한 별궁에서 복건성 포정사(布政使:현재의 성장)의 보고를 받는다.  "계투(械鬪)의 상황이 어땠는가?".  "사람 수가 많은 대성(大姓) 집단과 수가 적지만 한데 연합한 작은 성(小姓) 집안 간에 싸움이 벌어져 3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들은 총과 칼 등으로 무장하고 대오를 갖춰 싸웠습니다.  "푸젠 포정사 장집형(張集馨)의 대답이다.  그는 결국 관아에서 개입해 사망자 1인의 목숨 값을 30양원(洋元: 스페인의 은 본위 화폐단위)씩에 치르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사태를 진정시켰다고 보고를 마친다.  30양원은 현재 인민폐 2000위안(약 28만원)에 해당한다.

  '계투'의 사전적 의미는 '손에 무기를 들고 싸우는 행위'다.  황제가 관심을 가질 만큼 계투는 중국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늘 반복되면서 심각한 사회 사건으로 비화하곤 했기 때문이다.  전란과 학정을 피해 이동이 잦았던 중국 사회에서 계투는 다반사로 벌어졌다.  정착 집단과 이주 집단의 투쟁, 땅과 관개 시설 확보를 위한 지역 간의 다툼 등은 모두 이 계투로 귀결된다.

  중국 사회학계에서 자주 쓰는 '토객충돌(土客衝突:정착자와 외래자 간의 싸움)'이란 용어는 계투의 치열함을 말해준다.  또 복건 등지에 남아있는 '학가(客家)족'의 성채형 집단 거주지인 '투러우(土樓)'도 정착민과 이주민인 하카족 간의 투쟁사를 대변해주는 건축물이다.

  계투가 확대된 경우가 바로 청 왕조가 몰락한 뒤 각 지방을 배경으로 등장한 군벌의 할거와 난투다.  1912년부터 32년의 20년 동안 중국 서남부 사천성에서 군벌에 의해 치러졌던 전쟁만 무려 470회에 달한다.

  한국인이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인의 한 특성이 문화대혁명 기간 보여진 홍위병식의 폭력성이다. 홍위병은 극도의 파벌성과 폭력성, 정제되지 않은 정치의식으로 무장한 채 지식인과 무고한 사람들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런 현상은 '만만디'와 '대륙 기질'이라는 잣대로 중국을 보던 한국인들에겐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도대체 중국인의 어떤 심성에서 저런 폭력성이 나오는 것일까'.  그 이면엔 바로 각기 다른 집단에 속한 홍위병끼리의 다툼이 작동한 것이다.  중국 문화의 유전자 속에 담겨 있던 계투의 본능, 즉 이해와 헤게모니를 놓고 곧잘 싸움으로 치닫는 상잔의 속성이 작용했다.  계투는 요즘도 화제다.  지난해 10월 27일 하남성 정저우(鄭州) 인근의 한 지역에선 한족과 회족 간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현대판 계투나 마찬가지다.  서너 명의 한족과 회족 간 시비가 수천 명의 싸움으로 번져 20여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크게 다쳤다.

  계투, 즉 싸움이라는 것은 곧 경쟁을 뜻하기도 한다.  계투의 본능이 승화될 경우 이는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끼리의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으로 발전한다.  이 같은 경쟁성은 어떻게 보면 중국경제 발전의 강력한 엔진이다.  활력 넘치는 개인과 집단의 경쟁적인 노력으로 중국의 해외 투자자금 유치는 봇물을 이룬다.  개체호(個體戶:자영업자)로 출발한 각 경제 주체들 역시 타고난 경쟁 심리를 바탕으로 중국의 국가경제를 살찌우곤 한다.

  계투로 다져진 중국인의 경쟁적 자세는 그러나 남을 짓누르려는 의식이 짙다.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 곳곳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의 교통 무질서가 쉽게 빚어진다. 지방 정부들의 과열 중복 투자에선 상대 정부에 대한 배려를 찾기가 어렵다.  경쟁의 부정적 측면인 상잔성(相殘性)이 아직도 강한 것이다.  중국인의 경쟁성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 값어치를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처 : 중앙일보(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0
스탬포드2
홍콩 미술 여행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aci월드와이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