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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 - 17. 외래 문물도 자기입맛에 맞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8-10 11: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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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7호, 8월11일] BMW → 귀한 말(寶馬), 김치 → 절인 채소(泡菜)   코카콜라는 중국에서 '커커우커러(可口可樂)'..
[제137호, 8월11일]

BMW → 귀한 말(寶馬),
김치 → 절인 채소(泡菜)


  코카콜라는 중국에서 '커커우커러(可口可樂)'로 불린다. 펩시콜라는 '바이스커러(百事可樂)'.  '커러'는 '즐겁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는 '입에 맞아 즐겁다'로 풀이된다.  펩시콜라는 '모든 일이 즐겁다'가 된다.

  이처럼 중국 땅에 들어선 외국 문물 이름은 곧잘 중국어로 바뀐다.  고급 승용차 벤츠도 예외가 아니다.  '힘차게 달린다'는 뜻의 '번츠(奔馳)'가 됐다.  또 독일산 BMW는 '바오마(寶馬, 귀한 말)'라는 이름을 얻었다.  김치를 중국인들은 '파오차이(泡菜)'라고 부른다.  파오차이는 '절인 채소'라는 일반 명사다.  이를 김치를 뜻하는 고유 명사로 만든 것이다.  "중국에도 김치가 있었느냐?"고 물으면 "쓰촨(四川) 지역의 파오차이가 당신들 김치랑 거의 같다"고 설명한다.

  외국 사람의 이름도 이런 방식으로 쓴다.  물론 한자 성명을 지닌 한국과 일본 사람들은 예외다.  그러나 다른 외국 사람들은 역시 나름대로 중국화를 거쳐서 받아들여진다.  영국의 문호인 셰익스피어(중국식 표기 莎士比亞)가 '사웡(莎翁)'으로 불리고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戈爾巴喬夫)는 '거스(戈氏)'로 쓰였다.  중국인은 이렇게 외국의 문물과 이름을 중국식으로 표기하고 또 부른다.  이러한 습성은 외부 사물을 자기식으로 인식하는 이른바 '동일시(認同)' 심리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과거 '천하(天下)'의 관념을 만들었다.  혈통과 민족에 국한하는 좁은 개념을 넘어서 '문화가 같으면 모두 같다'는 생각을 표방했다.

  20세기 초반 중국 대학자 량수밍(梁漱溟)은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국가 관념이 희박하다.  대신 '천하'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고 말했다.  천하라는 말은 '월드(World)'라는 개념과 흡사한 것이다.  민족국가와 제국주의를 거쳐 월드 관념을 정착시킨 서양 문명사에 비해 훨씬 앞서는 사고(思考)다.

  결국 외래 문물을 동질적인 내부의 문화적 요소로 이해하는 것은 '천하'라는 문화적 포용력을 갖춘 중국인의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 방법이다.  중국의 토착성과 서역의 문물, 거대한 영토와 다양한 소수민족의 문화를 한 데 섞는 중국식의 '용광로 효과'는 여기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중국 문명의 강점이다.

  그러나 요즘의 중국은 좀 다르다.  '중화민족'이라는 구호적 수사가 자주 등장한다.  황허(黃河)와 창장(長江), 만리장성으로 상징되는 화하(華夏)민족의 우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 문명의 독특한 매력, 그 넉넉한 포용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우일까.

<출처 : 중앙일보(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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