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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91) - 짝퉁 권하는 사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8-10 13: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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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7호, 8월11일] 짝퉁찾아 삼만리   언제부턴가 여기저기서 자주 들리긴 하는데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생겼습니..
[제137호, 8월11일]

짝퉁찾아 삼만리

  언제부턴가 여기저기서 자주 들리긴 하는데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짝퉁"이란 단어였습니다.  짝퉁이란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왠지 조심스럽고 은밀한 톤으로 돌변하는 상대방의 말투가 심상찮아 대놓고 말뜻을 묻지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짝퉁이 뭔지 아세요?"
  "그건 나두 있는데, 참 오늘도 여기 갖고 나왔잖아."
  "한번 꺼내 보세요.  어떻게 생겼나 보게."
  "꺼내 보긴, 이게 바로 그거라니까…"

  등받이 쿠션마냥 깔고 있던 가방을 테이블 귀퉁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놓으며 "이건 그래도 진품에 가까운 제품이야…"하고 겸연쩍게 토를 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짝퉁족(?) 특유의 조심스런 톤으로 변했습니다. 친구나 가까운 지인들의 생일이면 주로 명품을 선물하는 그녀지만 정작 자신이 쓰는 물건은 "진품에 가까운 가짜"를 고집한다는 점이 욕심 많은 저에겐 희한해 보였습니다.  그녀를 만나 짝퉁이란 말의 뜻을 배운 바로 다음날 서울 출장에서 돌아온 외국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짝퉁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코리안의 손재주는 예나 지금이나 단연 최고더군요.  이번에는 구찌, 루이비통, 샤넬 등등 골고루 다 사왔으니까요..."
  "코리안의 손재주?  그 유럽 브랜드는 우리가 만드는 것도 아닌데."
  "I'm talking about Itaewon! 그곳에서 파는 물건은 당연히 코리안들이 만들잖아요!"
  "Yes, that's true…"
  "사실 이번엔 무사히 돌아왔지만, 몇 년 전에 이태원에 갔을 땐 별안간 단속반이 나타나는 바람에 뒷골목으로 도망을 가기까지 했는걸요.  비가 무척 많이 오던 기억이 나는데, 도망간 것도 모자라 지하에 있는 남의 창고에 2시간이나 숨어있었다니까요 . 한참을 있다 둘러보니 우리한테 가방을 판 노점상까지 거기 숨어있는 걸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네요!"
  "빗속에 단속반에 쫓겨 2시간이나 남의 창고에 숨어있었어도 웃음이 났다니 다행이군요."
  "참, 그건 그렇고 내가 명함 한 장 줄테니까 다음에 서울 갈 때 반드시 이곳에 들러요."
  "제가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이라도…?"
  "그 노점상이 가게를 오픈했거든."
  "?!…"

  그런 대화를 나누고 나니 그녀가 명품 브랜드와 유명인사들의 마케팅과 이벤트를 담당하는 PR회사의 간부라는 점이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거의 매일 들어오다시피 하는 샘플과 "공짜"를 제쳐두고 "질 좋은 가짜"를 찾아 말도 안 통하는 나라의 뒷골목을 굳이 헤매고 다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잖아도 피곤한 출장길에 사서 하는 고생이 귀찮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질 좋은 물건을 건지려면 그만큼 노력의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한 거겠죠.  정말 잘 만든 진품(?)들은 뒷골목으로 깊이 들어가야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런 물건은 아무한테나 권하지도 않는 것 같더군요."


국어사전에 오른 말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던 짝퉁이란 단어는 2001년 국립국어연구원의 신어 목록에 처음 오르게 되었으며, 지난 1월 K출판사에서 발간된 국어사전에 "꽃미남, 얼짱, 마초"등과 함께 속어로 처음 등재됐다고 합니다.  사전에서 '진짜와 거의 똑같이 만든 가짜 상품'으로   정의하고 있는 짝퉁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한 것인가 봅니다.  이젠 짝퉁 가방은 물론이고 짝퉁 페라리,     짝퉁 헬로키티, 짝퉁 커피, 짝퉁 사은품, 짝퉁 유명인까지 생겨났으니 말입니다.  얼마전 잠깐 본 TV 드라마에서 맏아들을 애지중지하는 어떤 중년부인이 며느리 후보감과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넌 옷이며 신발이며 그런 것들밖엔 없니?"
  "물건이 좋다싶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요…"
  "내 생일날 집에 오려거든 옷을 새로 사 입고 오든가 해라.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다른 손님들도 많이 오시니까.  요즘 세상에 명품하나 없는 젊은애가 어딨니? 정 형편이 안 되면 하다못해 잘 만든 짝퉁이라도 조달해보든지 해라.  알겠지?"

  명동 한복판에는 특유의 디자인과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와 그들을 쏙 빼닮은 국화빵임을 자부하는 짝퉁들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판매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흔히 모조품 구매를 두고 외관상의 신분상승을 노린 허영 된 행위라고 표현하지만, 짝퉁을 찾아나서는 이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작 원하는 것은 자기가 선호하는 명품을 소유한 이들이 가진 것처럼 보이는 개인적 성공, 자신감, 특정 라이프스타일, 권위와 존경, 우아함, 개성, 카리스마 같은 것들이면서도 가방이나 시계, 자동차, 소가죽 벨트 같은 물건을 덜컥 사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집과 가정의 차이를 압니다.  한 장의 지도가 추억어린 여정은 아닙니다. 잘 씌어진 요리책은 맛좋은 음식이 아니고 자격증 자체는 커리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종이와 연필은 그림이 아니고 요트와 항해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당신이 소유한 짝퉁이나 명품은 지금 당신에게 어떤 의미이며 무엇의 심벌입니까?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T: 2647 8703)
www.coaching-zone.com
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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