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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함께 떠나는 남도 기행 (9) - 남도기행의 마지막 여행지 거제도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8-10 16: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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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7호, 8월11일]   전라도를 벗어나 경상도로 접어든다.  지루한 찻길을 한참을 달려 눈 시린 바다에 닿는다.&..
[제137호, 8월11일]

  전라도를 벗어나 경상도로 접어든다.  지루한 찻길을 한참을 달려 눈 시린 바다에 닿는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지며 바닷가에 온 김에 회나 실컷 먹자며 간 곳이 귀빈회관 이다.

  케빈 아저씨는 거제도 인심은 전라도와 비교가 되지 않으니 각오부터 하라고 귀띔해 줬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말을 시켜도 대꾸 하기도 귀찮아한다.  그 비싼 광어, 도다리 회를 大자로 시켰건만 나온 반찬은 깻잎과 배추겉절이, 미역무침, 멸치 무침이 다다.  간장종지만큼이나 작은 접시에 나온 멸이를 다 먹고 더 달라고 해도 회를 다 먹고 문을 나설 때 까지 함흥차사다.  무슨 인심이 이렇게 사납고, 무슨 음식 맛이 이렀느냐고 불평을 하니 이 집은 그나마 나은 거라며 우리를 위로하는데 더 이상 나올 말이 없다.  경상도에 와서 딱 한 집에 들러 밥을 먹었는데 벌써 입에 착착 붙는 전라도지방의 음식맛과 넘치는 인정이 그립다.

  청마 유치환의 출생지이기도 한 거제도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보려 애썼지만 사나운 거제도 인심에 그만 울적해진 마음은 아름다운 바다와 포구를 보고도 아름다움을 느낄 줄 모르고 있으니 큰일이다.

  거제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소다.  세계 수준의 조선소 두 곳(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들어온 이후 거제도는 달라졌단다.  우선 한국전쟁 피란민이 많던 주민 구성이 달라졌고, 소득 수준과 산업 구조가 달라졌다.  비공식 집계지만, 거제도의 1인당 GDP는 2만5,000달러가 넘는다니 섬이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칠 일이다.  

  거제도는 10개의 유인도와 50개가 넘는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으로 이 땅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우리는 해금강을 비롯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외도 등을 보기위해 이곳에 잠시 머물고 있다.

  거제도 남동쪽 갈곶 앞에 자리한 해금강은 갈곶에서 떨어져 나간 바위섬을 일컫는데, 그 풍경이 금강산의 해금강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경남의 남해와 통영, 거제도 남부 해안을 합친 국립공원으로 일찍이 196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 중 거제지구에서는 해금강이 대표적인 명승지로 손꼽힌다.

  최근 거제도에 들른 사람들이 꼭 한번은 찾는 곳이 있다면, 외도 해상농원이다.  한국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외도는 섬 전체가 잘 꾸며진 하나의 인공정원이란다.  우리는 이곳으로 가기위해 꼭두새벽부터 호텔에서 나와 배를 기다려야 했다.  어제 외도로 가는 배가 심한 파도로 인해 출항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거제도의 포구에는 외도를 가기위해 모인 관광객으로 차고 넘쳤다.

  배표가 일찌감치 부터 매진됐지만 매표소의 언니들과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능력(?)있는 케빈아저씨 덕분에 몇 장의 표를 빼돌려 외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선장 아저씨의 구수하고 걸쭉한 입담에 배꼽을 쥐고 웃었다.  어찌된게 이 배에서는 선장아저씨가 관광 가이드도 하고 노래도 한다.  또 선원과 함께 멀미약도 팔고, 오징어도 판다.  참으로 재미있는 유람선이다.

  바닷바람이 찬 가판위로 나가 '바다의 금강'이라고 불리는 해금강과 한려해상국립공원 등을 둘러보며 30여분 가니 외도에 닿았다며 2시간여 돌아보고 다시 부두로 나오라고 선장아저씨가 신신당부를 한다.  만일 뱃 시간을 놓치면 몇날 며칠이고 그곳에 묶일 수도 있다면서.



  외도는 별로 크지 않은 섬이지만, 이창호·최호숙 부부가 30년의 세월을 두고 멋진 정원을 꾸며 오늘날에는 해상 관광명소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섬 안에는 갖가지 희귀식물을 비롯해 해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조각공원과 야외음악당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참으로 애석한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조성해 놓은 이창호씨가 태풍이 부는 어느 날 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다 파도에 쓸려 돌아가셨단다.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보물과 같은 곳인데 그렇게 쓸쓸히 생을 마감하시다니, 외도를 떠나오는 내내 인생의 무상함과 덧없음에 대한 상념에 잠겼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있어서 외도는 그리 특별하진 않은 곳이다.  배용준과 최지우가 이곳에서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지만 나는 이렇게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잘 정돈되고 빼어난 듯 아름다운 인공미가 싫다.  길가에 무심히 난 풀 한포기가 예쁘고, 이름 모를 들꽃에 감동하는 나에겐 역시 전라도의 손때 묻지 않은 질팍한 아름다움만큼 잔잔한 감동을 주는 곳은 없다.

  배는 어느새 우릴 거제도 포구에 내려놓는다. 청량한 바닷바람에 꾸덕뚜덕 말라 들어가고 있는 생선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그 뒤편으로는 왁자지껄한 어시장이 펼쳐져 있다.  생각 같아서는 조기도 한손 사고, 잘 절여진 자반고등어라도 두어 손 사고 싶은데 갈 길이 멀어 모두 포기하고 만다.  이 포구야 말로 내가 거제도에 와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외도 같은 곳이 아닌 이런 이 포구에서 하루 종일 동네 구석구석을 다 뒤져보고 싶지만, 오늘은 남도기행의 마지막 날이다.   남도 기행을 마치고 부산으로 가야한다.  

  아, 오늘이 정말 남도기행의 마지막 날이구나.  내일은 강원도로 가리라.  이번 여행 일정과는 별도로, 내가 따로 계획한 여행지 '강원도' 그곳에서 나는 또 다른 새로운 바람을 맞이해 보리라.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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