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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어이도 없고, 어처구니도 없고...
  • 위클리홍콩
  • 등록 2020-09-28 14:53:14
  • 수정 2020-09-28 14: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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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찝어 광동어]를 정확하게 1년 동안 연재하면서, 실생활에 꼭 필요하면서도 쉬운 표현들을 전해드리려고 노력했는데, 수용자인 위클리 홍콩 구독자 여러분들도 제 의도와 같이 유익하게 받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기획과 전체적인 구성은 필자가 주도하지만, 세부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전문가이신 광둥어 및 중국어 선생님의 도움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손도 많이 가고 그만큼 어려움도 수반되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선생님들을 이 노역으로부터 해방시켜 드려야겠다는 정의감(?)에 새로운 꼭지를 기회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온전히 필자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지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획이었고, 이렇게 [알쏭달쏭 우리말 사냥]이라는 꼭지를 탄생시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꼭지를 통해 독자 여러분의 국어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이 해소되고, 또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어이없다’와 ‘어처구니없다’라는 표현을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여러분은 2015년에 개봉해서 1,341만 명을 동원한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혹여 보지 않으신 분도 대부분 이 장면은 한 번쯤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이’=맷돌 손잡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영화를 통해 ‘어이’라는 우리말의 어원도 상당히 유명해졌지요. 이 영화에서 공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조태오의 입에서 ‘어이’가 맷돌의 손잡이를 뜻하며,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이 ‘어이’가 없으면 얼마나 황당하겠냐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나온 말이 바로 “어이가 없네.”라는 그럴싸한 설명을 덧붙이는데요. 사실 이 말은 앞서 말했듯이 ‘그럴싸한’ 추측에 불과합니다. 이는 문헌적인 근거를 못 찾았기 때문인데요. 어원이 학계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문헌적인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저 민간에서 사용되어 왔다는 주장은 근거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지요. 

 

[역사 기록, 17세기에는 ‘어히없다’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어이없다’로 사용]

 

참고로 역사적인 기록을 살펴보면 ‘어이없다’ 표현은 17세기에는 ‘어히없다’로 나타나고 있으며, 19세기 후반인 1895년에 와서야 오늘날의 형태인 ‘어이없다’는 표현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이없다’로 살아온 시간보다 ‘어히없다’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다는 뜻으로, 이런 상황이 어떻게 보면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어이=어처구니: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 사어가 되어버린 사전적 의미]


이번에는 ‘어이없다’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어처구니없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처구니없다’와 ‘어이없다’가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처구니’와 ‘어이’의 사전적 의미가 같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어처구니’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의가 인정받는 이유는 고문헌에서 용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의 [한영자전](1897)에는 ‘돈을 주조하는데 쓰이는 놀랄 만한 기계’라는 표현으로 ‘어처군이’라는 단어가 확인되고 있으며,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1938)에는 ‘키가 매우 큰 사람의 별칭’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 쓰여진 소설류에서는 ‘엄청나게 큰 기계’ 등의 표현으로 등장하고 있고요.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이 사전적 의미로 ‘어처구니’를 사용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는 어처구니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라든가 “이런 허허벌판에 어처구니 같은 건물을 세워 놓으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등의 문장은 아무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이’나 ‘어처구니’ 모두, 자체 사전적 의미로서의 어휘는 사어가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척없다’는 ‘어처구니없다’의 방언]

 

한편 이 ‘어처구니없다’는 표현과 비슷한 표현으로 ‘얼척없다’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여기에서 이 ‘얼척’은 ‘어처구니’의 남쪽 지방(경상도/전라도) 사투리입니다. 최근에는 사투리를 친밀도를 높인다거나 표현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사용하기도 하는 터라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 되었네요. 

 

[‘어이’와 ‘어처구니’는 모두 ‘없다’하고만 결합]

 

마지막으로 이 표현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려고 시도해보신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요. 이 어휘는 긍정적인 어휘하고는 결합하지 않는 용례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러한 어휘가 우리말 표현에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실 텐데요. ‘터무니없다’, ‘영문을 모르다’ 등도 부정적인 어휘와의 결합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고요. 이러한 어휘들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한 회를 할애하여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어이’와 ‘어처구니’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는데요. 중요한 내용은 문단 위에 제목으로 따로 뽑아 놓았으니,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간단히 제목만 살펴보셔도 대강의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연재할 [알쏭달쏭 우리말 사냥]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라며, 다음 주에도 더욱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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