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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친구 같은 아빠? 무관심한 아버지?
  • 위클리홍콩
  • 등록 2020-09-28 14: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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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도입되고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고 입시제도가 대학별로 그리고 학과별로 다양해지고 수많은 입시전형이 생기게 되면서 농담이겠지만 씁쓸한 이야기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려면 3가지 필요 요소가 있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이었다. 그만큼 아버지의 존재는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해서는 거의 관여가 되어있지 않다 보니 어설프게 관여하느니 차라리 무관심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참으로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다. 물론 요즘 젊은 아빠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자녀 양육에도 그리고 교육에도 관여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아버지란 존재는 어머니보다 훨씬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는 아무리 불안정해도 10달 동안의 임신과 분만,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약 1년 동안의 수유 기간 등 생물학적으로 특별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유대감은 남이 대신할 수 없는 관계에서 비롯되고,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우 태어나기 1년 전에 어머니와 사랑을 나누고 정자를 제공한 것 외에는 이후에 생물학적으로 특별한 유대도 없고 역할도 없다. 다시 말해 사회나 시대, 심리에 의해 좌우되기 쉬운 관계다. 이와 달리 생물학적 유대감이 강한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사회나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이 있다.

 


필자는 사회 초년생 시절 많은 가정집들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어림잡아도 천 개 이상의 집을 방문하고 심지어는 몇 달간을 매주 방문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집의 숟가락 개수까지도 알 수 있을 만큼 그 집의 사정을 잘 파악할 수밖에 없게 된다. 벌써 28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지금하고는 부모의 역할이나 태도가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역할이다. 아버지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참여하는 가정의 경우 자녀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여기서 참여란 어쩌다가 한번 쓱 참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을 맡아 꾸준히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도 27년 전에 만났던 한울이, 한솔이 형제 아버님이 생각난다. 그 당시 시골에서 아버님이 학습지를 시키겠다고 전화를 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어머님과 아버님이 역할을 나누어서 교육은 아버님이 맡기로 하셨다고 하셨다. 늘 어머님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던 필자는 조금 어색하고 어떻게 상담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원칙대로 진단결과에 따라 출발점을 잡고 그에 따른 학습법을 말씀드렸고 매주 방문을 하였다. 보통 1달이 지나면 대부분 어머님들은 진도에 대해 불만을 말씀하시는 데 석 달이 지나도 묵묵하게 처음 약속한 대로 매일 아이들의 학습결과를 채점해 주셨다. 5개월쯤 되었을 때 내가 먼저 물어보았다. 

 

아버님은 한솔이 진도에 불만이 없으세요? 초등 2학년이 더하기를 5개월째 하고 있으면 대부분 부모님이 빼기는 언제하고 구구단은 또 언제하냐고 물어보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나중에 아버님께서 얘기를 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너무 쉬운 것을 매일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했는데, 매일 채점을 해주다 보니 아이들과 대화를 하게 되고 자꾸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고 했던 선생님 말씀대로 하다 보니 아빠를 좀 무서워했던 아이들과 친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학교 가는 것도 즐거워하고 그러면서 기초가 단단해지면 어떤 공부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 다 말씀을 드리지만 이렇게 매일 채점하는 것을 실천하시는 부모님은 많지가 않다 보니 학습지가 자주 밀리게 되고, 야단치게 되고 오히려 학습지로 인해 사이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초창기 나에게도 좋은 아버지의 모델이 되었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되도록이면 아버지들을 자녀 교육에 끌어 드리려 노력을 하게 되었다.

 

 10년 전 파주에서 아버지 20명을 대상으로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세미나를 2시간 동안 했던 적이 있다. 본래 교육 세미나의 청중은 당연히 어머님들이다. 어머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는 반응이 즉각 즉각 나오기 때문에 진행하는 사람도 신이 나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상상해보라. 10년 전, 40대의 한국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그것도 교육 세미나를. 모두가 묵묵하게 2시간 동안 바라만 보시고 듣기만 하셨다. 나는 등에서 식은땀이 났고 힘들게 2시간을 마무리하고 나서 간단한 다과 시간을 가지면서 세미나에 대해 아버지들께 질문을 했다. 그런데 모든 아버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자기들은 이런 세미나를 난생 처음으로 참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들도 자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고 다만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른다고 하셨다. 이렇게 평일 저녁시간에 아버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세미나가 어디 있기나 했던가? 모두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기획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아버지들의 일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도 역시 많이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아버지들이 이제는 자녀 교육에 주도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토요 학교장을 하면서 느끼게 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얼마나 소중한 관계인가? 그리고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은가?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시작할 때란 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에 방관자가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아버지들이 모두 되셨으면 좋겠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교 홍콩 법인장, James Kim : E.mail: james.kim@myeyelevel.com


* 대한민국 교육 기업 대교가 만든 안전한 학습공간, 9월 1일 GRAND OPENING 행사 중입니다. 문의는 아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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