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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92)- 비밀 그 특별한 속삭임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8-24 11: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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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9호, 8월25일] 나에게만 말해 봐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 초연한 사람도 관심 있는 인물이 관련..
[제139호, 8월25일]

나에게만 말해 봐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 초연한 사람도 관심 있는 인물이 관련된 쉬쉬하는 소리를 들으면 일단 호기심의 물음표를 떠올리게 되는 점이 비밀이란 존재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인가 봅니다.  특히 사춘기 시절엔 비밀을 어떤 친구와 얼마나 철저히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대인관계의 운명이 좌우될 뿐 아니라 신뢰도까지 저울질을 당하게 됩니다.  감정에 휩싸여 자칫 입단속을 허술히 한 탓에 비밀을 공유하는 선택받은 자의 자랑스러운 위치에서 왕따의 신세로 다운그레이드(?)되어 교실 구석에서 홀로 점심을 먹어야 했던 몇몇 급우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그렇듯 아무도 모르는 달콤한 비밀을 나누는 스릴과 자부심의 뒷면엔 그것의 누설에 따르는 놀라움과 가슴앓이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뼈저린 교훈으로 와 닿을 만큼 달갑지 않은 사연이 별안간 튀어나와 준비되지 않은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한 달이 넘게 혈변을 보다 검사를 받은 후 대장암 선고를 받은 B씨는 같은 병으로 사망한 형이 생각나 더럭 겁이 났습니다.  투병생활 6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저 세상 사람이 된 형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지울 수 없는 두 얼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로 불면과 고민 속에 혼자 속을 태우던 B는 아내에게 사실을 말하고 마음의 짐을 덜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를 레스토랑으로 불러내 자신이 20년 넘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암 선고를 받아 위로를 받아 마땅한 남편이 결혼기념일에 맞춰 데이트를 신청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해 따라나선 아내의 충격은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극심하게 그녀를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평생 주변으로부터 봉 잡았다는 소리를 듣고 살 만큼 능력 있고 빈틈없어 존경받던 남편에게 숨겨놓은 두 아들이 있다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 아이들을 데려다 돌봐달라는 남편의 다급한 요구에 그녀는 불같은 살의를 느꼈습니다.

  그런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친척들과 딸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돌아선 아내.  그로 인해 그녀는 평생 가족에게 충실했던 남편을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버린 매정한 여자가 되었습니다.  투병을 앞둔 남편을 자식들에게 남기고 떠난 엄마의 태도에 인연을 끊다시피 한 딸들의 결혼과 출산 소식을 들었으나 아무도 그녀를 초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혼 후 남편이 저 세상으로 간지도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도 해봤지만 자식들이 아버지에 대해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애써 용기를 내 맏딸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으나 그 모든 것을 지금처럼 비밀에 부치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따끔한 충고를 들었을 뿐입니다.  친정식구의 식당 카운터를 돌보며 생계를 꾸려가는 그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죽은 남편의 이기적이고 때늦은 정직함만은 죽는 날까지 용서할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때늦은 정직은 이혼의 조건
  암 선고를 받은 남편이 조급한 마음에 털어놓은 비밀의 여파로 오랜 세월 괴로워하는 아내.  그녀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남편의 불륜이 아니라 그의 이기적이고 때늦은 정직함이란 말을 들으니 올해 봄에 헤어진 어떤 맞벌이부부가 생각납니다.  그 맞벌이부부의 남편은 아내의 때늦은 정직함을 부부의 이혼사유로 들었습니다.  해외출장이 잦은 아내가 같은 호텔에 묵던 투숙객과 원나잇스탠드를 저지른 것을 그 일이 있은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다짜고짜 털어놓은 것입니다.  아내는 부부의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남편에게 모든 걸 용서받고 떳떳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에 고백을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임신 11주라는 진단을 받자마자 그날 저녁 남편을 만나 잘못을 시인하고 이해를 구하리라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3년 전 원나잇스탠드에 대해 털어놓고 짧게 사과를 하더니 곧 바로 출산에 대한 수다를 떨기 시작하더군요.  그날 이후 제가 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그게 그렇게 용서가 안 되느냐고 따지는 겁니다.  힘들게 털어놓은 정직에 대한 대가가 이 정도냐, 그런 식의 말투였어요.  살다보면 이런 일보다 더 기막힌 일도 있다느니 그게 사랑이 아니라 하룻밤 불장난으로 끝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느니 별소릴 다하더군요.  자기야 몇 년 동안 혼자 끙끙 앓던 잘못을 털어놨으니 홀가분한 마음에 새 출발할 준비가 끝난 모양이지만 저는 혼자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어요.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도 지난 3년 동안 얼굴 한번 붉히지 않은 것을 보면 또 어떤 일을 감추면서 저렇게 태연을 떠는 걸까 의심이 돼서 신뢰하는 마음이 생기질 않아요.  또 속일까봐 겁이 나기도 하고 그 일을 털어놓은 정직한 행동까지 미워지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뻔뻔하게 나올 생각이었으면 차라리 끝까지 혼자 알고 끝낼 것이지 무엇 때문에 뒤늦게 고백할 생각은 해가지고…"

  이 세상에는 쉽사리 감당해낼 수 있는 일만 쏙쏙 골라 겪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뜻밖의 놀라운 소식에 상처를 입고 분노와 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그런 어둠의 시간들이 얼마 정도 지나면 이젠 그만 털어버리자고 마음을 다잡고 일어섭니다.  어떤 이는 잠시만 더 슬픔의 그늘아래 머물렀다 가겠노라고 자신을 위로합니다.  어떤 이들은 별안간 몰려온 먹구름에 압도돼 그 너머 존재하는 행복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긴 세월을 흘려보내고 맙니다.

● 인생의 다음 장을 향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기에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인지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 마음의 추스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재출발을 위해 오늘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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