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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칠칠맞은 놈 VS. 칠칠치 못한 놈
  • 위클리홍콩
  • 등록 2020-10-06 14: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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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맞다’를 부정적인 느낌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

 

“너는 다 큰 애가 칠칠맞게 옷이 그게 뭐니?” 

 

어릴 때 부모님께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잔소리이다. 필자의 경우 그 당시 들으면서 기분이 좀 상하긴 했지만 의미나 문법 관계에 대해서 특별히 거부감이 생기지는 않았던 것 같고, 사실 이 표현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직관적으로 이 표현이 어색하다거나 잘못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직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 표현이 틀렸다는 것을 얼마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인지 상태로 얼마나 자주 사용하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칠칠맞다’를 부정적인 느낌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언어습관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칠칠하다 = 깨끗하고 야무지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

 

그렇다면 이 표현을 어떻게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될까? 바른 사용법 확인을 위해 우선 이 ‘칠칠하다’의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 (형용사) 나무,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

2. (형용사) 주접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3. (형용사)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

 

1번의 뜻은 ‘실(實)하다’는 한자어가 대체하고 있어 자주 사용되지 않고, 우리가 생활 속에서 주로 사용하는 경우는 2번과 3번의 경우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1번을 비롯한 2번과 3번의 뜻이 모두 긍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표현을 부정적인 어휘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칠칠맞다’는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일 뿐, 부정적인 표현이 아니다]

 

혹자는 ‘-맞다’와 결합한 ‘칠칠맞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맞다’의 경우 기존 어휘를 속되게 나타내는 보조 용언일 뿐 어휘 자체를 부정하는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어휘의 기존 속성을 바꾸지는 않는다. 언중이 ‘칠칠하다’ 혹은 ‘칠칠맞다’를 부정적인 어휘로 사용하려고 하는 욕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아직 어휘 자체의 뜻이 변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용례와 어법에 정확히 맞춰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칠칠맞다’도 긍정적인 뜻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칠칠하다’의 긍정 표현에 대한 용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앞에서 언중의 언어 습관을 잠깐 이야기했는데, 사실 언중은 이 표현을 긍정적인 상황에 사용하려는 경향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학생은 수업 태도가 굉장히 칠칠합니다.”

 

“이 아이는 평소 생활 태도나 습관이 굉장히 칠칠해서, 타의 모범이 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이런 표현은 한 번도 사용해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어휘 표현의 가장 큰 결정권자가 언중이라는 전제하에 이 표현에 대한 재논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이기도 하다.

 

[‘안 칠칠하다’의 용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어휘 결합 성향을 보인다]

 

우리말의 동사나 형용사를 부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안’ 부정이고 둘째는 ‘못’ 부정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짧은 부정문’과 ‘긴 부정문’의 두 가지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데, ‘안’과 ‘못’을 어휘 앞에서 사용하는 것을 ‘짧은 부정문’, 어휘 뒤에서 사용하는 것은 ‘긴 부정문’이라고 한다.

 

동사는 보통 이 네 가지 부정문을 모두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고, 형용사의 경우는 보통 ‘안 부정문’의 두 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깨끗하다’의 경우, ‘안 깨끗하다’와 ‘깨끗하지 않다’의 두 가지 형태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칠칠하다’는 ‘칠칠하지 않다’의 형태만 사용된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사실은, ‘칠칠하다’의 경우 보통 형용사가 결합할 수 없는 ‘못’ 부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긴 부정문’의 형태로 말이다. 

 

[‘칠칠맞지 못하다’, ‘칠칠하지 않다’ 등의 표현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표현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한 형태는 이미 다 언급된 것 같다. 그렇다. 이 표현은 부정 표현으로만 사용되어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해, ‘칠칠하지 못하다/않다’ 혹은 ‘칠칠맞지 못하다/않다’의 표현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줄여서 표현하면 ‘칠칠치 못하다/않다’ 정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알쏭달쏭한 ‘칠칠하다’라는 어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 알쏭달쏭한 표현 찾아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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