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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이 숫자 틀렸는데요?”
  • 위클리홍콩
  • 등록 2021-02-23 16:23:06
  • 수정 2021-02-23 16: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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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살다 보면 한자를 읽거나 쓸 일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은 한자 표기에 대한 내용을 좀 다뤄볼까 한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체크(Cheque)로 비용을 지불하거나 받은 경우가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체크(Cheque)를 자주 접하다 보면 한자로 된 체크나 영수증을 받을 기회도 종종 생긴다. 보통 그러한 경우에 수기로 숫자를 적을 때에는 숫자를 평소와는 좀 다르게 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굉장히 이상하게 여길 수 있다. 

 

한자나 중국어를 그렇게 잘 하지는 않지만 한자 숫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아서 일찌감치 외우고 있던 김 모 씨. 거래처 홍콩 사람에게서 받은 체크에 뭔가 이상한 한자가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신있게, 그리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 홍콩 사람에게 되묻는다.

 

“이거 한자 틀린 것 같은데요?” (‘내가 중국어 잘하지 못한다고 감히 날 속이려고 해? 너, 잘 걸렸다.’) 

 

거래대금 1,234,567HKD를 받아야 하는데, 그 체크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김 모 씨의 무지가 불러온 오해가 있었으니, 김 모 씨는 학창 시절에 숫자 갖은자를 배우지 못했던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사용하던 숫자는 위/변조가 쉬웠기 때문에, 예전부터 그로 인한 여러 범죄나 사기 행각 등이 많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획수가 많은 한자로 기존 숫자를 대체해 사용했는데 이를 숫자 갖은자(大写)라고 한다. 이 숫자 갖은자는 위에 언급한 대로 숫자의 기입을 통해 지대한 이익이나 금전이 오갈 경우, 숫자의 위/변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도 금전 거래용 영수증에서 갖은자가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숫자로 사용되는 갖은자는 다음과 같다.

 


물론 여기에 나온 갖은자를 항상, 모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 4(肆), 5(伍), 6(陸), 7(柒), 8(捌), 9(玖)는 사용되는 빈도가 적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갖은자는 숫자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문서를 어렵게 작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적용이 좀 어렵기도 하면서 상대적으로 위/변조가 어려운 4부터 9의 경우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음력으로도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로 신음했던 2020년과는 달리, 새해에는 여러분의 사업 속에 더 많은 거래와 계약이 오고 가면서, 더 많은 갖은자를 사용하고 식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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