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법정 디지털 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홍콩에서도 자체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디 위에(Eddie Yue) 홍콩 통화국 회장은 “디지털 위안화의 홍콩 내 사용을 추진하는데 그치지 않고 홍콩달러의 디지털 화폐(e-HKD)를 도입해 소매판매 영역에서 활용하는 방안의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고 밝히며 “홍콩 핀테크 산업 개발 촉진을 위한 전략적 계획에 따라 디지털 홍콩달러(e-HKD)의 타당성을 연구하는 TF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시닷트 티와리(Siddharth Tiwari) 국제청산은행 BIS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지난 SCMP 연례 차이나 컨퍼런스에서 “홍콩 통화국은 향후 12개월 내에 디지털 홍콩달러 전망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를 보고할 것이며 법률 및 통화 규제 관련 리스트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BIS가 지난해 전 세계 65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86%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에 대한 잠재력과 도입 여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앙은행 10곳 중 2곳은 3년 내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캐리 리(Carie Li) OCBC은행 경제학자는 디지털 홍콩달러 발행의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홍콩 통화국이 디지털 위안화의 국경 간 사용을 위한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홍콩이 자체 디지털 화폐를 도입할 충분한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중국처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서 직접 발행하고 시중 은행을 통해 교환 및 거래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참고한다면 디지털 홍콩달러를 발행하더라도 홍콩 내 상업은행들에 대한 영향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통화국은 홍콩이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게 되더라도 지난 38년 동안 유지된 페그제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국은 “실제로 디지털 홍콩달러가 도입되면 법으로 디지털 홍콩달러의 화폐 가치가 정해지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실물 지폐와 동전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수차례 홍콩의 달러 페그제 붕괴 우려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홍콩의 달러 페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통화 정책에 따라 움직였으며 미국 금리 변동에 따라 홍콩 금리도 변동되었다. 자체 통화 정책에 따라 인플레이션이나 부동산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 홍콩 통화국은 외화시장에 개입해 미국달러를 매수 또는 매도를 통해 환율 밴드 7.75~7.85 홍콩달러를 유지해왔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빠르게 쇠락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도 오히려 국제 금융 중심지로 한 단계 부상하는데 달러 페그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페그제 덕분에 1987년 블랙 먼데이, 2001년 911테러, 2003년 사스, 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숱한 위기 속에서도 홍콩은 안정적으로 환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도입으로 또 한차례 페그제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한 번도 환율 밴드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달러 페그제라는 안정적인 환율 환경으로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홍콩달러 거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홍콩달러가 위안화로 편입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중국 정부가 법정 디지털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금융 시스템이 더욱 개방되고 본토 경제가 지속적으로 강한 성장세를 보인다면 먼 훗날 홍콩달러 대신 위안화를 채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데이비드 차오(David Chao) 인베스코(Invesco)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중국 경제가 미국의 두 배 규모로 커진다면 위안화가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먼 훗날 언젠가 홍콩 경제와 중국 경제가 더욱 밀접하게 연계된다면 두 통화의 연계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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