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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LOVE & BABY 스토리 (5) - 문화의 사막을 걷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9-14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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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2호, 9월15일] 흔히들 홍콩을 '문화의 사막'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다른 나라의 도시에 비해 문화적으로 별로 꺼리가 없다는 ..
[제142호, 9월15일]

흔히들 홍콩을 '문화의 사막'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다른 나라의 도시에 비해 문화적으로 별로 꺼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식민지 시대를 거쳐서 그런지, 이 도시에는 사실 문화적인 향기가 나는 곳은 그다지 없다.  유명한 건축가의 유명한 건축물들은 많아도…

  그리고 사실 홍콩에 오면서 문화적인 감수성을 키우고자 오는 관광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기 위해, 또는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사고 싶어서 홍콩을 여행 목적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낸시랭이라는 소위 아티스트에 관심을 가졌던 나는 홍콩에도 이렇게 유명(?)한 예술가가 있을까 궁금했다.  예술적인 소양을 떠나서 시장통의 아줌마들에게 조차 화제 꺼리가 되는 그런 작가가 있는지…

  그 답은 의외로 아주 쉽게 얻었다.  바로 Tozer Pak Sheung-chuen (白雙全)이었다.  홍콩 중문대를 졸업한 아티스트로 꽤나 유명한 듯하다.  그가 모든 이들에게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바로 홍콩 일간지 '명보'에 2003년부터 컬럼을 써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신문의 일요일 판의 'Odd One In' 이라는 컬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예술, 설치 미술, 때로는 컨셉츄얼 아트 등에 관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주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글을 함께 쓰는데, 때로는 사회적인 이슈, 최근의  화제꺼리 등 일상적인 소재도 그의 작품에 속속 등장한다.

  그의 지명도가 그만큼 높으니까 독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을 동시에 받으리라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거의 모든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좋게 생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최소한 재미있다고는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한국의 낸시랭이 받는 부정적인 관심과는 거리가 멀다.

  Tozer Pak의 작품은 일단 누구의 관심을 끌고자하는 센세이셔날리즘과 차원이 다르다.  그의 관심사는 지극히 개인적인데 이러한 개인적인 관심사는 때로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슈와 맞물리기도 한다.  즉, 20대 후반의 이 젊은 작가가 느끼는 사회에 대한 사견을 40대 아줌마도 공감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가 부정적이지 않은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는 낸시랭처럼 자신을 상품으로 이용하지도 않고 현란한 언론 플레이 대신 진지한 시로 답변한다.  그리고 그의 예술 행위의 근원은 바로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주재를 다루고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수확인가?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이 젊은 작가는 조용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 언어, 인종을 모두 떠나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진리라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이를 꼭 자극적으로 요리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사람들이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빠른 시간에 스타와 같은 유명세를 얻기 위해 너무 극으로 달리는 것 같다.  고호가 살아생전에는 단 한 장의 그림도 팔지 못했다는 미술사의 유명한 이야기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홍콩이 문화의 사막이라고는 해도 이 작은 도시에 얼마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활동을 하는지 사실 경이롭기까지 하다.  건축, 만화, 영화, 디자인 그리고 순수 미술까지…  그 종류나 양으로 볼 때 어느 도시 못지 않다.  그리고 이 작은 도시의 곳곳에 있는 많은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대안 공간 등등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코스모폴리탄 적인 느낌은 미국의 뉴욕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 예술이나 문화적인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 만큼 예술가로서   홍콩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Tozer Pak같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많은 아티스트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파트타임을 하던지…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순수하게 예술만을 위해서 산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어느 나라나 순수 미술만 하면서는 절대로 먹고 살 수 없다는 법칙은 비슷한 것 같다.  아마도 낸시랭은 아트와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 방법에 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하지만 왜 나는 Tozer Pak같은 작가를 가진 홍콩이 더 부럽지?  홍콩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많이 시니컬하기 때문에 '아트'에는 진짜 무관심하다. 그들에게 순수 미술은 관심꺼리가 될 수 없다. 뭐든지 새로운 것 새로운 장소를 좋아하는 홍콩 사람들에게 인간이나 인생의 진리를 담아내는 소위 '아트'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하지만 이러한 홍콩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호기심 아니 아주 작은 관심을 끌어내는 Tozer Pak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한 것이다.  순수 미술은 자극적인 필요가 없고 시끄러울 필요도 없다.  그냥 무엇인가 마음에 와 닿아서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잠깐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아트'이다.


<글 : 박인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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