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수필> 홍콩유감 [有感] 12 - 수퍼에서 생긴 일 (上)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9-14 17:38:50
기사수정
  • [제142호, 9월15일]   소설가 최인호 씨에게 해질녘 '영천시장'에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유년의 기억이 있다면('어머니는 죽지않는다'란..
[제142호, 9월15일]

  소설가 최인호 씨에게 해질녘 '영천시장'에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유년의 기억이 있다면('어머니는 죽지않는다'란 그의 책 중) 나에겐 '보문시장'의 기억이 있다.


뎀뿌라와 순대
  성북구 안암동 0가 000번지
  나의 본적지이자 11살 때까지 쭉 살았던 집이다.  주소 상으론 안암동이나 고려대가 있던 안암동보다는 보문동 쪽에 더 가까워서 어쩌다 택시를 타면 엄마는 꼭 "삼일 고가[高架道路] 지나서 보문동이요." 하셨다.  자연스레 우리의 주된 쇼핑센터는 보문시장이었는데 막내라 유난히 잘 따라다니던 난 지금도 그 길목이 눈에 선하다.

  시장입구 맞은편에 있던 '태화루 짜장면 집'과 머리 자르고 집에 오는 길, 나의 언니 입을 한 자[尺]나 나오게 했던 '세븐 미장원'의 미용사 아줌마, 손수레에서 프렌치프라이같이 생긴 고구마튀김을 팔던 아저씨.

  좀 어두운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뎀뿌라(원래 뜻인 튀김이 아니라 지금의 어묵을 의미)팔던 집과 순대집.  간장에 졸여 깨소금 뿌린 뎀뿌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였으며 기다란 나무의자나 둥근 목욕의자같이 생긴 것에 엉덩이 반쪽만 걸친 채 쭈그리고 앉아 먹던 싱싱한(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에서 막 꺼내 썬) 순대는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이미 '별들의 고향' 연재를 시작했던 최인호 씨와 한참 밑인 내가 엇비슷한 추억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50년대부터 70년대 초까지 일반인의 생활상은 그리 급격한 변화가 없었나 보다. 그러나 나와 20년의 차이가 나는 내 조카나 그보다 더 틈새가 벌어지는 내 아이들은 '시장통'에 관한 추억이 거의 없는 듯하니 걔네들은 나중에 어떤 기억을 곱씹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한 개씩 건드려 주세요
  중국인들은 '그래도.... 로컬시장' 하는 것 같지만 난 슈퍼에 더 자주 간다.  싸고 싱싱한 물건이 많기는 하지만 난 이 곳 로컬 시장이 좀 그렇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재래시장이 없는 것이 큰 이유이긴 하지만, 금방 도살해 공수해온, 피가 뚝뚝 흐르는 돼지를 통째로 내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은 본 후엔 더더욱...  이 곳 사람들은 로컬시장에서 주인이 무척 거칠어도 물건을 팍팍 던져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이 보이나, 난 시장에서 구입해야 더 나은 것만 사고는 얼른 뜨는 편이다.

  전에 살던 곳들엔 주로 파킨샵이 있었는데 요즘엔 닥치는 대로 이곳저곳에서 장을 보다 보니 웰컴도 가는 빈도가 많다. 숱하게 양대 체인을 이용하면서 난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제일 먼저 끄집어내고 싶은 것은 계산대에서의 장면이다.

  요즘엔 바코드를 갖다 대기만 하면 입력된 가격이 착착 찍히고 세일 품목 또한 조정된 가격으로 기계가 알아서 맞춰주니 계산이 틀릴 이유는 이리보고 저리 봐도 극히 희박하다.  그래도 결국 치는 것은 사람이다 보니 참 간단하고 우스운 것에서 빈번한 실수가 생기는데 같은 품목을 한 두 개만 샀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뭐든 네다섯 개 이상 산 경우엔 잘 보고 있어야 한다.  Doritos 다섯 봉지를 샀다고 하자.  하나 집어 바코드를 갖다 댄 후에 계산원은 여러 개인 걸 발견하고 (5 X 물건의 단가)이렇게 또 친다.  결국 여섯 봉지 산 것이 되고 만다.

  여러 개씩 사는 물건은 주로 저렴한 것이다 보니 그 차이가 미미한 돈일 수는 있으나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서야 어찌 그냥 있을 소냐.  오늘 이 아줌마는 안 그러겠지 믿고 물건 올려놓느라 찍히는 것을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사인(sign)까지 다하고 난 후 내 뒷사람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수정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실수한 직원은 그다지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다. 번거로움이 귀찮아 그냥 갈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바닥에 흘린 자신의 돈을 보고도 그냥 갈 이는 없듯이 아는데 말 수는 없지 않은가.

  한동안 그런 에러를 계속 발견하던 난, 가까이 있던 매니저에게 이런 실수 좀 안 하게 얘기 한번 하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통했을 리는 만무[萬無] 하건만 요즘엔 좀 뜸하다.


어!  特價인데
  또 한 가지 자주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노란 할인가[價] 딱지가 붙어있는 목욕용품들이다.  750ml 샴푸나 500ml 로션이 10불에서 많게는 15불까지 가격이 내려간 딱까(特價)라서, 쇼핑리스트엔 없지만 '이 기회에' 하곤 들고 가기 좀 버거워도 구입하는 경우, 영수증엔 딱가가 아닌 윈까[原價]로 찍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아줌마는 그냥 갖다 대기만 했으니 아마도 컴퓨터에 기억시키는 것을 깜빡 잊은 누군가의 실수이리라. 이런 경우 모르고 그냥 간다면 쇼핑 가방만 잔뜩 무겁게 하는 주범을 할인도 못 받으면서 급하지도 않은데 괜히 산 것이 되고 마니 필히 확인 요[要].

  '뭘 그리 쫀쫀하고 피곤하게 사나.  이미 돈 냈으면 믿고 그냥 뜨면 되지.  슈퍼 물건 값이 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나 신경 안 쓰던 이들에겐 '모르는 게 약' 일수도 있는 '사족[蛇足]' 이기도 하겠지만 나도 처음부터 신경 쓴 것은 아니고 자주 가다보니 자연히 알게 되어 발생의 빈번함을 관찰한 후 신경줄을 당겨놓게 된 것이다. 게다가 '리카싱' 회장 같은 사람도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돈은 몸을 잔뜩 굽혀서라도  줍는다던데 범인[凡人]인 내가 그러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직원 교육을 맡는다면 이 말만은 꼭 해야겠다.
  "계산원 여러분.... 대는 횟수 줄이려다가 고객도 자신도 번거롭게 하지 말고 그냥 10개가 되든 11개가 되든 하나씩 곧이곧대로 스캐너에  대 주세요."

  장 보러 가야하니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만.
(계속)  글 ; 진주영
      
0
스탬포드2
홍콩 미술 여행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aci월드와이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