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인근 도시인 선전이 면세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홍콩 소매 업계는 선전의 계획이 면세천국이라는 홍콩의 지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선전 당국은 웨강아오대만구의 소비력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면세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국제 면세 쇼핑지구 개발, 면세 매장 신설, 면세 소비 한도 인상 등 다양한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세부사항이나 승인 시 실행 시기 등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홍콩 시장 전문가들은 홍콩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빠르게 예측했다. 

코비드19 팬데믹 이전 홍콩을 찾는 관광객 중 80%가 중국 본토 관광객이었던 만큼 만약 선전이 홍콩과 동일한 수준의 명품 세율 혜택을 제공한다면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을 올 이유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마이클 챙(Michael Cheng) PwC 아시아태평양·본토·홍콩 소비자 시장 책임자는 “현재 홍콩의 저세율 정책으로 홍콩의 명품제품이 중국 본토보다 15~20%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만약 선전과 홍콩의 명품 가격이 비슷하다면 홍콩으로 쇼핑을 올 이유가 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홍콩은 부가가치세(VAT)가 없지만 중국은 수입 제품에 대해서 최고 13%의 세율을 적용한다. 

피터 시우(Peter Shiu) 도소매 부문 의원도 마이클 챙 책임자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본토 관광객의 급감은 본토 관광객의 소비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전의 계획은 홍콩 소매 산업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최고 관광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에도 손상을 가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면세 산업에서 홍콩은 이미 하아난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선전 당국의 면세 산업 계획은 홍콩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남부의 위치한 하이난성 섬은 지난해 7월 1인당 면세 한도를 연간 1인당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3배 이상 대폭 늘리고,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이난성 역외 면세 매출이 153억9천만 위안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애니 츠(Annie Tse) 홍콩소매관리협회 회장은 일부 협회 회원들은 이미 선전의 면세 산업 육성 계획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본토에 매장 확장 또는 본토 소비자 대상 전자상거래 서비스 출시 등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 시장을 공략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빌스(Savills)에 따르면, 홍콩 시위와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감소하자 다수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이 홍콩 시장을 벗어나 이미 광저우, 선전, 하이난 등 도시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선전의 면세 육성 계획에도 관광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이먼 스미스(Simon Smith) 세빌스 연구 및 컨설팅 수석 책임자는 “일부 당일치기 쇼핑객들은 여전히 홍콩을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면제 쇼핑뿐 아니라 요식업, 오션파크 등 다양한 지역 관광명소들이 있기 때문에 홍콩은 관광지로서 여전히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이우 시윙(Yiu Si-wing) 관광 부문 의원은 선전의 면세 쇼핑 계획이 홍콩 소매업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사이먼 스미스 수석 책임자의 의견처럼 홍콩이 본토 관광객에게 더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홍콩궁박물관, 스카이시티 복합단지 등 새로운 즐길거리들이 향후 3년 이내에 개장할 예정이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은 점차 소매 쇼핑 위주의 관광에서 관광명소를 찾는 여행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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